범죄 수사물에 사랑이 더해진 영화 <헤어질 결심>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리 로맨스 영화로 중국 출신 배우 탕웨이와 한국 배우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다. 복잡한 인간관계와 감정, 범죄 수사라는 테마를 교묘하게 엮어내며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사랑, 죄책감을 묘사한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로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와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가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분 초청작으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화의 시작은 서래(탕웨이 분)의 남편이 어느 산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사건은 단순한 사고로 보이지만, 형사 해준(박해일 분) 그가 타살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수사한다. 해준은 남편이 죽은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는 서래를 의심한다. 그러나 서래와 접촉할수록 그녀에게 강한 매력을 느낀다. 사건 수사가 진행될수록 해준은 자신의 감정과 직업적 윤리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면서도 그녀와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에 대해 침착하게 행동하지만 해준은 그녀의 이중적인 모습에 더욱 의심하게 된다. 서래는 육감으로 해준이 자신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해준의 조사 과정에서 서래는 특유의 매력으로 해준을 유혹한다. 해준은 서래의 집을 감시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의 깊게 관찰하지만 서래에 대한 의심과 사랑이 뒤엉켜 복잡한 감정에 빠진다.
서래가 남편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게 되자 해준의 내적 갈등은 점차 극에 달한다. 서래의 말과 행동이 더 수상하게 느껴지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면서 해준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강박관념과 서래에 대한 보호 본능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영화의 절정에서, 서래의 남편이 죽은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고 서래가 결국 남편을 살해했음이 사실로 드러난다. 해준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체포하지 않기로 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서래는 해준을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 더 큰 비극이 초래될 것이라고 직감한다.
서래는 자신이 더 이상 해준과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최후의 선택을 한다. 서래는 바다로 갔다는 흔적만 남기며 자취를 감춘다. 해준은 결국 바닷가에서 헤매며 그녀의 행방을 찾으려 하지만, 그녀는 영원히 사라진다. 여기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세심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로맨스 영화와 달리, 범죄 수사라는 외형적 서사에 사랑과 욕망이라는 내면적 주제를 결합하여 독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이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는 점에서, 운명적이고도 파괴적인 로맨스의 서사를 구축한다.
서래는 이 영화의 핵심 인물로, 외적으로는 침착하고 아름다우며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녀는 과거와 현재의 상처를 모두 안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감추려 한다. 반면에, 해준은 직업적으로 매우 철저하고 꼼꼼한 형사이지만 내면으로는 감성적인 인물이다. 그는 서래의 매력에 빠지면서도 자신의 윤리적 기준을 지키려 노력하다가 결국 서래를 향한 사랑 앞에서 무너진다.
영화는 "사랑과 죄책감"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관계에서 진실과 거짓이 어떻게 얽히고설키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영화 속 자연환경인 산과 바다의 상징성도 강렬하다. 산은 서래의 남편이 추락사한 장소로서 사건의 시작점이자 긴장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바다는 서래가 자신의 마지막 선택을 한 장소로서 자유와 끝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연적 배경은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섬세한 화면 구성과 시각적 스타일은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카메라 움직임과 화면 구성은 서래와 해준 사이의 감정적 거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색채와 조명도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는 서늘한 긴장감 속에서 관객에게 서래와 해준의 복잡한 감정을 함께 느끼게 하며, 박진감과 심리 드라마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끌어낸다.
이 영화를 보면서 탕웨이가 주연한 홍콩 영화 <색, 계>가 떠올랐다. 스파이로서 적을 죽여야 하면서도 남자의 애인이라는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여자의 이야기가 <색, 계>라면, 형사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함에도 범인을 이성으로 대하다 무너지고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탕웨이라는 여배우가 출연했다는 공통 분모를 가진 영화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박찬욱이 감독한 영화 <헤어질 결심>은 미스터리와 로맨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본성과 감정을 깊이 탐구하는 영화로, 많은 관객과 평론가에게서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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