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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문제의 영화 <기생충>

by 언덕에서 2019. 12. 5.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문제의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2019)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블랙 코미디 스릴러로, 사회적 계급 격차와 빈부격차를 주제로 한 영화이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제92회 [아카데미 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 감독상 · 각본상 ·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 뛰어난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빈부격차를 둘러싼 복잡한 인간관계와 갈등을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화는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 분)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간간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기우의 친구 민혁이 부잣집 박 사장(이선균 분)의 집에서 과외를 하던 중 외국으로 떠나게 되어 기우에게 그 자리를 추천해 준다. 기우는 민혁의 추천과 위조한 명문대 졸업장을 가지고 박 사장의 딸 다혜(정지소 분)를 가르치는 영어 과외 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기우는 첫 방문에서 박 사장의 아내 연교(조여정 분)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순진하고 쉽게 속는 성격을 이용해 자신을 훌륭한 과외 교사로 어필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기우는 자기 여동생 기정(박소담 분)을 미술 치료사로 속여 박 사장 집에 취직시킨다. 

 자식 둘 모두 박 사장 집에 취직하자 기택의 가족은 박 사장 집에서 더 큰 역할을 차지하기 위해 계략을 세운다. 그 결과, 기존의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쫓아내고 기택이 박 사장의 운전기사로, 기택의 아내 충숙(장혜진 분)이 가정부로 들어간다. 이렇게 기택의 가족 모두가 박 사장 가족의 집에 침투해 그들의 재산에 빨대를 꽂게 된다.

 

 기택 가족이 박 사장 가족의 부를 이용해 편하게 살아가는 동안, 박 사장 가족은 휴가를 떠난다. 기택 가족은 그 시간을 이용해 빈집에서 주인처럼 파티를 즐긴다. 그러나 박 사장의 전 가정부 문광(이정은 분)이 갑자기 집에 찾아오면서 사건이 복잡하게 꼬인다. 문광은 자기 남편 근세(박명훈 분)가 박 사장의 집 지하실에서 몰래 살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기택 가족은 이들 부부와 대립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문광은 기택 가족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고, 기택 가족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런데 예정과는 달리 박 사장 가족이 갑작스럽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위기가 닥친다. 기택 가족은 급히 파티 중인 집을 청소, 정리하고 숨지만,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다. 박 사장 부부가 거실에서 잠든 사이, 기택 가족은 지하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무사히 숨기려 노력한다. 

 그러나 이후 박 사장의 아들 다송(정현준 분)의 생일 파티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근세가 지하실에서 탈출해 파티에 난입하고, 복수를 위해 파티에 참가한 사람들을 공격한다. 이 혼란 속에서 기우는 크게 다치고, 기택은 박 사장의 무례한 행동에 순간적으로 분노해 그를 죽이고 만다. 이 사건으로 인해 기택은 도주하게 되고, 박 사장의 집에 새로운 불행의 씨앗이 뿌려진다.

 기택은 살인사건 이후 경찰을 피해 박 사장 집 지하실에 숨어 살게 되고, 기우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아버지를 찾아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영화는 기우가 돈을 모아 박 사장 집을 사서 아버지를 구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장면으로 끝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희망이라는 암시를 남긴 채 마무리된다.

 

 

 <기생충>은 기택 가족의 하류층 생활과 박 사장 가족의 상류층 생활을 선명하게 대조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빈부격차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영화에서 "반지하"와 "대저택"은 두 가족의 물리적, 심리적 위치를 상징하는데, 이를 통해 하층민이 상류층의 삶을 동경하고 그 삶에 접근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욕망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음으로 진행되며, 사회적 계층 이동의 불가능성과 비극성을 묘사한다.

 영화 속에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비는 중요한 상징적 요소다. 비는 자연 현상을 넘어 박 사장 가족에게는 단순히 경치 좋은 날일 뿐이지만, 기택 가족에게는 집이 침수되는 재난의 날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같은 사건이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르게 경험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지하실은 기생충처럼 숨어 사는 근세 부부의 존재를 나타낸다. 특히 사회에서 잊힌 사람들, 하층민의 궁핍한 삶을 은유하고 있다. 반면 계단은 물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 계층 이동의 수단이자 경계를 나타낸다. 영화 속 인물들이 끊임없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장면들은 계층 간의 불안정한 위치를 표현한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스릴러, 블랙 코미디, 드라마를 결합하며 장르의 경계를 넘나 든다. 영화의 초반부는 코미디적 요소가 강하지만,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서스펜스와 스릴러적인 긴장감이 커지며 후반부로 가면서 비극적 결말로 이어진다. 이러한 장르 혼합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연출력과 사회적 주제 의식이 어우러져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생충'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기생을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택 가족은 박 사장 가족의 삶에 '기생'하며 그들의 부를 이용하지만, 사실 박 사장 가족 또한 자신들의 안락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기택 가족의 노동에 '기생'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류층과 하류층이 서로 공생하면서도 갈등하는 역설적인 관계를 상징한다.

 <기생충>은 이러한 복합적인 주제와 봉준호 감독의 세심한 연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 되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대안 없이 나열한 작품이라는 악평과 현대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예리하게 조명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동시에 선사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