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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남윤전(南胤傳)』

by 언덕에서 2019. 12. 5.

 

 

 

고대소설 남윤전(南胤傳)

 

 

 

 

  

조선 시대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11책이며 국문 필사본이다. 국립중앙도서관본ㆍ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본ㆍ육당문고본(南允傳으로 표기) 3종이 있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을 간접 배경으로 하고, 효 사상과 꿈을 매개로 한 운명적 도선 사상을 직접 배경으로 하여 적대감을 승화시키고 있는, 포로 문학의 성격을 띤 역사소설이다. 비현실적인 표현이 많은 전기소설이긴 하나, 당시의 작품으로서는 독창적인 소설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인공 남 윤이 결혼 첫날밤에 왜구에게 일본으로 잡혀갔으나, 결국은 고국에 돌아오게 되어 부인은 물론, 첫날밤의 인연으로 태어나서 이미 황해감사가 된 아들까지 만나 즐겁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포로가 되어 왜국ㆍ중국ㆍ만주를 거쳐 조선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고대소설에서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는 해외체험 소재이다. 적국에 포로로 끌려간 주인공이 적국 공주와 혼인하는 이야기도 이 작품에만 나타난다. 비약이 심한 편이지만 당시의 작품으로는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윤은 순찰사가 되어 함경도 지방을 순찰하게 된 부친을 따라가 단천 부사로 가 있는 부친의 옛 친구 이경희의 딸과 약혼한다. 그러나 화촉을 밝힌 다음 날 임진왜란이 일어나 그는 포로가 되어 왜국에 끌려간다.

  그 사이 이 부인은 그의 아들 남고행을 낳으며, 옥경선은 함경감사의 수청을 거절하고 유진사의 양녀가 된다. 남고행은 자라서 과거에 급제하고 태수가 되어 이 부인을 모시고 산다. 한편 왜국에 끌려간 남윤은 왜왕의 부마가 되기를 거절하여 죽게 되었다가 왜국 공주(월중선)의 도움으로 살아나 공주와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남윤은 꿈에 옥황상제를 만나 전생에 남윤·이부인·옥경선 세 사람이 월중선을 모함하여 조선으로, 월중선은 왜국으로 내려보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월중선도 그 시간에 같은 꿈을 꾸고 자신과 남윤이 천상에서 인연이 있던 사람임을 알게 되어 부부의 인연을 맺는다. 남윤은 월중선과 함께 왜국을 탈출하는데, 갑자기 월중선이 바다에 몸을 던지니 오색구름이 그녀를 감싸고 하늘로 올라갔다.

  고된 항해 끝에 중국을 거쳐 고국에 돌아오자 왕이 남윤에게 이조판서의 벼슬을 내린다. 그러나 아들과 부인이 외지에 있다는 것을 알고 황해도 관찰사를 자원한다. 꿈에서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 이 부인은 아들 남고행을 남편이 있는 곳으로 보낸다.

  극적으로 아들을 만난 남윤은 아들에게 이 부인과 옥경선을 데려오게 하여 부부의 정을 누리며, 두 부인에게서 남중행과 남경행 두 아들을 낳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행복하게 산다.

 

 

 허구적인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인물 구성에서 실존 인물인 이원익, 이항복, 이여송 장군 등의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켜 놓았음은 시대성을 표현해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였을 듯하다. 대체로 보아 전반부는 남주인공의 가족에 관한 사건이고, 후반부는 남주인공의 포로 생활과 그의 파란만장한 고행담을 엮어 놓았다. 이 작품의 구성상의 특색은 고대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포로 생활을 표현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남윤이 포로가 되어 왜국중국만주를 거쳐 조선으로 귀환하는데, 고전소설에서 이러한 해외체험은 처음으로 보이는 모습이다. 특히 적국에 포로로 끌려가 적국의 공주와 혼인하는 것을 표현해 놓은 소설은 이 작품뿐이며, 혼인 첫날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도 독특한 구성법이다 남윤ㆍ이부인ㆍ옥경선ㆍ월중선이 옥황상제의 벌을 받고 인간 세계로 내려온 공동운명체로 설정되어 그들의 의식을 꿈으로 묶어놓고, 왜국에서 탈출도 공주의 힘을 빌리게 하는 도선적 구성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사건의 진행을 조직화하고 있다.

 

 

 

 

 작자는 현실에 입각한 표현을 해보려고 시대적 배경의 표현으로서 임진왜란의 정황을 간략하게 표현했다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이 포로가 되어 왜국에 가서 충절을 고수하다가 왜국 공주와 가연을 맺고 공주의 도움으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눈물겨운 고행담으로 다른 소설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독특한 점이다. 이러한 독창적이며 참신한 짜임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임진왜란 당시의 포로가 되었던 노인ㆍ강항ㆍ정희득 등의 체험적 기록인 <금계일기> <간양록> <월봉해상록> 등이 남아 있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당시의 체험에 도선 사상이 가미되어 소설로 형상화된 듯하다. 이부인ㆍ옥경선ㆍ왜국 공주의 관계에서 보면 이 부인은 전형적인 주부상으로, 옥경선은 정절을 생명으로 하는 자유연애의 표본으로, 그리고 왜국 공주는 국가를 초월한 사랑의 화신으로 형상화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