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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영영전(英英傳)』

by 언덕에서 2019. 5. 28.

 

고대소설 영영전(英英傳)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 애정소설로 1책으로 구성되며 한문 필사본으로 <상사동기(相思洞記)> <상사동전객기(相思洞餞客記)> <회산군전(檜山君傳)>이라고도 한다. 조선 선조와 인조 연간에 쓰인 것으로 추측되며, 현재 국립중앙도서관본을 비롯하여 5, 6종의 사본이 전한다.

 이 작품은 지체 높은 귀공자가 궁녀를 열렬하게 사랑한 사연을 담은 애정소설이다. 소년 선비 김생이 왕족 화산군의 시녀 영영을 온갖 파란 끝에 아내로 맞게 된다는 내용으로, 스토리가 <운영전>과 유사하여 동일 작자설까지 논의된 바 있으나 사실여부는 알 수 없다. <운영전>의 비극적 결말과 달리 이 작품은 남녀의 지상결합으로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진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에 따라 <운영전>의 전기1적 성격이 『영영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효종 때로 1470년 경으로 장소는 중국이 공간적 배경이다. 성균 진사 김생이 있었는데 용모가 뛰어나고 쾌활하였다. 젊은 선비 김생이 하루는 성 밖 경치 좋은 곳에서 놀다가 취중에 한 미인을 발견하고 사모하는 마음이 생겨서 그 뒤를 따라가서 연의 집을 알게 되었다. 이후 김생 집안의 사내종인 막둥이가 미인이 사는 집 노파와 친하게 되었다. 상사동 어느 허술한 집으로 들어간 그녀의 정체를 수소문해 보니 이름은 영영이고 회산군의 시녀로 궁 밖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몸이었다. 김생은 상사병이 심해져서 그리움이 더해졌다. 막둥이가 노파에게 부탁하여 노파가 주선하여 영영과 만나게 되나 동침만은 거절당한다. 상사병이 들어 일어나지 못하던 김생은 여러 곡절 끝에 약속된 날 궁중에 몰래 들어가 영영과 하룻밤 운우의 정을 이룬다.

 이들은 만날 길이 없는 가운데 3년이 지났는데, 그리움으로 자결까지 하려던 김생은 과거를 보고 장원급제를 한다. 삼일유가2를 하다 회산군 집에 들어간 김생은 영영과 편지만 주고받는데, 이때가 영영이 모시는 회산군이 죽은 지 3년 된 날이었다.

 김생이 영영에 대한 그리움으로 앓아눕자, 회산군 부인의 조카인 친구 이정우가 김생의 사연을 말하여 영영을 보내주게 하였다. 김생은 벼슬도 사양하고 영영과 백년해로하여 여생을 보냈다.

 

 

 

 

  

 이 작품은 두 남녀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자결로 생을 마친 비극적인 <운영전(http://blog.daum.net/yoont3/11302350)>을 패러디해 희극으로 만든 듯하다. 특이한 점은 궁녀들의 폐쇄된 생활상을 드러내고, 삽입한 시와 함께 사실적인 표현, 생동적인 비유를 통한 절절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삼방요로기3>에 나타난 바와 같이 <유영전> <운영전>의 필사기가 대명천계(大明天啓) 21(1641)’인 것으로 보아 이 작품도 그 무렵에 이미 읽히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남녀 사이의 모범적인 사랑을 사실적인 수법으로 박력있게 그린 애정소설이다.

 17세기 초에 창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소설은 전기소설의 범주에 속하지만 조선 후기의 사실적인 소설 구조도 함께 취하고 있다. 빠른 내용의 전개나 유려한 문체로 표현된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배경과 구체적인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은 당시로서는 새롭게 선보인 면모일 것이다.

 

 

『영영전』은 작자와 창작 연대가 뚜렷하지 않다. 양반과 궁녀의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운영전」의 틀을 차용하였지만 「운영전」의 비극적 결말과는 달리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꾸어 놓았다. 뚜렷한 악인이 등장하지 않아서 소설적인 긴장미나 갈등의 정도가 약하고 애절함이나 비장함이 덜한 것이 약점이지만 행복한 결말과 자극적인 사랑의 묘사로 대중의 취향을 만족시켰을 듯하다.

 이 소설은 그간 「운영전」의 아류작으로 여겨지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현실적인 배경과 기법으로 「운영전」과는 또 다른 특색을 지닌다. 1907년 이해조가 연재한 한문소설 「잠상태」는 『영영전』을 번안한 작품이기도 해서 스토리의 틀이 꾸준히 주목받았음을 알 수 있다

 출세와 명망을 이루었지만 궁녀 영영을 사랑하게 되어 매우 정성스러운 삶을 펼치는 어느 총각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실적인 인물들과 배경, 달라진 사랑의 양상을 과감히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비유와 묘사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삽입 시가와 연서 등을 통해 문학적인 아름다움도 함께 맛볼 수 있다.

 

 

 

  1. (傳奇)「명사」 「1」 전하여 오는 기이한 일을 세상에 전함. 「2」 『문학』 중국 당나라 때 발생한 문어체 소설. 대체로 귀신과 인연을 맺거나 용궁에 가 보는 것과 같은 기괴하고 신기한 일을 내용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실려 있는 다섯 작품이 여기에 속한다. ≒전기 소설. [본문으로]
  2. 三日遊街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사흘 동안 시험관과 선배 급제자와 친척을 방문하던 일. [본문으로]
  3. 작자·연대 미상의 한문소설집으로 겉표지 제목은 ‘三芳要路記(삼방요로기)’로, 안 제목이 ‘삼방록’이다. 『삼방록』은 「왕경룡전(王慶龍傳: 일명 玉檀傳)」·「유영전(柳泳傳: 일명 雲英傳)」·「상사동기( 相思洞記: 일명 英英傳)」 등 여인의 순정을 주제로 한 세 소설을 묶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요로원기(要路院記)」를 덧붙였으므로 ‘삼방요로기’라고도 한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