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정(1707(숙종 33)∼1769(영조 45))의 그림 선유도
그물 낚시 잊어 두고
윤선도(尹善道 : 1587 ~ 1671)
그물 낚시 잊어 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헤어본고.
무단(無端)한 된바람이 행여 아니 불어올까.
조선시대 최고의 시인 고산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 중 ‘동사(冬詞) 5수’입니다. 현대어로 바꾸어 볼까요?
그물 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앞개울을 건너고자 몇 번이나 생각하였던가.
까닭 모를 강한 바람이 혹시 아니 불어올까.
<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는 윤선도가 65세 되던 해인 1651년(효종 2) 가을 벼슬을 버리고 보길도(甫吉島)의 부용동(芙蓉洞)에 들어가 한적한 나날을 보내면서 지은 노래입니다. 봄 노래(春詞)ㆍ여름 노래(夏詞)ㆍ가을 노래(秋詞)ㆍ겨울 노래(冬詞)로 나뉘어 각각 10수씩 모두 40수로 되어 있지요.
고려 때부터 전하던 <어부가(漁父歌)>를 이현보(李賢輔)가 9장으로 고쳐지었고, 다시 윤선도가 시조의 형식에 여음만 넣어 완성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시는 전해져 오던 조상들의 작품을 최종 마무리한 셈이겠군요. 이현보의 <어부사(漁父詞)>에서 시상(詩想)을 얻었다 하나, 윤선도는 그 한시구(漢詩句)의 어의(語意)나 어음(語音)에 상응하는 우리말로 전혀 새로운 자신의 언어를 능란하게 구사합니다. 속계를 벗어나 물외(物外)에 서서 자연에 합치한 어부의 생활을 아름답게 나타내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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