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오규원(1941~2007)
-MENU-
샤를르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위의 시를 다음과 같이 순 우리식으로 바꾸어 쓰면 어떨까요?
제목 : 이상(李箱 김해경)
-차림표-
김소월 800원
기형도 800원
이 상 800원
임 화 1000원
심상대 1000원
김태길 1200원
조 향 1200원
최재천 1200원
김용옥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李箱 또는 김해경
시인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요? 1200원에서 800원으로 떨어지는 두 갈래 가파른 길이 있습니다. 과학에서 문학으로, 그리고 이론에서 창작으로 내려가는 두 길인 것이지요. 거꾸로 선 메뉴판을 두고 선생과 제자가 마주앉아 있습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급전직하라고 말할까 망설이고 있네요.
"제자야, 청년실업이 대세인 이 판국에 꼭 돈 안 되는 시를 공부해야 하겠느냐?" 하면 첫 번째 길을 따르는 해석입니다.
"제자야, 넌 도대체 시라는 것이 ‘공부’ 가지고 되는 건 줄 아니? 타고난 게 있어야 한다. 너두 알지 않느냐?" 하면 두 번째 해석을 따르는 길이겠네요.
말하자면 이 시는 분명한 지식이 숭상되고 창조의 신비가 부정되는 세태에 대한 두 가지의 풍자입니다. 선생은 맹목적으로 시를 배우려는 제자에게 시에는 다른 종류의, 어떤 ‘밝은 맹목’이 필요하다고 말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카프카일까요? 답은 거리마다 카프카란 이름의 카페는 많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시인 자신이 카프카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겠네요. 그렇다면 한국적으로 변용시켜 '이상(李箱)'이라는 아주 이상(理想)적인 이름의 카페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305
'시(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물 낚시 잊어 두고 / 윤선도 (0) | 2012.08.06 |
---|---|
바다의 층계 / 조향 (0) | 2012.07.30 |
새벽부터 내리는 비 / 김승강 (0) | 2012.07.16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 마종기 (0) | 2012.07.09 |
서정의 장소 / 장이지 (0) | 2012.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