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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황석영 단편소설 『객지(客地)』

by 언덕에서 2011. 2. 11.

 

황석영 단편소설 『객지(客地)』 

 

 

 

황석영(黃晳暎. 1943~ )의 단편소설로 [창작과비평](20.1971.3)에 발표된 작품이다 . 이 작품은 1960년대 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인부들의 노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들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상상을 통한 등장인물 등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볼 수 있다.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라 생각하며 어떤 결단을 암시하는데 이는 현실을 앞서가는 혁명적 전위의 의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혁명적 전위의 의식을 앞세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을 지닌 세력과 의식의 형성을 명징하게 담아냄으로써 이 작품은 우리 소설사의 새로운 단계를 열었다.   『객지』는 1960년대 후반 바닷가 간척공사 현장을 배경으로 저임금과 부당한 처우에 시달리던 떠돌이 노동자들이 쟁의를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쟁의의 현장을 최초로 형상화해 1970, 80년대 노동소설의 선구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막노동판의 생리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대위’ ‘동혁’ ‘장씨’ 등 개성적이고 입체적인 인물, 치밀하게 직조된 플롯이 완벽하게 결합한 이 작품은 ‘한국 근대소설의 한 정전’이자 ‘문학과 세상이 서로를 가깝고 간절하게 부르고 껴안으면서 역사의 설레는 방향성을 이룬’ 한 시기의 빛나는 ‘이념의 성좌’가 되었다. 

 

소설가 황석영(1943~)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근대화의 깃발을 좇아 나라 곳곳에서 개발 사업이 벌어지던 1960년대 후반 바닷가의 어느 간척 공사장이다. 열악한 노동 조건에 반발하여 노동쟁의를 벌인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대신 새로운 노동자들이 이 공사장에 오는데 주인공인 동혁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동혁 등이 이곳에 올 때는 노동 조건이 좋다고 들었는데 실상은 전혀 반대다. 임금이 낮은데다 감독의 착취가 심해 노동자들은 오히려 빚에 시달려야만 하는 처지이다. 일이 험하여 부상을 당하기 일쑤이지만 회사에서는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다. 게다가 깡패들로 감독 조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강압적으로 다스리니 노동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부풀어 오른다.

 동혁은 불만에 가득 찬 노동자들을 규합하여 쟁의를 벌일 계획을 세우는데 마침 국회에서 답사단이 오기로 되어 있음을 알고 그때 쟁의를 시작하기로 한다. 그러는 가운데 극에 달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와 쟁의가 시작되지만 회사 쪽의 교활한 회유 공작에 막혀 결국 실패하고 만다. 주인공 동혁은 혼자 산꼭대기로 오르며 최후의 결전을 다짐한다.

 

1970년대 경인공단 사진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1970 년대 노동자의 노동과 투쟁의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노동소설의 문을 연 작품으로 꼽힌다. 대자본을 육성하고 수출 중심의 경제 성장 위주라는 파행적인 산업 정책으로 인하여 ,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을 감수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황석영은 이 작품에서 간척공사장의 노무자들이 자신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과정을 짜임새 있는 구성 위에서 사실적이고 긴박한 문체로 묘사함으로써, 산업화에 따른 현실적 모순과 열악한 노동자의 생활 및 그에 대항하는 민중의 저력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뛰어난 문학적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노동자계급의 비참한 현실을 폭로했다든지 노동쟁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든지 하는 현실에 대한 리얼리즘적인 형상화 때문만은 아니다작가는 노동자의 현실을 절실하게 파헤치는 동시에주인공 동혁을 비롯한 인간의 내면 심리에 대한 치밀한 추적을 늦추지 않고 세밀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개인적인 차원의 행위가 집단적인 행동으로 전화되는 과정을 도식적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내면 상황에 따른 미묘한 움직임을 기민한 통찰력으로 포착해 냈다. 특히 작가의 탁월한 점은 『객지』의 지향성이 노동자계급에 대한 단순한 옹호나 노동자의 투쟁이 승리한다는 환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는 무모한 관념적 선취를 절제하면서, 오히려 한 개인을 계급의 대표자보다는 자신의 계층을 뛰어넘고 상승하려는 폭넓은 상상력을 지닌 인간으로 파악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추구하고 있다.

 그리하여 객지』는 소외된 민중의 비참한 생활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탐구와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데 이르며, 이것은 바로 한 시대의 모순을 총체적으로 표출한 작가 정신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