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원 대하소설 『남과 북』
홍성원(洪盛原. 1937∼2008)의 대하소설로 1970년부터 5년간 [세대]지에 원고지 1만 매에 육박하는 내용을 「육이오」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이 작품 이후 홍성원은 대형 작가로 거듭난다. 이후 1977년 전 6권이 출판되었다. 종래의 6ㆍ25 전쟁문학은 어떤 인물이나 가계가 겪는 전쟁의 형태로 묘사되고 있었으나, 홍성원의 「남과 북」은 우선 등장인물에서부터 개별적인 개인들이 겪는 전쟁의 경험 경로가 다양하다. 홍성원은 6ㆍ25가 강대국들이 만들어낸 한국인과는 상관없는 전쟁임을 설규헌이란 사학자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 소설은 한국전 기간 동안을 시대적 배경으로 30여 명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갖가지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기자, 군인들, 지주, 의사, 브로커, 양공주, 전쟁고아, 건달 등이 각자 이 전쟁을 통해 벌인 지난한 투쟁 속에서 한국 전쟁은 영웅도 승자도 없고 오직 패자만이 있었던 비극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1977년에 전권이 출판되었던 작품인데, 그때 상황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문제를 다루고, 오래된 문장을 다듬어 다시 펴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6.25 전쟁이 발발하며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의 일상에 혼란이 찾아온다. 경민은 군가 소리에 비애를 느끼고, 박노익 하사는 전우를 잃으며 증오에 빠진다. 병원에서 신동렬은 밀려드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다.
전쟁은 점차 격화되고, 피난민 행렬이 이어지며 여러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삶을 살아간다. 효진은 아버지를 구하려고 박한익을 찾아가고, 여러 인물들이 전쟁의 혼란 속에서 가족을 잃거나 서로를 구출하려는 노력 속에 갈등을 겪는다.
박한익의 아버지가 구출되고, 인물들은 서로의 삶에 휘말리며 전쟁의 혼란과 개인적인 고난을 겪는다. 경민은 최선화와 관계를 맺지만, 그녀는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해 깊은 상처를 입고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박수익은 포로수용소에서 사형을 언도받는 등 각 인물들이 생사의 위기에 놓인다.
경민은 최선화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고, 전쟁 속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파괴된다. 박노익은 오발로 한상혁을 죽이고, 신동렬은 다리를 절단한 후 실명까지 하게 되어 자살을 결심한다. 전쟁의 상처가 등장인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1953년 휴전협정이 조인되며 전쟁은 끝난다. 중위로 진급한 모희규와 다른 인물들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며 남은 사람들은 전쟁의 상흔 속에서 살아간다. 도시는 재건되지만 전쟁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두꺼운 흉터로 남게 된다.
전쟁의 참상은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 잔혹하게 널려 있다. 거적에 덮여 방치되어 있는 병자(病者)의 시체들과 살기 위해 구걸하는 어린이들, 몸을 팔기 위해 외국 병사와 흥정을 하는 여인들이 거리를 온통 메우고 있다. 소영은 고아원에서 일을 하며 전쟁의 고통을 몸소 깨닫고 있다.
박노익은 이등중사로 진급되고, 모희규와 한상혁은 소위가 된다. 관옥이 생활고로 미군 부대 근처에서 미군의 조롱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 즈음, 전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전선과 협상 테이블의 양쪽에서 진행된다. 전선에서는 사기가 저하되고 휴전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진철을 데리고 사는 선화는 미군 부대 근처에서 몸을 팔며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을 추행한 미국 병사를 결코 잊지 않는다. 경민은 자신의 자식과 선화를 날마다 찾아다닌다.
강윤정은 남편 오영탁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전시에 어렵게 시간을 내 찾아간 그는 그의 부하였던 최완식 대위와 윤정이 불륜의 관계임을 알고 강윤정을 살해한다. 그리고 전선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내의 환영(幻影)에 시달린다. 전쟁이 직업인 그의 전투는 평범한 일과처럼 진행되고, 밤마다 찾아오는 공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로 진급한 박노익이 탈영을 한다. 그는 살아서 죽은 자를 슬퍼하기보다는 죽어서 산 자들에게 슬픔을 받는 쪽이 덜 괴롭다며, 죽은 자는 죽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산 자는 살아있기 때문에 찢어질 듯이 슬프고 괴로운 것이라며 외친다.
작가는 한국전 기간 동안을 시대적 배경으로 30여 명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갖가지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기자, 군인들, 지주, 의사, 브로커, 양공주, 전쟁고아, 건달 등이 각자 이 전쟁을 통해 벌인 지난한 투쟁 속에서 한국 전쟁은 영웅도 승자도 없고 오직 패자만이 있었던 비극이었다고 결론짓는다.
♣
종래의 6 25 전쟁 문학은 어떤 인물이나 가계(家系)가 전쟁을 겪는 형태였다. 그러나 홍성원의 「남과 북」은 개별적인 개인들이 겪는 전쟁의 경험 경로가 다양하다. 그리고, 작가 홍성원은 설규헌이란 사학자를 통해서 6 25를 강대국들이 만들어낸, 한국인과는 아무 상관없는 전쟁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또, 다양한 인물 설정을 통해서 전쟁은 어떤 명목, 어떤 형태로든지 인간성을 상실시키는 죄악이라는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전시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불공평한 예외적 일들과 전쟁에 직접 참가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쟁과 무관한 여인들과 아이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친다는 것을 상기시킴으로써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했다. 홍성원은 이 소설에서 전쟁은 어떤 명목과 형태로든 죄악이며, 인간성 상실이라는 주류를 지니고 각 인물들을 설정하고 있다. 즉,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있으며, 불공평한 예외적 조건이 전쟁에서는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음도 상기시킨다.
그는 전쟁의 피해는 비단 전쟁에 직접 참가하는 당사자에게뿐만 아니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여인들과 아이들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분단이라는 이름 자체가 무의미한 현실의 존재 가치로, 현존하는 사실은 전쟁이 만든 필연의 결과이며, 또한 치유가 되더라도 마음속에는 깊은 흉터를 만들고 있음도 결론적으로 말하고 있다.
'한국 현대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영 대하소설 『두만강(豆滿江)』 (0) | 2011.02.18 |
---|---|
이태준 단편소설 『달밤』 (0) | 2011.02.14 |
황석영 단편소설 『객지(客地)』 (0) | 2011.02.11 |
박태원 대하소설 『갑오농민전쟁』 (0) | 2011.02.07 |
권여선 단편소설 『분홍 리본의 시절』 (0) | 2010.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