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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송기원 중편소설 『아름다운 얼굴』

by 언덕에서 2009. 8. 14.

 

송기원 중편소설 아름다운 얼굴

 

 

소설가·시인 송기원(宋基元.1947 ∼ )의 자전적 고백을 담은 중편소설로 1993년 제24회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창작과 비평」 1993년 봄호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기 출신에 대한 자기 혐오가 문학에 대한 출발점이자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였음을 자전적인 고백을 통해 드러내는 작품이다. 송기원은 1947년 7월 1일 전라남도 보성군 조성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개가한 어머니를 따라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인한 방황으로 고등학교 때는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그러나 고등학교 재학 중인 1963년 고려대학교 주최 전국고교생 백일장에서 시 〈꽃밭〉이 당선되었다.

 1966년 서라벌예술대학 주최로 열린 백일장에서 시가 당선되어, 장학생 혜택을 받아 1968년 동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기를 자기 고백의 방식으로 표현한 중편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에 진학한 그는 1967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불면의 밤에>와 196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후반기의 노래〉(가작)가 당선되었다. 1970년 월남전에 자원했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나트랑 수송병원에서 지내다가 귀국하였다. 197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 회복기의 노래〉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경외성서>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1974년 '문학인 101인 시국선언'을, 1975년 대학에서 '대학인의 선언'을 발표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되었고, 1982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되어 다음해 시집 <그대 언 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를 출간하였다. 1985년 무크지 <민중교육.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으나 이듬해 석방되었다. 장편소설 <여자에 관한 명상>(1996)은 자전적 성장소설로, 1994년 출간한 <나에게 오라>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1997년 8개월간의 인도 및 미얀야 여행을 한 뒤로 불교에 심취하여 불교의 계를 받았으며, 1997년 이후 계룡산 암자의 토굴에서 집필에 전념한 적이 있다. 이외의 작품에는 <월행(月行)>(1979), <다시 월문리에서>(1984), <인도로 간 예수>(1995), <사람의 향기>(2003) 등이 있으며, 옥중의 체험과 뒷골목 기행을 그린 시집 <마음속 붉은 꽃잎>(1990)이 있다. 1983년 제2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으며, 1993년 <아름다운 얼굴>로 제24회 동인문학상과 2001년 제9회 오영수문학상을 받았다.

 

 

 

 

<아름다운 얼굴>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나에게 오라 > , 1996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앨범에는 내 사진이 없다.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하는 동안 면도날로 오려냈기 때문이다. 건달패이자 노름꾼인 아버지와 장돌뱅이 어머니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굶주림에 대한 동물적인 공포감, 피투성이가 되어서야 끝나는 사생결단의 부부싸움 속에서 자랐으나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자신의 출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었다. 잡초처럼 자랐지만 장터 특유의 낙천적인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커왔던 것이다.

 장돌뱅이 출신으로 처음으로 도청소재지의 고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자신의 비천한 신분을 깨닫고 1년도 못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건달패의 폭력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친척집에 은신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대한 무기로 문학을 알게 되고 복학하여 백일장을 휩쓸었다. 대학 시절에는 세상에 대한 무기로 위악을 배운다.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어머니가 자살하고 만다.

 나는 어머니와 처자식의 뒤를 봐준 문단 선후배의 권유로 출판사에 들어가 10년을 보낸다. 그리고 문학에 대한 감동보다는 상품성을 먼저 따지는 출판 경영인의 마음을 갖게 된 나는 또다시 자기혐오에 빠져 그곳에서 빠져나온다

 

<아름다운 얼굴>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나에게 오라 > , 1996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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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편소설 「아름다운 얼굴」에는 작가 송기원의 직접적인 체험이 기록되어 있다. 그는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살이를 했고, 그 와중에 어머니가 자살하고, 출옥 후에는 [창작과 비평사]에서 10년 동안 몸담고 있었다. 작가는 사생아이자 장돌뱅이, 건달패로 자라난 그가 문학을 동경하고 문학을 생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자기혐오에서 탈피하여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혐오 자체가 아름다움을 위한 싹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작가 자신에게는 가장 깊은 충격과 한이었을 어머니에 대한 죽음이 작품에서 잠깐 언급되어 있다.

 

 

 작가의 자기혐오의 옹호는 바로 그와 그 어머니가 몸담았던 사회, 하층민에 대한 사랑과 옹호를 말한다. 문학의 효용 중 가장 큰 부분이 감동이라고 한다면 진정한 작가는 내면의 상처가 크면 클수록 그것을 담아내는 그의 문학이 주는 감동 또한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송기원의 「아름다운 얼굴」은 세상에 대한 증오와 자기혐오를 위악으로 방어하던 한 인간의 내면이 마침내 이르게 된 진정한 자기사랑의 기록이다. 이 소설은 고고한 자세로 결론을 제시하려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히는 소설들,자신과 세계의 추악함을 날 것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과장된 조소'의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설들의 한계를 거뜬히 뛰어 넘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체험이 역사적 공공성이나 보편성을 획득하는 그 자리가 바로 소설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자리라는 것,그것을 알게 해주는 것도 이 소설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