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재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
강신재(姜信哉, 1924~2001)의 단편소설로 월간 [사상계] 1960년 1월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작가 강신재가 1959년 가을 [한국문협상]을 수상하고, 단편집 <여정(旅情)>을 출판한 직후에 탈고한 작품이기도 하다.
‘나(숙희)’는 이복 오빠인 현규를 남매로 느끼기보다는 이성으로 느끼면서 모호한 대로 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 규범상 용납되지 않는 일이므로 자연 숙희는 갈등을 겪게 되고, 현규도 같은 심리적 과정을 겪게 된다. 숙희는 괴로운 현실을 피하여 시골로 가지만 뒤따라 찾아온 현규와의 대화를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 구원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나 자신의 눈으로 볼 때는 별로 문제될 성질을 내포한 작품인 것 같지 않은데 여러 사람이 ‘젊은 느티나무’를 두고 얘길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것이 작가의 변이지만,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라 해도 좋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세계와 불화하는 여성 정체성의 문제에 대한 탐구를 현실적으로 심리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고 이를 감각적으로 이미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의 서정적인 문체와 관조적 시선, 지적인 분석력으로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서 어두운 욕망에 이르기까지 운명의 폭력성과 존재론적 한계를 줄기차게 탐문한다. <한국 전후 문제 작품집><한국 여류문학 전집><현대 한국문학 전집> 등에 살려 있고, 영화화도 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숙희)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와 함께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서 살고 있었다. 서울 모 대학 교수(므슈 리)와 어머니가 재혼한 후 '나'도 재작년에 서울로와 S촌에 있는 새 아버지의 집에서 살게 되고 새 아버지의 아들, 곧 이복 오빠가 되는 대학생 현규를 만난다. 그는 낯설어하고 어색해사는 '나'를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차차 오누이 아닌 오누이의 관계에서 현규를 오빠가 아닌 이성으로 느끼며 그를 사랑하게 되고 이는 뜻하지 않은 이 곳 생활의 고통이 되었다. 현규에 대한 사람에 죄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었지만, 그것은 엄마와 므슈 리, '나', 현규 모두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사이가 혈족이 아닌, 단지 스물두 살의 청년과 열여덟 살의 계집아이일 뿐이라는 진실을 부정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나'는 고뇌하게 된다. 그러던 중 '나'는 '나'와 지수 사이를 오해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현규에게서 '나'에 대한 현규의 사랑을 확인하고 기쁨을 느낀다.
그들은 행복감과 고뇌를 동시에 안은 채 오누이 관계에서 연인 관계로 깊어 간다. 그러나 갑자기 엄마가 므슈 리를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어 현규와 둘이서만 집에 있게 될 상황에 놓이자 '운명적 사건'을 예감한 '나'는 고민 끝에 서울을 떠나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간다. 그 곳에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현규가 찾아와 서로 진실된 감정을 지닌 채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미래를 약속하는 마음으로 각자 현재의 길을 걷자고 약속한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하고, 그가 떠난 후 젊은 느티나무를 껴안으며 이제 그를 더 사랑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 않다. 언제나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 쓰고 나오는 때면 비누냄새가 난다...'
한 편의 시와 같은 도입부로 시작되는 이 단편소설은 작가의 대표작으로서 재혼한 남녀 사이에 있는 이복 남매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의 감동은 줄거리의 특이성은 물론이려니와 표현의 섬세함에 있다. 순수하면서도 가슴 졸이는 사랑을 맛보게 한다. 또한 이 작품은 서술자인 '나'의 내적인 독백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에게 대해 깊은 마음의 말을 간직하고 있으나 쉽게 드러내 말할 수 없는 '나'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오빠 현규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 속 세계가 작품의 구심점을 이루며 사소한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하여 순수한 사랑으로 구상화된다. 강한 서정적인 성향으로 마음 속 세계를 응시하면서 깊은 안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사회 규범상 용납할 수 없는 사랑을 '윤리적 차원'에서 해결하기보다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청순한 감정을 깨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실의 고통과 아픔을 받아들이는 현규와 숙희의 의지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
이 작품의 기본 골격은 '만남'과 '떠남', 그리고 '만남의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열여덟 살의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숙희는 이복 오빠로 만난 현규에게서 '비누 냄새'처럼 상큼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은 사회적으로 금지된 사랑이기에 그의 곁을 떠난다.
현규가 숙희를 찾아가서 이들은 또 만나지만, 자신들의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다시 떠날(헤어질) 것을 약속한다. 그것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떠남이며 그래서 기쁨을 품은 슬픈 약속이다. '젊은 느티나무'는 두 여인의 약속을 듣는 증인이 되며, 꿈을 잃지 않는 젊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숙희와 현규의 애정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들의 감정의 흐름을 산뜻한 감각을 지닌 세련된 문장으로 표현함으로써, 이런 소재의 작품이 흔히 보이기 쉬운 신파조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사회 규범상 용납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의 갈등을 윤리적 차원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인물들이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소해 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사회 규범을 초월하는 사랑의 순수성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끝까지 맑고 청순한 사랑의 감정을 깨뜨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실의 아픔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숙희와 현규의 의지가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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