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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단편소설 『우아한 집념』 이병주 단편소설 『우아한 집념』 언론인 · 소설가 이병주(李炳注. 1921∼1992)의 단편소설로 1983년 3월 [문학사상]에 발표되었다. 이후 단편집 『우아한 집념』(2023년 바이북스, 2024년 현대문학 출간)에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의 본질을 새롭게 자각해 가는 한 인간의 내면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실존주의의 핵심인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는 명제는 이 작품 속 주인공 유현의 변화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유현은 한때 현실에 저항했던 언론인이자 지식인이었지만, 노년에 이르러 과거의 열정도 사명감도 잊은 채 무의미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옛 연인의 딸 혜숙이 찾아와, 어머니가 평생 그의 글을 스크랩해온 사실을 전하며 그의 존재가 한 인간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 2025. 7. 3.
쇼펜하우어의 시각으로 본 <어려울 때 돕는 친구> 일화 쇼펜하우어의 시각으로 본 일화 "진정한 인간관계가 성립되느냐, 성립되지 않느냐는 상대방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좌우된다. “ 옛날 옛적에 시골에 살면서 항상 붙어 다니는 두 청년이 있었다. 이들 두 청년은 날마다 깊은 산속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다. 산속에는 산짐승이 우글거리고 있어서 매우 위험했으므로 둘은 “우리는 어떠한 짐승이 나타난다 해도 도망가지 말고, 둘이 똘똘 뭉쳐 짐승들을 물리치자.”하고 굳게 약속했다. 어느 날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이들 두 청년에게 달려들었다. 이들 둘은 약속한 대로 합심하여 늑대를 죽였다. 늑대를 죽인 며칠 뒤에 또다시 멧돼지가 나타나 이들을 공격했다. 이번에도 둘은 똘똘 뭉쳐 멧돼지를 물리쳤다. 이렇게 짐승들을 물리치는 가운데.. 2025. 7. 2.
서머싯 몸 단편소설 『파티에 가기 전(Before the Party)』 서머싯 몸 단편소설 『파티에 가기 전(Before the Party)』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단편소설로 원제는 ‘Before the Party’이며 1922년 2월, 에 처음 발표되었다. 이후 1926년 단편집 에 수록되었다. 이 단편은 서머싯 몸이 영국 식민지 시대의 도덕과 위선을 주제로 쓴 대표적인 단편 중 하나로 작품의 배경은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 초반의 영국 중산층 가정아다. 동남아 식민지 지역으로 파견된 관리의 아내가 미망인으로 귀국한 후의 고백한 내용이 이야기의 내용이다. 주인공 밀리센트(Millicent)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에서 남편과 함께 살다가, 그의 의문사 이후 영국으로 귀국한다. 가든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옷을 .. 2025. 7. 1.
풍장(風葬) 1 / 황동규(黃東奎) 풍장(風葬) 1 황동규(黃東奎.1938∼ )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섭섭하지 않게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손목에 달아 놓고아주 춥지는 않게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군산(群山)에 가서검색이 심하면곰소쯤에 가서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잠시 정신을 잃고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손목시계 부서질 때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살을 말리게 해다오어금.. 2025. 6. 30.
파평 윤씨(坡平尹氏)가 잉어를 먹지 않는 이유 파평 윤 씨(坡平尹氏)가 잉어를 먹지 않는 이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족보가 가장 발달한 나라답게 여러 성씨들과 관련된 사연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선조들과 관련된 특정 동식물을 기피하는 성씨도 있다. 파평 윤 씨가 잉어를 먹지 않는 것, 경주 이 씨가 자라를 먹지 않는 것이 그런 예다 (경주 이 씨가 자라를 먹지 않는 이유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파평 윤 씨가 잉어를 먹지 않는 이유는 시조 윤신달(893 ~ 973) 및 후손 윤관 장군(? ~ 1111)의 설화와 관련이 있다. 파평 윤씨의 시조인 윤신달(尹莘達 : 893(진성여왕 7)∼973(광종 24))은 통일신라 말 고려 초의 인물로 파주군 파평면 늘노리에 있는 용연(龍淵)에서 태어났다. 화신(華莘)이라고도 불렸으며, 파평 .. 2025. 6. 28.
김유정 단편소설 『두꺼비』 김유정 단편소설 『두꺼비』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의 단편소설로 1936년 3월 [시와 소설]에 발표되었다. 단편소설 「두꺼비」는 해학과 풍자를 통해 인간 욕망의 허위와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한때 짝사랑하던 기생 옥화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이끌려 지인 두꺼비의 초대를 받아 그를 찾아간다. 그러나 두꺼비는 과거에도 주인공의 연정을 교묘히 이용해 이득을 취한 인물이며, 이번에도 그와 기생 채선이 함께 죽은 듯한 장면을 통해 인간 욕망의 파국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1930년대 도시 청년들의 무기력한 현실과 왜곡된 인간관계를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김유정 특유의 구어체 문장과 능청스러운 문체는 독자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죽음의 .. 2025. 6. 27.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黃東奎)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黃東奎. 1938∼ )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늘 그대 뒤를 따르던길 문득 사라지고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여기저기서 어린 날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성긴 눈 날린다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몇 송이의 눈. -시집 (1978)- 이 시는 투명한 명료성과 간결한 사생력(寫生力)으로 숨겨진 마음의 상태를 정교한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사물 자체의 정지와 움직임을 그대로 포착하면서 자신의 마음의 상태까지 살갑게.. 2025. 6. 26.
서머싯 몸 단편소설 『매킨토시(Mackintosh)』 서머싯 몸 단편소설 『매킨토시(Mackintosh)』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단편소설로 1910년 발표되었다. 라는 단편집에 수록되어 출판되었다. 이 단편집은 서머싯 몸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단순히 식민지 관리자의 부도덕성을 폭로하는 작품이 아니다. 식민지 체제 속에서의 인간적인 좌절과 자아의 붕괴를 그린 심리적인 드라마로서, 서머싯 몸의 문학적 깊이를 한층 더 확장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식민지 체제가 만든 그 시대의 구조적 억압과 개인의 도덕적 위기를 내면적으로 탐구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결국,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는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심도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서머싯 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독특한 심리적 갈등 구조를 나.. 2025. 6. 25.
김연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金衍洙. 1970∼ )의 장편소설로 2005년 겨울부터 200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되었다. 작가는 역사적 기록들의 틈새에 처박힌 개인의 진실을 파고들어, 역설적으로 ‘밝힐 수 없는 공동체’의 내면을 밝히고 있다. 작중화자 ‘나‘가 화양리를 걸어가다 들어간 한 서점에서 들춰본 어느 책의 한 구절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생은 자기 자신이 지배하는 것이다. 너의 인생을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맡기지 말라. 무엇보다도 네가 선출한 지도자에게는 맡기지 말라. 자기 자신이 되어라.” 이 장편소설은 개인의 기억과 역사의 파편들이 교차하며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91년 여름, '5월 투쟁' 이후.. 2025. 6. 24.
이병주 단편소설 『아무도 모르는 가을』 이병주 단편소설 『아무도 모르는 가을』 언론인 · 소설가 · 이병주(李炳注. 1921∼1992)의 단편소설로 1980년대 초반에 발표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아무도 모르는 가을』은 이병주 사후인 2023년 , 과 함께 발표된 단편집의 표제작으로 세 편의 소설 모두 강렬한 사랑과 인간의 집념을 테마로 한 작품이다. 단편소설『아무도 모르는 가을』은 1950년대 후반의 화자가, 일제강점기 시절의 동경 유학생 '나'와 친구 윤효준의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전개된다. 인간의 열정과 집념이 어떻게 삶을 이끌어가는지를 말하는, 이병주 특유의 서사적 깊이와 철학적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단편 중 하나다. 단편소설 『아무도 모르는 가을』은 한 여인의 삶과 사랑 그리고 이념의 갈등을 통해 개인의 비극과 시대적 아.. 2025. 6. 23.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무엇일까? 흔히들 북한은 ‘사회주의가 아닌 독재국가다’, 또는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신정일체(神政一體)의 국가다’고 말한다. 이 말은 현대 사회과학 이론에서 고찰해 볼 때 불변의 진리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어떻게 다른 건지 속 시원하게 설명하는 이는 드문 듯하다.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정치체제가 아닌 경제체제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공산주의의 반대는 자본주의이고, 민주주의의 반대는 왕정· 과두정·금권정·귀족정 등 국민에게 주권이 없는 모든 체제를 의미한다. 신문 지상이나 방송에서도 간혹 민주주의의 반대를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라고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 2025. 6. 22.
쇼펜하우어의 시각에서 읽은 이상(李箱)의 수필 『권태(倦怠)』 쇼펜하우어의 시각에서 읽은 이상(李箱)의 수필『권태(倦怠)』 시인 · 소설가 이상(李箱. 김해경. 1910∼1937)의 수필로 과 함께 평남 성천(成川)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여름날 한 벽촌(僻村)의 권태로운 풍경과 일상에 대한 사실적인 관찰이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자의식(自意識)과 내면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원래 한낮에서 밤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일곱 단락으로 짜여 있다. 제목 '권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생활 속에서 느끼는 권태가 핵심적 주제를 이룬다. 그러므로 작가가 마주치는 권태가 무엇 무엇이고, 또 무엇 때문에 그것이 일어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이 작품을 올바로 감상하는 지름길이다. 내용(요약하면).. 2025.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