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단편소설 『파티에 가기 전(Before the Party)』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단편소설로 원제는 ‘Before the Party’이며 1922년 2월, <The Cosmopolitan지>에 처음 발표되었다. 이후 1926년 단편집 <The Casuarina Tree>에 수록되었다.
이 단편은 서머싯 몸이 영국 식민지 시대의 도덕과 위선을 주제로 쓴 대표적인 단편 중 하나로 작품의 배경은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 초반의 영국 중산층 가정아다. 동남아 식민지 지역으로 파견된 관리의 아내가 미망인으로 귀국한 후의 고백한 내용이 이야기의 내용이다.
주인공 밀리센트(Millicent)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에서 남편과 함께 살다가, 그의 의문사 이후 영국으로 귀국한다. 가든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옷을 고치며 준비하는 중, 밀리센트는 가족과 함께 일상적 대화를 나누다가 남편의 죽음과 관련된 충격적인 진실을 털어놓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30년대 영국. 변호사 스키너는 목사 부부의 가든파티에 가족과 함께 참석할 준비를 한다. 그의 큰딸 밀리센트는 27세로, 부모는 그녀를 44세의 노총각 해럴드와 결혼시켰다. 해럴드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지역의 공사직을 맡고 있었지만 8개월 전 현지에서 의문사했다. 해럴드는 알코올성 정신병인 ‘진전 섬망’을 앓고 있었으며, 술을 끊지 못하고 업무도 소홀히 하여 상사에게 경고를 받았다. 결혼 전 그는 술을 끊을 듯 행동했고, 상사도 그의 직위를 유지하기 위해 아내를 데려오라고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결혼 이후 해럴드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현지인들의 빈축을 샀다. 밀리센트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그는 술을 끊지 못하고, 아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2년 만에 다시 술을 마시고 쓰러져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밀리센트는 충동적으로 남편을 살해한다. 이후 그녀는 남편이 자살한 것처럼 꾸미고 사고사로 위장한다.
그녀는 그 사실을 숨기고 살아오다, 가든파티에 가기 전 가족에게 진실을 고백한다. 그녀는 “나 혼자 너무 오랫동안 짊어진 짐이에요. 이젠 다 같이 짊어질 때가 된 거죠”라고 말하지만, 아버지 스키너는 “너처럼 이기적인 사람도 없다”며 질책한다. 혼란에 빠진 가족은 결국 아무 일 없었던 듯 가든파티로 향한다.
밀리센트는 남편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함으로써 진실을 묻지만, 내면의 죄의식은 그녀로 하여금 그 진실을 가족 앞에 폭로하게 한다. 그러나 가족들은 도덕적 판단보다 체면과 사회의 눈을 더 우선시한다. 그녀의 고백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의로운 행동이 아니라,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이기적인 폭로’일 뿐이다. 밀리센트의 남편 해럴드는 제국의 관리로서 식민지에서 무책임하고 타락한 삶을 살았고, 그 이면을 결혼으로 포장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영국 제국주의의 무능과 도덕적 타락을 비판한다. 특히 영국인의 체면 문화와 '인도적인 척'하는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등장인물 중 스키너 변호사는 이성적이고 윤리를 따지는 척하지만, 딸의 고백이 가문의 체면을 손상시킬까 두려워한다. 그는 법을 다루는 사람이지만 도덕적 진실에는 침묵한다. 주인공 밀리센트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남편에게 학대를 당했지만, 궁극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후 죽음을 위장하고 가족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녀는 양심과 감정의 격동 속에 진실을 토해낸 인물로, 서머싯 몸 특유의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인간상'을 구현하고 있다. 밀리센트의 여동생 캐슬린은 언니의 고백을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런 말은 하지 말라”며 현실 도피적 태도를 취한다. 이처럼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적 진실보다 공적 위신을 우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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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센트의 고백은 가족 구성원들을 도덕적 혼란에 빠뜨리며, 이 과정에서 서구 식민주의자들의 이중적 윤리의식,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떠안는 책임과 죄책감 그리고 가족이라는 집단의 억압적 구조가 드러난다.
서머싯 몸은 이 작품을 통해 ‘정상’으로 보이는 영국 중산층 가정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과 위선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특히, "이제 다 같이 짊어질 때가 된 거죠."라는 밀리센트의 말은, 여성 개인의 죄책감이 아닌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 속의 스키너 부부의 가정은 겉으로는 품위와 예의를 중시하는 중산층 가정이지만, 실상은 도덕적 혼란과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밀리센트는 자신의 죄와 고통을 온전히 홀로 감당해오다가 결국 폭발하고 마는 여성이다. 반면 식민지 관리였던 남편은 무능과 폭력, 알코올 중독의 전형이다. 이 작품은 문제의 인물이 가정을 책임지도록 방치한 제국주의 영국 사회의 무능도 고발된다. 이로서 식민지의 폭력성이 고발된다. 이 작품은 이후 여러 번 연극화 및 라디오 드라마,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각색되었으며, 특히 BBC의 1956년 및 1983년 드라마화 되어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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