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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유정 단편소설 『두꺼비』

by 언덕에서 2025. 6. 27.

 

 

 

 

김유정 단편소설 『두꺼비』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의 단편소설로 1936년 3월 [시와 소설]에 발표되었다. 단편소설 「두꺼비」는 해학과 풍자를 통해 인간 욕망의 허위와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한때 짝사랑하던 기생 옥화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이끌려 지인 두꺼비의 초대를 받아 그를 찾아간다. 그러나 두꺼비는 과거에도 주인공의 연정을 교묘히 이용해 이득을 취한 인물이며, 이번에도 그와 기생 채선이 함께 죽은 듯한 장면을 통해 인간 욕망의 파국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1930년대 도시 청년들의 무기력한 현실과 왜곡된 인간관계를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김유정 특유의 구어체 문장과 능청스러운 문체는 독자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죽음의 정적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이 작품은 웃음 속에 감춰진 인간 내면의 비루함과 허무를 예리하게 포착한 김유정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영화 <청춘의 십자로>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학교 시험공부에 몰두하던 중, 한때 친하게 지냈던 ‘두꺼비’가 자전거를 타고 불쑥 찾아온다. 그는 오늘 밤 한 시간 뒤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부탁만 남기고 황급히 사라진다. 나는 이 친구와의 오랜 관계를 떠올린다. 기생 옥화를 짝사랑하던 나는 두꺼비의 말에 속아 그의 중개에 기대어 마음을 전하려 했고, 선물까지 건네며 애썼지만, 번번이 헛걸음만 했던 과거가 떠오른다.

 이제는 그런 우스운 일에 다시 휘말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혹시나 옥화가 마음을 바꾸었거나 두꺼비가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이끌려 약속 장소로 향한다. 그러나 그의 집에 도착한 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한다. 두꺼비와 기생 채선이 방 안에서 나란히 쓰러져 있고, 그들의 입가엔 콧물과 거품이 엉겨 있다. 이를 본 옥화의 어머니는 장죽통으로 두꺼비의 머리를 후려친다. 이야기는 이 기묘하고도 섬뜩한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소설가 김유정 ( 金裕貞 . 1908 ∼ 1937)

 

 김유정의 단편소설 「두꺼비」는 사랑에 눈먼 청년과 그를 교묘히 이용하는 한 친구 그리고 ‘기생’이라는 존재를 둘러싼 당대 청년들의 허위와 욕망, 사회적 위상을 풍자적으로 풀어낸 문제작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모의 어느 기생을 향한 주인공의 순진한 열망과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두꺼비’의 간계가 놓여 있다.

 옥화의 어머니가 두꺼비의 머리를 후려친 이유는 기생 채선과의 추잡한 관계로 딸의 명예를 더럽히고, 모욕을 준 두꺼비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모성적 충격 반응의 표출이다. 이 장면은 김유정 특유의 풍자와 감정의 급전개 그리고 시대적 여성상에 대한 비판적 통찰이 결합된 대목으로 읽을 수 있다.

 작품은 우선, 김유정 특유의 구어체 문장과 능청스러운 문장 리듬을 통해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의 청춘 풍속도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주인공의 내면 독백과 회고 형식으로 전개되는 서사는, 과거의 치욕스러운 사랑과 우정의 배신을 천연덕스럽게 풀어내면서도 점차 불쾌하고 위태로운 긴장감으로 나아간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두꺼비와 채선이 함께 죽은 듯한 광경은, 익살로 포장된 이야기 속에 숨겨진 비극적 진실을 급격히 드러냄으로써 독자에게 강렬한 충격을 안긴다.

 

 

 두꺼비는 일견 우스꽝스러운 별명으로 불리는 작중 인물이지만, 실상 그는 인간관계의 비열함과 위선을 구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기생 옥화를 매개로 주인공의 순정을 교묘히 이용하고, 경제적 이득까지 취하며 우정을 가장한 기만을 지속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채선과 함께 의문의 죽음에 이르게 되며, 인간 욕망의 파탄을 육체적 몰락이라는 방식으로 겪는다.

 이 작품은 김유정의 유머와 풍자, 해학과 비극이 가장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화류계”라는 당대의 현실 공간을 배경으로 청년 남성의 허위의식과 기생들의 존재 조건을 보여주며, 당시 도시 빈민의 욕망, 좌절, 도덕적 파산을 농축해 담아낸다.

 이 소설은 단순한 희극도, 흔한 교훈담도 아니다. 사랑과 성, 우정과 탐욕, 유혹과 파멸이 겹겹이 얽힌 이야기를 통해, 김유정은 인간 내면의 비루함과 그 끝에 남는 허무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마지막 장면의 정적은 웃음 뒤에 남는 서늘한 여운으로, 김유정이야말로 해학 너머의 비극을 가장 능란하게 다룬 작가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