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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훈민정음기원설(訓民正音起源說)

by 언덕에서 2007. 11. 13.

 

훈민정음기원설(訓民正音起源說)

 

 

【여러 기원설】

 

▶발음기관 상형 기원설

  <원본 훈민정음>의 <제자해>에서 <正音二十八字 各象其形而制之>라 하고 초성글자의 기본글자는 이들을 발음할 때의 발음기관을 본떠 제자하였다고 하였으며, 중성글자의 기본글자는 天, 地, 人 三才를 본떠 제자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여 모든 <正音字>가 그 음이 발음될 때의 발음기관의 상태나 작용을 본떠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이 기원설이다. 종래 신경준, 홍양호, 최현배 등 가장 많은 학자들이 이 설을 주장했다.

 

▶고전(古篆)기원설

  1940년에 <원본 훈민정음>이 다시 세상에 알려지기 이전에도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훈민정음에 관한 기사를 볼 수 있어서, 이 기원설이 생기게 되었다. 세종실록 세종 25년 12월조(권 제102,42장)에서는 <是月上親製諺文二十八字, 其字倣古篆>이라고만 기록되어 있어서, 고전 기원설이 나오게 되었고, 역시 세종실록에 기재되어 있는 최만리 등의 훈민정음 창제 반대 상소문에도 <字形雖倣古之篆文>(세종 26년 2월)이라고 있어서, 이 설을 더욱 뒷받침하였다. 또 세종실록의 세종 28년 9월조에 실려있는 정인지의 훈민정음 서문에서도 <象形而字倣古篆>이라고 하여 이 기원설의 근거가 되어 왔는데, 다만 <象形而字倣古篆>은 <상형>과 <자방고전>을 분리시켜 생각하여, <상형>은 제자 방식을 말한 것이고, <자방고전>은 최만리가 지적한 대로 자형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범자(凡字) 기원설

  조선 성종 때의 성현이 그의 <용제총화>에서 훈민정음을 <其字體 依梵字爲之>라고 만한 이후로 광해군 때의 이수광이 그의 지봉유설 권 18에서 <我國諺書字樣 全倣梵字>라고 말하여 범자 기원설이 생겼는데 주로 자체의 유사성을 가지고 말한 것이다. 그 뒤 영조 때의 황윤석이 그의 <韻學本源>에서 <我訓民正音淵源..... 而終不出於梵字範圍矣>라고 하고 1930년대의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 등 국내외 몇 학자들이 이 설을 주장하였으나 근래에는 말하는 이가 없게 되었다.

 

▶몽고자(蒙古字) 기원설

  조선 숙종 때의 이익이 그의 성호사설에서 훈민정음이 몽고글자와 같은 것이라고 하였으나, 그의 설명은 몽고글자와 파스파글자를 구별함이 없이 혼동하여 말한 것으로 보인다. 순조 때의 류희도 그의 언문지에서 <我世宗朝命詞臣 依蒙古字樣..... 以製 諺文雖刱於蒙古 成於我東>고 했다. 이런 몽고자 기원설 가운데서 파사파글자와 훈민정음의 자체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최근에도 일부 학자에 의하여 더 구체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범자와 몽고자 기원설

  이 기원설은 이능화가 그의 조선불교통사에서 주장한 것으로서, 훈민정음 창제 때 중국의 자모법을 참고하였으므로 훈민정음의 자모적인 성격은 중국 자모법의 근원이 되는 인도의 범자에서 온 것이고, 훈민정음의 자체는 범자에 의거하여 만든 몽고자의 변체라고 하였다.

 

▶고대문자 기원설

  영조 때의 신경준이 그의 <韻解訓民正音> 서문에서 <東方舊有俗用文字>라고 한 것과, 기타 碑文등의 글을 가지고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도 고대 문자가 있었으며, 훈민정음은 이를 이어 받아 개량한 것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태극사상 기원설

  훈민정음 창제 당시 그 학문적 배경이 되었던 성리학을 확대 해석하여 훈민정음이 성리학의 바탕이 된 역학의 원리에 의하여 창제되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기원설은 훈민정음이 역의 기본원리나 생성원리에 의하여 제자되었을 뿐만 아니라, 역리와 결합되어 있는 상수의 개념이 훈민정음 창제 때 상형으로 나아가게 하였다고 주장한다. 신경준의 운해훈민정음은 역학의 상형설에 바탕을 두고 훈민정음의 자형을 설면한 것이지만 초성자는 음양, 오행 등의 원리를 가지고 설명하고 중성자는 역학의 기본이 되는 태극설을 가지고 설명했다.

 

▶창문 상형 기원설

  서양 학자 에칼트가 주장한 것으로서, 훈민정음의 모든 글자가 우리 고유 가옥의 창문을 본떠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하였다. 우리 나라 가옥의 창살은 우연히 훈민정음 28자의 자체들과 비슷한 무늬가 많아서 이런 기원설이 나온 것이다.

 

▶기일성문도(起一成文圖) 기원설

   이 기원설은 자체의 유사성보다도 제자 방식을 가지고 훈민정음의 기원을 설명한 것이다. 훈민정음의 제자원리가 제자해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상형>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한자의 제자 방식의 기본이 되는 육서법을 본땄을 것이다. 그런데 송나라 鄭樵의 六書略에는 한 항목으로 <起一成文圖>가 있고, 여기에서 상형의 기본이 되는 자획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훈민정음 창제 때 이것을 참고로 하여 제자하였을 것이라는 설이다.

 

【태극사상 기원설】

   위의 여러 가지 기원설 중에서 가장 타당성이 있게 여겨지는 기원설은 태극사상 기원설이다. 여기서 태극사상 기원설의 타당성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다른 기원설들에 대한 비평을 살펴보기로 하자.

 

▶범자 기원설의 비평

  성현의 주창은 ‘훈민정음’의 반포된지 약 30년 만에 생긴 것이니,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주장을 하였을 것이지마는 “용제총화”에 그 근거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진언집”에는 한글의 여덟끝소리법이 범자의 여덟끝소리법과 일치함을 들었지마는 한글의 여덟끝소리란 것은 결코 ‘훈민정음’의 근본원리에서 생긴 것은 아니다. 곧 정인지 등의 ‘훈민정음해례’에도 명백히 말한 바와 같이 모든 첫소리가 다 끝소리로 되는 것임을 인정함이 원리원칙이로되, 다만 편의를 좇아 ㄱ,ᅌ,ㄷ,ㄴ,ㅂ,ㅁ,ㅅ,ㄹ의 여덟자로써 통용할 따름이다.

 

▶고대글자 기원설의 비평

  조선 역사책의 적발을 상고하면, 조선에 고유한 고대글자가 있었음과 또 그것이 일종의 소리글인 듯함이 추측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도무지 정확히 그 유물이라 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처지에서, 그 추측되는 고대글자로써 한글의 밑뿌리라 함은 너무 막연한 설이라 할 수 있다.  

 

▶발음기관 본뜸 기원설 비평

  이 기원설은 발음할 때 혀와 입의 모양을 그대로 문자로 만든 것이다. <>는 소리가 입안의 복판에서 나는 것이므로 가로도 아니요, 세로도 아닌 <>꼴로 만들고 <ㅡ>는 소리 낼 적에 입안의 좌우로 캥기는 맛이 있음으로 가로 획으로 <ㅡ>꼴을 만들며 <ㅣ>는 소리 낼 적에 혀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맛이 있으므로 세로인 <ㅣ>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 소리낼 적의 입과 혀에 반영되는 일종의 촉감을 본떴다는 결론에 불과하므로 문헌에 대한 뚜렷한 고증이 없다.

 

▶고전 기원설 비평

  훈민정음해례에 있는 정인지의 서문중 <象形而字倣古篆>이란 어구가 있는 데 이 어구가 고전 기원설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 어구를 그대로 해석하면 <고전을 본떠서 글자를 만든다>이다. 그러나 이를 달리 보기 위해 ‘字’와 ‘倣’자의 뜻풀이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겠다.

‘字’자에는 <ㄱ,ㄴ,ㄷ,>과 같은 음소적 낱자를 말하는 것과 <나, 감, 닭>따위 음절절 단위를 말하는 것이 있는 데 여기에서의 ‘字’는 첫 번째 뜻인 二十八字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해야 무리가 없을 듯 보인다.

  다음으로 ‘倣’자를 살펴보면 ‘倣’자에는 본받는 뜻은 물론 같다는 뜻도 될 것이고 모방한다는 뜻도 될 것이다. 고전 기원설 주창자들은 본뜬다는 뜻으로 보았고 이는 옳은 해석이라고 보아진다. 그러나 여기서 한자는 표의문자임을 상기해봐야 할 것이다. 즉 꼴을 모방하는 데는 ‘象’자가  쓰이고 ‘倣’자는 <방식>모방이라는 뜻을 가질 때 쓰인다. 그러므로 여기서 <象形而字倣古篆>은 <꼴을 본떠서 글자를 만들되 옛날 전자와 같다>고 번역이 되므로 고전의 자형이 아닌 글자 만들 때의 꼴을 본뜬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태극사상 기원설

  태극사상 기원설의 내용은 위에서 다른 기원설들과 함께 간략히 살펴보았다. 지금부터는 태극사상 기원설을 입증하기 위해 어떠한 근거로서 한글 二十八字를 생출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오행의 수(水)에 속한 목구멍소리 <ㅇ>은 목구멍 꼴을 본뜨고, 목(木)에 속한 엄소리<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치는 꼴을 본뜨고, 화(火)에 속한 혓소리 <ㄴ>은 혀가 윗니몸에 닿는 꼴을 본뜨고, 금(金)에 속한 닛소리 <ㅅ>은 니꼴을 본뜨고, 토(土)에 속한 입술 소리

<ㅁ>은 입꼴을 본뜬 것이다 하였으며 그리고 엄소리 ㅋ은 ㄱ에 비하여 소리남이 좀 거세게 남으로 한 획을 더하고 첫소리 ㄴ에서 ㄷ, ㄷ에서 ㅌ과 입술소리 ㅁ에서 ㅂ, ㅂ에서 ㅍ과 닛소리 ㅅ에서 ㅈ, ㅈ에서 ㅊ과 목소리 ᇰ에서 ᇹ, ᇹ에서 ㅎ로 됨이 그 소리의 다름에 따라 한 획 또는 한 점씩을 더한 뜻이 다 같다 하고 반혓소리 <ㄹ>과 반닛소리 <ᇫ>만은 역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으나, 그 형체를 다르게 하였을 뿐 획을 더한 뜻은 없다는 것이며, 다시 물이라는 만물을 희생시키는 근원이 되는 고로 오행 가운데에 가장 큼을 말하고 목구멍이라는 소리나는 당문이 되므로 오음 가운데에 목구멍이 주장임을 표명된 바 있다.

  가운소리의 기본 글자에 대한 하늘, 땅, 사람 즉 사람의 머리, 발, 몸길을 본뜬 <, ㅡ,ㅣ>석자가 으뜸이 되어 다음 여덟소리를 만들었다.

  <ㅗ>는 <>와 같되 그 꼴인즉 <>와 <ㅡ>가 합하여 이룬 것인 바 하늘과 따이 처음으로 사귀는 뜻을 취한 것이다. <ㅏ>는 <>와 같으니 <ㅣ>와 <>가 합하여 이루어지고 하늘과 땅의 일함이 사물에 나타나 사람을 기다리어서 이루는 뜻을 취한 것이며 <ㅜ>는 <ㅡ>와 같되 <ㅡ>와 <>가 합하여 이룬 것으로서 또한 하늘과 따이 처음 사귀는 뜻을 취한 것이고 <ㅓ>는 <ㅡ>와 같고 사람을 기다리어서 이루는 뜻을 취한 것은 <ㅏ>와 같음을 말하였으며 <ㅛ,ㅑ,ㅠ, ㅕ>의 둥글이 둘인 것은 두 번째 남(再出)의 뜻을 취한 것이요, <ㅗ,ㅏ,ㅛ,ㅑ>의 둥글이 위와 바깥쪽에 놓인 것은 그것이 하늘에서 나와서 양이 되는 까닭이요, <ㅜ,ㅓ,ㅠ,ㅕ>의 둥글이 아래와 안쪽에 놓인 것은 그것이 땅에서 생기어 음이 되는 까닭이며, <,ㅡ,ㅣ>의 석자가 여덟소리의 첫머리인 동시에 <>가 다시 석자 중 가장 꼭대기가 된다고 하였다.

  이렇게도 중성과 초성이 오직 삼재오행에 근본되어 있되 삼재의 하늘에는 사람의 머리를 배속시키고, 땅에 발을, 사람에 몸길을, 또 오행의 水에는 목구멍을, 火에 혀를, 木에 엄니를, 金에 이를, 土에 입술을 각각 갈라 붙이어 그 취상 연유이며 소리의 이치 등 해설이 뚜렷하므로 그 밑뿌리가 음양 오행의 모체인 태극이라 할 수 있다.

  태극사상 기원설을 가장 타당성 있게 보는 이유는 태극이 우리 사상의 기본인 유교사상의 기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리의 글을 만들 당시 그 글 속에는 우리 선조들이 가장 중시여기고 생활의 근본이 되는 사상이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위의 설명에서 본 것처럼 태극에 맞추어 하나 하나의 음소가 과학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기원설들보다는 더 구체적인 설명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태극사상 기원설을 가장 타당성 있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