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울프 장편소설 『세월과 강물 (Of Time and the River)』
미국 소설가 토머스 울프(Thomas Wolfe, 1900~1939)의 자전적 장편소설로 1935년에 출판되었다. 전작『천사여, 고향을 보라 (Look Homeward, Angel)』의 후속 편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유진 갠트(Eugene Gant)의 성숙 과정과 자아 발견을 그린 서사적 대작으로 저자인 토머스 울프의 삶을 투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품 속에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열정적인 애정이 드러나 있으나 한편으로는 증오와 고통도 암암리에 나타나고 있다. 소설 속의 배경이 울프의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임을 바로 알 수 있도록 서술되어 있어 울프는 고향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고향에 대한 이러한 양가감정적(兩價感情的)인 애증은 이 작품과 울프 사후에 출판된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You Can't Go Home Again)>(1940)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토머스 울프는 혜성처럼 등장해 20세기 초반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선 소설가이다. 그의 첫 소설은 <천사여, 고향을 보라>라는 제목으로 1929년에 출판되었다. 책 출간 이후 문단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동시에, 소설의 자전적 내용이 고향 사람들에게 격한 반감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1930년부터 울프는 뉴욕 대학교를 사직하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오로지 글쓰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 후 같은 편집자와 함께 다시 5년이라는 길고 격정적인 시간을 쏟아부어, 연작 장편소설인 『시간과 강물』과 단편소설집 <죽음에서 아침으로>를 1935년에 출간했다. 두 번째 장편은 상업적으로 더 성공했으며, 1937년에 마침내 고향 애슈빌에서도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유진 갠트가 고향을 떠나 대학교로 향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유진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 차 있다.
대학교에서 유진은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켜 나간다. 그는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뉴욕에서 그는 더 넓은 세상과 접촉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유진은 인간의 존재와 삶의 목적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사랑과 상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에 대한 인식을 키워간다. 그는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특히 아버지의 죽음과 그로 인한 감정적 충격을 겪으며 인생의 무상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그의 내면적 갈등은 더 깊어지고 그가 꿈꾸던 작가로서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듯 보인다.
유진은 삶의 의미를 다시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진은 시간의 흐름이 가져오는 변화와 그것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깊이 고민한다. 삶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그의 노력은 차라리 눈물겹다. 그는 시간과 강물처럼 흐르는 삶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려 애쓴다. 작품은 유진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며 작가로 사는 삶을 선택하고 새로운 출발을 결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 소설은 작가의 삶과 극히 흡사한 작중 주인공 유진 갠트의 성장 과정을 작가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투영하고 있다. 울프는 어린 시절, 대학 시절 그리고 작가로 사는 삶을 소설 속에 담아내면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울프는 웅장하고 감각적 문체를 사용하여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몰입시킨다. 그의 문체는 때로는 시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소설은 예술가로 사는 삶을 고뇌하는 유진 갠트의 모습을 통해 예술가의 창조적인 고통과 예술과 삶의 관계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울프는 예술가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독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예술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위대한 가치도 고백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 유진 갠트가 죽음을 앞두고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보여준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삶의 유한함을 받아들이고 삶의 가치를 더욱 깊이 깨닫는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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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과 강물』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고독과 상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 유진 갠트는 토머스 울프의 자전적 인물이다. 작가는 자신이 인생에서 겪은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창작했다. 이 소설은 토머스 울프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인간적 통찰과 독특한 문체가 어우러져 인간이 겪는 내면세계와 그 복잡성을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소설은 시간과 변화라는 보편적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주인공 유진의 인생 여정을 통해 인간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의미를 찾는지를 그려내었다. 사랑, 상실 그리고 자기 발견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내면적 고뇌와 삶의 본질을 파노라마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토머스 울프는 애석하게도 1938년 9월 15일, 결핵성 뇌수막염을 이기지 못하고 3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 그가 남긴 엄청난 양의 유고는 하퍼앤드브라더스 출판사의 편집자인 에드워드 애스웰의 손을 거쳐 장편소설 <거미줄과 바위>(1939),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1940), 단편 및 미완성 소설의 일부를 모은 <언덕 저 너머>(1941) 등으로 출판되었다. 그와 울프와 퍼킨스의 사연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마이클 그랜디지 감독, [지니어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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