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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윌리엄 포크너 단편소설 『헛간, 불태우다(Barn Burning)』

by 언덕에서 2024. 12. 16.

 

 

윌리엄 포크너 단편소설 『헛간, 불태우다(Barn Burning)』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1897∼1962)의 장편소설로 1958년 발표되었다. 미국 남부 농촌을 배경으로 가족의 충성심과 도덕적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이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도덕적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는데 포크너 특유의 복잡한 심리 묘사와 남부 사회의 계층적 불평등을 깊이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또한 이 소설은 포크너의 전형적인 남부 고딕(Southern Gothic) 문학의 특징을 보여준다. 남부 사회의 부패와 폭력을 다루는데 음울한 분위기와 비극적 인물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서술했다.

 포크너의 작품 세계는 아예 ‘요크나파토파 사가(Yoknapatawpha Saga)’라고 불릴 만큼 격동하는 미국 남부의 풍경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성’은 그의 소설을 이해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우표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무수히 많은 이야기로 넘쳐 났다”라는 작가 자신의 회고처럼 미국 남부는 다양성으로 들끓는 미국 내부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자리를 차지한다. 보통 미국이라 하면, 흔히 북부(뉴욕)나 서부(캘리포니아) 지역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남북 전쟁 당시 노예제 반대를 지지하고 산업 중심이 된 북부와 달리, 거대한 농장을 경영하는 대지주 사회가 깊숙이 뿌리박혀 있던 남부는 전쟁과 재건, 노예 해방과 산업화의 물결을 겪으면서도 과거의 환영을 간직한 곳이다.

요크나파토파 사가의 지도, 포크너의 책을 출판한 출판사에서 이 가공의 도시 지도를 만들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법정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사토리스 스넙스(줄여서 "스파티")의 아버지 애브너 스넙스가 다른 농장주의 헛간에 불을 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스파티는 법정에서 증언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증거 부족으로 애브너는 무죄 판결을 받는다. 이후 가족은 새로운 장소로 이사 간다.

 새로운 농장에서 스넙스 가족은 드 스페인 대령이라는 부유한 지주 밑에서 일하게 된다. 애브너는 드 스페인의 대저택에 갔는데 고의로 새 양탄자에 흙을 묻혔다는 이유로 손해 배상을 요구받는다. 애브너는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 상황에 분노하지만 배상하기로 약속한다.

 대령의 갑질에 분이 풀리지 않은 애브너는 대령의 집 헛간을 불태울 계획을 세우며 복수를 다짐한다. 스파티는 아버지가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불을 지르는 행동에 대해 내적으로 갈등을 겪는다. 한편, 스파티는 아버지에 말을 따라야 한다는 가족애와 남의 집에 불을 지르면 안된다는 도덕적 선택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도덕적 분기점에 선 스파티는 대령에게 아버지의 범죄 계획을 알리고, 대령은 헛간을 지키기 위해 급히 나선다. 스파티는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어두운 숲속으로 도망친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암시하는 총성이 들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가족을 향한 충성심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의 도덕적 길을 선택하며 홀로 걷는 스파티의 모습에서 소설은 끝난다.

 

 

  포크너가 태어난 미시시피 주를 포함한 미국 남부는 인종 차별(흑인과 백인), 성차별(여성과 남성, 혹은 성 역할), 계급 갈등(대지주와 소작농, 그 속에 자리한 유산자와 무산자) 등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술적이고 주술적인 정신세계 또한 남부 문화의 중대한 축을 이루고 있다.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 남부의 산증인이자 목격자로서 다층적으로 얽히고설킨 차별과 갈등의 추악한 민낯을 고발하였다. 그는 시대와 불화하는 남부인들의 삶과 정신을 문학으로 조형해 내었다.

 매사 무모하고 무자비하고 무법적으로 생활하는 아버지 애브너를 보며 아들 사티는 혼란에 사로잡히고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애브너 스넙스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헛간을 불태우는 반사회적 행위를 반복한다. 그는 극도로 자존심이 강하지만, 그의 행동은 가족과 지역사회를 파괴한다. 아들 사토리스 스넙스(스파티)는 10살 소년으로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도덕적 자아를 찾는다. 가족에 대한 충성심과 도덕적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정의를 선택한다. 그의 선택은 성장을 의미한다.

 이들 부자에 대비되는 인물 드 스페인 대령은 부유한 지주로 사회적 상위 계급의 상징이다. 애브너와 대조적으로 그는 권위와 질서를 상징하지만 그 역시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

 포크너는 내적 독백과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인물의 심리 상태를 심도 있게 묘사한다. 특히 스파티의 내적 갈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단절되고 그의 심리적 고통이 두드러진다. 이는 독자가 스파티의 감정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서술 기법이다.

 

 

 포크너는 장편소설「헛간, 불태우다」를 통해서 미국 남부에 만연하던 대지주와 소작농의 계급 갈등을 다루었다. 주인공의 아버지 애브너는 소작농인데 늘 욱하는 성미를 참지 못하여 지주와 다투거나 송사에 휘말린다. 일말의 분노가 차오를 때마다 지주의 헛간(대규모 농장의 헛간은 저택만큼 크고 값비싼 농기구와 수확물, 가축 등을 보관한 곳이다)에 불을 지르는 애브너는 좀처럼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다. 그 결과, 가부장에 짓눌린 애브너의 가족들은 떠돌이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이 소설의 핵심 주제는 도덕적 갈등과 가족에 대한 충성이다. 스파티는 폭력적이고 복수심에 불타는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가 행하는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목격하면서 갈등에 빠진다. 결국, 스파티는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도덕적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는 가족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포크너는 이를 통해 개인의 도덕적 책임과 사회적 정의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남부 사회의 계급적 불평등을 배경으로 한다. 애브너 스넙스는 가난한 소작농으로 부유한 지주인 드 스페인 대령에 분노하고 있다. 그의 불 지르기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억압적 사회 구조에 대한 반항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폭력적인 방식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되지 않으며 이는 스파티가 아버지를 떠나게 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