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 프랑스 중편소설 『붉은 백합(Le Lys rouge)』
프랑스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의 단편소설로 1894년 발표되었다.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의 상류층 인물들이 사랑과 욕망, 질투와 번민 속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주로 육체적 사랑이 가져오는 이기주의와 잔인성을 탐구하는데 인간의 본성과 감정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등장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과 그 파괴적 속성을 심도 있게 다룬 점이 특징이다.
아나톨 프랑스의 작품들은 구성이 빈약하고 생동하는 창조적 상상력이 없다는 비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폭넓은 지식, 재치와 풍자, 사회정의에 대한 열정과 고전적 명료함 등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특징은 아나톨 프랑스가 드니 디드로나 볼테르의 전통을 계승한 작가임을 뚜렷이 보여준다. 프랑스는 192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테레즈 백작 부인은 상류층 사회에 속한 부유한 여인으로, 원래 르메닐과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테레즈 부인은 그 관계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권태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예술가적 감성을 지닌 조각가 드샤르트르를 알게 된다. 테레즈 부인은 그에게서 새로운 감정, 즉 전에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격정을 느낀다.
테레즈와 드샤르트르는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며 결국 사랑에 빠져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이들은 서로에게 깊은 열정을 느끼지만, 그들의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육체적 욕망과 소유욕에 가까운 관계일 뿐이다.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테레즈의 과거 연인이었던 르메닐이 다시 등장한다. 비록 테레즈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으려 하지만, 드샤르트르에게 르메닐의 존재는 그에게 끊임없는 불안과 의심을 안겨준다. 결국 드샤르트르는 테레즈를 혼자 남겨둔 채 떠난다.
『붉은 백합』은 격정적인 사랑이 가진 양면성을 다루고 있다. 육체적 사랑은 인간에게 강렬한 열정과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기심과 소유욕 그리고 파괴적인 감정이 내재해 있다. 이 작품은 테레즈와 드샤르트르의 관계에서 사랑이 단순한 감정적 교류가 아닌, 상호 소유와 지배 욕망으로 뒤틀리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지만 결국 그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파국을 맞이한다.
아나톨 프랑스는 이 소설에서 육체적 사랑의 본성을 탐구하며 그 속에 담긴 이기주의와 잔인성을 냉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드샤르트르가 테레즈를 떠나는 장면에서는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감정의 산물인지 그리고 과거의 그림자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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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의 격정은 순간적인 감정에 불과했으며 결국 잔인한 결말로 이어진다. 『붉은 백합』이라는 제목 자체가 사랑의 양면성을 상징한다. 백합은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하지만 붉은색은 열정과 파괴를 의미한다. 이 상징은 테레즈와 드샤르트르의 관계가 사랑이라는 미명 속에 감춰진 파멸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아나톨 프랑스는 모든 당파에서 떠나, 간소ㆍ중용ㆍ자연미를 숭상하고 예술적인 절도로 독자를 매혹게 하였다. 그 전아한 환상이나 섬세한 취미, 고아한 풍자, 명쾌하고 우아한 고전적 명문은 당시의 소설에 싫증을 냈던 독자들을 매혹시켰다. 사상적으로 몽테뉴 및 18세기 사상가의 회의주의의 영향을 받은 아나톨 프랑스는 편견ㆍ인습ㆍ과격을 싫어하였다. 1896년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으며, 192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피렌체를 무대로 한 연애소설로 당대 프랑스 상류층의 허위와 위선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예리하게 묘사한 점에서 문학적 가치를 지니며 프랑스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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