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희곡 『파우스터스 박사(Doctor Faustus)』
영국 극작가 C.말로(Christopher Marlowe. 1564∼1593)의 대표적 비극으로 1588∼1592년에 집필하였으며, 유럽의 파우스트 전설에서 취재한 작품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와는 달리 소극적(笑劇的)ㆍ풍자적 부분도 많다.
'파우스트 전설'은 괴테의 시극(詩劇), 토마스 만의 소설, 구노와 베를리오스의 음악 등 많은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파우스트란 인물은 15세기 말에서 16세기에 걸쳐 실존했던 '게오르그 파우스트'라는 연금술사와 전설적 인물 '요하네스 파우스트'라는 마술사의 행적을 종합하여 만들어낸 인물이다.
백과(百科)의 학문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파우스터스 박사가 마법으로 메피스토펠레스를 부르고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버리는 조건으로 24년간 극한적 욕망을 한껏 부린다는 내용이 그 줄거리인데, 특히 역사상 최고 미녀 헬레네의 환상을 보는 장면과 지옥으로 떨어져 가는 종막이 압권이다. 르네상스인의 영광과 비참함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독일의 철학자 파우스터스 박사는 논리학ㆍ의학ㆍ법학ㆍ신학 등의 학문 탐구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그는 대신 마술에 흥미를 느껴 숲으로 들어가 주문을 외며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메피스토라고도 함)를 불러낸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자기가 24년간 파우스터스 박사의 시중을 들고 박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는 대신 박사의 영혼을 마왕 루시퍼에게 팔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악마의 제의를 받아들인 파우스터스 박사는 마술을 몸에 익혀 용이 끄는 마차를 탄 채 하늘을 조사하고, 로마 법왕에게 마술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점차로 명성이 자자해지자, 독일 황제의 궁정에 초대되어 재주를 과시하기도 한다. 또한, 그리스 미녀 헬레네를 애인으로 삼아 관능적 쾌락에 한껏 빠진다. 그러나 어느덧 악마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버리자 파우스터스 박사는 절망과 후회의 독백을 남기고는 죽어버린다.
희곡『파우스터스 박사(Doctor Faustus)』는 주인공 파우스터스 박사가 악마와의 계약으로 자신의 영혼을 파멸시켜 버리는 내용의 비극 작품이다. 중세와 르네상스기(期)의 중간에 서 있는 한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작품으로, 인간이 지식을 절대적인 수단으로 믿고 진리에 도달하려고 하면, 결국은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 파우스터스 박사는 독일의 저명한 신학 연구가로 명망 있는 학자였으나, 자만심에 빠져 신에게 도전하기 위해 악마에 영혼을 팔아넘긴다. 그러나 영혼과 바꾸어 얻은 전지전능한 힘이 사실은 자신의 환상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점차 절망과 회한으로 괴로워하던 파우스터스 박사는 고통 속에 죽어간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터스 박사와의 계약 기간이 끝난 후 그의 영혼을 빼앗아 가는 악마이다(그러나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이 악마는 현대적 지성을 갖춘 악당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처음에는 악마도 자신이 신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파우스트를 유혹하여 파멸시키려 하다가 결국은 실패한다는 내용이다. 말로의 <파우스터스 박사>는 ‘파우스트 전설’을 문학화한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
놀라운 천부적 재능을 지닌 인물 파우스터스 박사는 극단적 상상력에서 탬벌레인과 바라바를 닮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위대한 존재는 환상에 불과하다. 환상의 기초는 파우스터스 박사가 열망했던 것과 영혼을 판 후에 그가 이루는 것과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이 연극에 대한 평가는 대조적이다. 즉, 우주의 섭리에 대항하는 파우스터스의 반란을 인간 정신의 위대성의 증거로 보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는가 하면, 이 연극이 인간의 한계와 그 한계를 부인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물론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과 구조로 미루어볼 때, 후자의 견해가 훨씬 무게를 지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파우스터스의 비극은 의미심장하고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결국 비극에 대한 말로의 작가적 인식은 「파우스터스 박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순수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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