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프트만 희곡 『한넬레의 승천(Hanneles Himmelfahrt)』
독일 자연주의 거장이며, 극작가인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Gerhart Hauptmann, 1862~1946)이 1893년에 발표한 희곡으로 <해뜨기 전> <외로운 인간들> <직조공들> 등의 자연주의 드라마에서 벗어나 상징주의 경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하우프트만의 과도기적 작품이다.
구성 수법은 자연주의를 따르고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몽환적, 낭만적 요소가 강한 서정극의 성격을 띤다. 1893년 베를린에서 초연되었다. 1896년 에리히 슈미트(Erich Schmidt)는 이 작품을 [실러상]에 추천했으나 황제의 반대로 수상이 거부되었다.
작품 구성에서 한넬레가 자살하는 동기라든지 하층 생활을 그리는 사회성 같은 부분은 자연주의적 색채를 띠지만 이 작품의 핵심 부분인 임종 직전의 꿈, 환상 부분은 상징적인 색채를 띤다. 이 작품 이전 하우프트만 특유의 사회비판적인 태도는 늘 사회적인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 작품과 같은 몽환극으로의 전환에 관해 당시 많은 사람들은 하우프트만이 변절하여 연극의 사회적 과제를 외면한다고 평가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폭풍이 부는 겨울밤, 교사 고트발트는 반쯤 얼어붙은 한넬레 마테른을 슐레지엔 지방 산동네의 가난한 집으로 데려온다. 한넬레는 알코올 중독자이며 폭력적인 의붓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에서 투신자살하려 했으나 산림노동자 자이델에 의해 구출된 어린 소녀이다.
구제소에서 의사와 교사, 그리고 관료들이 한넬레를 돌보지만 그녀는 환각만 볼 뿐이다. 그녀는 예수가 물속으로 자신을 불렀다고 말한다. 그녀의 두려움에 찬 몽환 상태에서 의붓아버지가 술에 취해 나타난다. 또한 한넬레의 죽은 엄마가 나타나 그녀에게 파라다이스로 들어가는 열쇠를 전해주고 세 명의 천사가 그녀에게 이승의 고통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린다. 한넬레는 천국의 신부들이 입는 옷으로 치장하고 유리로 된 관 속에 눕혀진다.
마을 사람들이 어린 천사인 그녀의 죽음을 애도할 때 그녀의 아버지가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그는 아름다운 죽음과 낯선 자의 말에 부드러워진다. 낯선 자는 교사 고트발트의 모습이다. 그는 소녀에게 파라다이스를 약속한다.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고 무대는 어두워진다. 다시 밝아진 무대에는 의사가 농가의 침대에 누워 있는 한넬레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죽음을 확인한다.
『한넬레의 승천』은 어린 소녀 한날레가 겪는 고통과 구원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한넬레는 가난과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로,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죽음을 통해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작품은 한넬레가 자살을 시도하고, 이후 그녀가 죽음의 문턱에서 천사들과 만나는 환상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결국 한넬레는 신비로운 승천의 경험을 통해 고통에서 해방되며 작품은 끝을 맺는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상징적 요소는 '승천'이다. 한날레의 승천은 단순한 죽음을 넘어서, 인간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영혼의 해방과 같은 상징성을 띠고 있다. 이 승천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초월하여 신성한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날레의 죽음과 승천은 단순히 비극적 결말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이 고통에서 해방되어 신성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한넬레의 천사와의 만남은 현실과 환상, 죽음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나타낸다. 이는 단순히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가 아니라,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궁극적인 구원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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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프트만은 『한넬레의 승천』에서 자연주의와 상징주의를 독특하게 결합했다. 작품의 배경은 현실적인 빈곤과 학대의 세계로 설정되어 있지만, 주인공이 경험하는 환상과 상징적 승천은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이는 한넬레의 현실적 고통을 강조하면서도, 그녀가 맞닥뜨리는 내면적이고 영적인 변화를 심화시킨다.
자연주의적 요소는 주로 한넬레가 경험하는 현실의 고통과 그로 인한 절망에 집중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징주의적 요소는 그녀가 환상 속에서 경험하는 신비한 세계와 승천의 순간을 통해 인간 영혼의 구원을 탐구한다. 이에 따라 작품은 단순한 사회적 비판을 넘어서, 더욱 보편적인 인간의 고통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넬레의 승천』은 하우프트만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그의 문학적 재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고통과 구원이라는 주제를 심오하게 탐구한다. 자연주의와 상징주의를 결합한 이 작품은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제기하며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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