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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헤벨 희곡 『유디트(Judith)』

by 언덕에서 2024. 7. 31.

 

 

 

헤벨 희곡 『유디트(Judith)』

 

 

독일 극작가(劇作家) 헤벨(Hebbel: 1813∼1863)의 5막 비극(悲劇)으로 1839년 완성되었는데 그의 처녀작이다. 1840년에 베를린의 왕족 궁정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구약성서 외경(外經) <유디트서>에 적장이 잠든 사이에, 그의 목을 벤 여걸 유디트의 얘기가 있는데, 이 여성의 심리적 분열과 거기에 대립하는 남성적 원리와의 갈등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구약성서> 가운데서 취재하고 있으나, 성격과 모티브의 설명에는 다분히 독창미(獨創美)가 풍기고, 그의 본령(本領)인 양성 문제(兩性問題)는 극히 대담하게 다루고 있다.

 과부(寡婦)이자 처녀(處女)인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운명의 소유자 유디트와 여성을 육욕(肉慾) 만족의 도구로 여기는 적장(敵將) 홀로페르네스와의 관계가 유대교와 이교(異敎)와의 투쟁을 배경으로 하여 박력 있게 전개된다. 선이 굵은 상징적인 문체로 심리묘사도 뚜렷하며, 구상(構想)도 파탄(破綻)이 없다. 특히 암시적이라 하더라도 일찍이 여성해방 문제를 취급한 그의 근대적 감각은 찬양할 만하다. 처녀작이지만, 천부(天賦)의 극작가임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여주인공 유디트는 위기에 처한 민족과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적장인 홀로페르네스에게 몸을 바치고 그를 죽인다. 표면적인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유디트의 홀로페르네스 살해 동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국을 구한다는 원래의 동기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 변화를 주목해야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과연 유디트를 행동하게 만든 힘은 무엇일까?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유대왕국의 귀부인이자 과부인 유디트는 용모가 아름다었고 먼저 사망한 남편은 그녀에게 많은 재산을 남겼다. 아시리아의 대장군 '홀로페르네스'는 유다(Judae)를 정복하려고 보병 12만 명과 긍병 1
만 2천 명을 이끌고 원정에 나서 바빌론 인근 평야 전체와 부족들을 정복하고 베툴리아를 공격한다. 34일 동안 포위당한 이스라엘인들은 기근과 갈증(홀로페르네스가 물공급을 차단)으로 항복하려고 할 때 유디트는 위기에 처한 유대 민족을 구하기 위해 결심한다. 유디트는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여 그의 신뢰를 얻고, 그의 진영에 접근하고, 홀로페르네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의 경계를 풀게 만든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에게 항복을 하는 척 하면서, 앗시리아 군에게 잔치를 베푼다. 
 

 홀로페르네스가 술에 취해 잠든 틈을 타, 유디트는 그의 목을 베어 그를 죽인다. 유디트는 시녀와 적진으로 가서 홀로페르네스의 환심을 산후 연회에서 마신 포도주로 만취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고 성벽에 걸어 놓았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가지고 돌아와 유대 민족에게 승리를 알리고, 그들의 영웅이 된다.

 

 

 

 헤벨의 『유디트』는 단순한 영웅담을 넘어, 유디트의 내적 갈등과 고뇌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순결과 명예를 희생하면서도 민족을 구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는 복잡한 인물로 그려진다. 사건의 윤곽은 성서 이야기와 거의 차이가 없으나 주인공의 성격, 행위의 동기, 갈등의 해결 방법 등은 원전과 다르다.

 성서에 따르면 유디트는 아시리아의 군주 홀로페르네스를 살해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구한다. 헤벨의 유디트는 자기 민족을 구하기 위해 자기의 정조를 바쳐가면서 이민족의 폭군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여 살해한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를 보자 적이라는 증오감과 남성적인 매력을 동시에 느낀다.

 그러나 홀로페르네스에게 그녀는 욕망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녀는 적장에게 몸을 허락하고 그를 살해한다. 살인 행위의 이면에는 애국적인 동기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명예가 더럽혀졌다는 데에 대한 복수심이 아울러 작용한다. 그녀는 동포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굴욕감에서 적장을 살해한 것이다. 유디트는 적장의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자기를 죽여 달라고 요청한다.

 자신을 신의 도구로 보는 그녀의 행동의 모든 종교적인 합법성에도 불구하고 유디트는 그녀의 주관성과 이기성에서 홀로페르네스에게 못지않게 끔찍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행동하는 개인과 그 경계를 넘는 개인이라는 대립 관계의 희생자이다. 그녀의 비극은 조국을 해방하기 위하여 일반적인 사회윤리, 즉 고귀한 여성의 성을 희생시켰다는 데 있다.

 

 

 이 작품에서 적장의 목을 베는 데까지의 줄거리는 성서대로이지만, 그 행동의 동기가 다르다. 유디트가 적장을 죽인 것은 동포 시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관능의 욕망에 약한 자신의 죄를 통감한 나머지, 그러한 자기에게 스스로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다분히 독창미가 풍기고, 그의 본령(本領)인 양성문제(兩性問題)는 극히 대담하게 다루고 있다.

 과부이자 처녀인 불가사의한 운명의 소유자 유디트와 여성을 육욕(肉慾) 만족의 도구로 여기는 적장(敵將) 홀로페르네스와의 관계가 유대교와 이교(異敎)와의 투쟁을 배경으로 하여 박력 있게 전개된다. 초인(超人)인 적장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은 유디트는 비탄(悲嘆)한 나머지 미치광이 같은 여자가 된다. 이 점이 바로 헤벨적인 비극관이다. 또한 이 작품은 철학자 니체 이전에 초인의 사상을 내세운 점, 암시적이라 사더라도 일찍이 여성 해방 문제를 암시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선이 굵은 상징적인 문체로, 심리묘사도 뚜렷하며, 구상도 파탄이 없다. 처녀작이지만, 타고난 극작가임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