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진 희곡 『마의태자(麻衣太子)』
유치진(柳致眞, 1905~1974)이 지은 희곡으로 1937년 [동아일보]를 통해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유치진의 역사소재의 첫 번째 희곡작품이다. 지상에 발표되었을 때의 제목은 ‘개골산(皆骨山)’이었으며, 전4막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1941년 3월 극단 고협(高協)의 창립 2주년 기념공연에서 <마의태자와 낙랑공주>로 개제되었으며, 1953년 10월 극단 신협(新協) 공연에서 제5막이 덧붙여지고 <마의태자>라는 제목으로 굳어졌다.
이 작품은 <자명고(自鳴鼓)> <원술랑(元述郎)> <처용(處容)의 노래> <사육신(死六臣)> 등 일련의 유치진 역사극의 시발점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토막(土幕)> <소> 등 그의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이 일제의 검열로 수난을 당한 끝에 역사극으로 전환을 시도한 실험적인 작품에 해당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백성들에게 ‘신라의 빛, 신라의 기둥’으로 추앙을 받던 마의태자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후고구려의 낙랑공주는 태자의 사나이다운 기개를 흠모하게 된다. 공주의 이러한 마음을 짐작하지 못하는 경순왕은 경순왕대로 공주를 사랑한다.
신라의 멸망을 막아보기 위해 마의태자는 두 차례에 걸쳐 왕건을 살해하려고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실패하고 공주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태자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는 공주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적왕의 딸인 낙랑공주를 사이에 놓고 경순왕과 마의태자 부자가 연적이 된다. 태자가 그의 연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을 뿐만 아니라 태자의 국운타개 방안이 왕건과의 사이에 불화만을 낳는다고 판단한 경순왕은 왕건의 신라 병탄책(倂呑策)에 동의, 신라 천년 사직을 왕건에게 넘겨준다.
광복기의 대표적인 희곡으로는 <조국>(1946) <자명고>(1946) <별>(1948) <흔들리는 지축>(1949) <원술랑(元述郞)>(1950) 등이 꼽히는데, 이 작품들에는 좌익 측에 대한 그의 비판의식과 당대의 사회를 읽는 현실인식 등이 선명하게 추출된다. 1950년대에는 한국전쟁을 체험하면서 그의 반공의식과 사회 비판의식이 희곡 작품에 혼재되어 드러나는 양상을 보여 준다. 그러한 작품들로 <조국은 부른다>(1951), <푸른 성인>(1952), <나도 인간이 되련다>(1953), <청춘은 조국과 더불어>(1955), <한강은 흐른다>(1958)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때에 이르러 유치진의 극작 기법은 다양화되는데, 이전의 사실주의극과 역사극에서 벗어나 영화, 음악, 무용 등을 원용하는 새로운 기법적 실험을 선보인다.
♣
이 작품에는 세 갈래의 인물군이 등장하고 있다. 겉으로 화친을 내세우나 속으로는 신라를 무혈병탄(無血倂呑)하려는 계략을 추진하고 있는 왕건을 비롯한 고려의 군신들, 고려 군신의 계략을 간파하고 이에 저항하는 마의태자를 비롯한 주전파, 고려 군신의 계략에 놀아나 왕건에게 투항하기를 주장하는 경순왕을 비롯한 투항파가 그 세 갈래 인물군이다. 이 세 갈래의 인물군은 신라의 국운을 둘러싸고 갈등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왕건의 딸인 낙랑공주와의 사랑문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유치진은 그의 <역사극집> 서문에서 이 작품의 소재 원천을 <삼국유사> 권2 ‘김부대왕조(金傅大王條)’에 두고 있다고 밝히고, 아울러 이광수의 소설 <마의태자>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입었음을 밝히고 있다. 신라 망국 애사에 사랑의 갈등을 곁들인 이 작품은 국가 존망의 역사적 사건을 역사적인 인식의 차원에서 다룬 역사극이기보다 역사적 사건을 햄릿적인 멜로드라마로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신라 망국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신라의 서울 경주를 친선방문하는 데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신라 경순왕 김부가 왕건에게 나라를 넘겨주는 과정(제4막)을 거쳐, 망국의 통한을 품은 마의태자가 개골산에 입산, 태자봉이 되는 것(제5막)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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