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내성 장편소설 『실낙원의 별』
김내성(金來成: 1909∼1958)의 장편소설로 1957년부터 [경향신문]에 연재하다 소설이 거의 끝날 무렵 작가 뇌일혈로 급사하여, 그의 딸이 부친의 유고를 다듬어 완간하였다. 1장부터 14장까지 구성되어 있고 후반부는 큰딸 김문혜가 아버지의 작업 노트를 바탕으로 집필했다.
김내성은 당대 최고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추리소설가의 길을 택했다. 1935년 일본 탐정소설 전문잡지 [프로필]에 <타원형의 거울>을 발표했다. 이후 탐정소설 작가로 이름을 알린 김내성은 한국 추리소설의 터전을 닦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초 추리소설 작가가 되었다. 김내성은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그중 『실낙원의 별』은 대중소설에까지 그 명성을 떨쳤고 그해 홍성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관객을 모았다.
김내성은 단편소설 <시유리(屍琉璃)>·<백사도(白蛇圖)>·<광상 시인> 등을 발표하여 순문학 쪽으로 진출하려는 의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해방 후에는 대중소설을 계속 썼다. 대표작 <청춘극장>과 드라마로도 제작된 <인생화보>는 소설의 대중성과 예술성의 통일을 추구한 것으로 당시 독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청춘극장>은 일제강점기 말기 청춘남녀의 애정과 독립투쟁상을 그린 작품이다. 그 밖에 여성의 허영심과 행복의 문제를 다룬 장편 <행복의 위치>, 속임수를 설정하여 결국은 결혼하게 되는 과정을 흥미 있게 그린 <인생 안내> 등의 작품이 있다. 그는 탐정소설에서 익힌 치밀한 구성력과 통속적 흥미를 융합시켜 본격적인 대중소설을 개척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소설가 강석운과 아내 김옥영은 네 남매를 거느린 화목한 부부였다. 어느 날, 석운은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러 가다가 청신한 여대생을 만난다. 알고 보니 전에 <칸나의 의욕>이란 감상문을 보내온 고영림이었다.
이것이 운명의 해후였다. 영림은 인생 문제 상담이라면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자기 올케를 만나 달라고 부탁한다. 올케는 병약한 몸인데 소녀 때 해수욕장에서 대학생 석운에게 느꼈던 연모의 정을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영림은 자신이 석운을 소유해 보고 싶고 그와 더불어 무엇이든지 속속들이 이야기해 보고 싶어진다. 꺼져가던 청춘을 다시 한번 불태워 보고 싶던 석운은 영림의 열풍에 몸을 던진다. 영림의 부모는 딸과 며느리를 다 차지하려는 이중인격자라고 석운을 욕하지만, 석운을 세검정으로 끌고 간 영림은 ‘존경 속에 애정이 싹텄다’라는 고백을 하고 만다.
어느 날, 영림의 오빠 영해가 베푼 파티에서 춤이 끝난 후 둘은 호텔로 들어가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들은 더 멀리 도피행을 하기로 하는데, 옥영은 남편에게 버림받자 애들을 버리고 집을 나가 버린다.
그 뒤, 석운과 영림은 심리적 갈등과 경제적 타격으로 고민하게 되고, 신문에는 ‘아버지, 어머니 돌아오세요.’라는 광고까지 나온다. 그래서 영림은 스스로 그를 떠나고 석운은 가정으로 돌아온다.
인생 문제를 사건구조의 치밀성과 대중적 관심에서 끌어내는 탁월한 솜씨 때문에 한국문학의 대중작가로 성공한 김내성은 “통속성과 대중성은 구별되어야 하는바, 통속성은 배척되어 마땅하지만, 대중성은 소설적인 문학성으로서 중요시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문학의 폭넓은 전개를 위해 김내성이 시도하고 주장했던 탐정소설이나 본격적인 대중소설이라는 분야는 순수문학 선호 경향이 짙은 문단풍토에 의해 아직도 김내성의 문학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다.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을 쫓는 의지와 거기서 오는 윤리적 파탄을 묘사하여 참된 인생의 낙원이 어디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이런 대중소설과는 성격이 다른 <유곡지(幽谷誌)>는 해방의 감격과 그에 얽힌 슬픔을 화전민 마을을 배경으로 그렸다. 해방은 감격만이 아니었던 사실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 <탐정소설가의 살인>·<연문기담(戀文綺譚)> 등의 작품이 있다. 김내성 소설의 뚜렷한 특징은 대중성에 있다. 문단에서는 그의 소설의 대중성을 높이 인정하여 [내성문학상]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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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출생의 김내성은 일본 와세다대학 독문과를 졸업하였다. 1935년에 일본에서 일본어로 쓴 탐정소설 <타원형의 거울>을 발표하였으나, 국내 문단에 등단하기는 1939년 <마인(魔人)>을 조선일보에 연재하면서부터이다. 이어 <가상범인> <백가면> <살인예술가> 등을 발표하여 탐정소설 작가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8ㆍ15 광복 후에는 <행복의 위치> <인생안내> <청춘극장> 등 주로 대중소설을 썼고, A.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번안한 소설 <진주탑(眞珠塔)>(1947)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1949년부터 집필한 <청춘극장>은 1952년 5월에 완료되어 독서계의 인기를 크게 차지하였다.
그 후 다시 <인생화보>를 간행하였는데, 이 소설 등에서 작자가 의도한 것은 이른바 소설의 대중성과 예술성의 통일을 희구한 소설로, 여기에서 하나의 실적을 거두었다. 그 뒤 「실낙원의 별」을 경향신문에 연재하다 지병으로 사망하였다. 김내성의 작품 중 <인생화보> <청춘극장> <애인> 등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관중을 모았다. 김내성은 13세의 조혼(早婚)에서 오는 인생적인 고민을 문학세계에서 해석하고자 한 것이 문학을 하게 된 동기라고 자술했다. 1957년 [경향신문]에 「실낙원의 별」을 연재하던 중 뇌일혈로 사망했다.
장편소설『실낙원의 별』은 사랑하는 사람을 쫓는 의지와 거기서 오는 윤리적 파탄을 묘사하여 참된 인생의 낙원이 어디인지 말해 주고자 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윤리적 파탄의 과정과 그 해결의 방법, 애정의 모럴을 주제로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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