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애 단편소설 『모자(母子)』
강경애(姜敬愛, 1907~1943)의 단편소설로 1935년 ‘개벽’지에 발표되었다.
강경애는 어릴 때 부친을 여읜 뒤 모친의 개가로 일곱 살에 황해도 장연(長淵)으로 이주하였다. 1925년 형부의 도움으로 평양 숭의여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했으나 중퇴하고, 서울의 동덕여학교에 편입하여 약 1년간 수학하였다. 이 무렵 그녀의 문학적인 재질을 높이 평가한 양주동과 사귀었으나 곧 헤어졌다. 1931년에 장하일과 결혼하고 간도(間島)에 가서 살면서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한때 [조선일보] 간도지국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나, 차츰 나빠진 건강으로 1942년 남편과 함께 간도에서 귀국하여 요양하던 중 작고하였다. 1931년 [조선일보]에 단편소설 <파금(破琴)>을, 그리고 같은 해 장편소설 <어머니와 딸>을 [혜성](1931)과 [제일선](1932)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다. 단편소설 <부자>(1934) <채전(菜田)>(1933) <지하촌>(1936) 등과 장편소설 <소금>(1934) <인간문제>(1935) 등으로 1930년대 문단에 독특한 위치를 확보한 작가이다. 일송정이 있는 중국 용정 비암산에 강경애문학비가 세워졌다.
이 작품은 만주사변이라는 전쟁과 독립운동의 어두운 모습과 한 여인의 운명, 그리고 1930년대 만주에서 살아가던 한국 농민, 촌락주민들이 직면한 현실을 보여준다. 죽어가는 여인이 임종에서 내뱉는 한탄과 살기 위한 투쟁으로, 단막극 또는 1인 독백으로 이야기 전개된다.
“우리가 아무리 살려고 갖은 애를 다 써도 결국은 못살게 되고 또 죽게 된다.”
이 작품은 밝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1930년대 한반도 북부와 남만주에서 살아가던 한국인의 존재, 특히 한국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1930년대 만주(滿洲) 용정의 한겨울이다. 주인공 승호 어머니는 병에 걸린 아들을 업고 남의 집에서 식모 일을 하다 쫓겨난 몸이다. 남편은 일본군 토벌을 피해 산으로 들어갔다가 객지에서 죽었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친정으로 향했지만, 계모의 구박으로 이내 쫓겨난다.
궁리 끝에 한약방을 운영하는 시형(媤兄) 네로 가지만 아기가 전염병인 백일기침을 앓는다는 이유로 손위 동서와 시아주버니로부터 쫓겨난다. 승호 어머니는 눈과 폭풍우를 피할 곳을 찾기 위해 마을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내내 어린 승호를 등에 업고 있다. 남편이 죽어 홀몸인 그녀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설 자리가 없어 더욱 고통스럽다.
갈 곳이 없어진 승호 어머니는 남편이 향했던 산을 생각해 낸다. 그곳에는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는 산속을 걷고 걸어도 인가는 보이지 않는다. 눈더미에 넘어져 눈에 파묻힌 그녀는 숨을 쉬기 위해 몸부림치다 정신을 잃는다.
그 와중에서 그녀는 남편의 죽음과 지금 자기네 모자의 죽음은 얼마나 차이가 있는 죽음이냐고 생각한다. 그녀는 얼떨결에 아들을 부르며 이 아들을 결코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만들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못다 한 사업을 이 아들로 완성하게 하리라고도 생각한다. 그녀는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이까짓 눈사태 같은 것은 아무 꺼릴 것이 없다고 부쩍 생각을 키운다.
단편소설 「모자」는 독립투쟁에 관한 이야기며, 그로인해 겪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다. 강경애 작가는 페미니즘 투쟁과 노동계급 및 하층민의 투쟁을 그린 작품들을 썼다. 단편소설 「모자」는 한국 민족주의 운동가 또는 독립운동의 고통과 투쟁을 보여준다. 1910년대에 시작된 일본의 식민주의 속에서, 한국은 1945년까지 고통받아 왔다.
이 작품은 한 어머니의 고통과 자식을 살리려는 한 어머니의 분투에 관한 이야기이다. 남편이 없는 어느 어머니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에 대해 초점을 맞춘 생생한 현장기록의 소설이다. 해체된 가족, 대가족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배경 이야기에서부터 날씨, 짧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승호 어머니’라고만 언급되는 주인공은 고통받고, 고통받고, 또 고통받으며, 저주받은 삶 속의 역경과 고난을 견디는 차갑고 우울한 이야기다.
♣
이 작품에는 일제강점기 만주로 이주한 고통받는 여성의 삶이 이백 자 원고지 46장의 짧은 단편 속에 녹아 있다. 강경애 작가는 중국 연변에서 살았다. 연변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1930년대 당시 지린성 내 한국계 사회의 중심지였다. 한반도의 북부, 특히 지린성의 겨울은 매섭고 혹독했으며, 수개월 간 마른눈과 영하의 추위가 몰아치고 시베리아 평원에서 불어오는 살을 에는 바람이 불어왔다. 가난과 집 없는 사람들, 폭풍우 속에 몸을 보호할 곳도 없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처지인 사람들. 이 모든 것이 강경애 작가의 글 속에 묘사되는 삶이다.
이 작품은 1935년 한 신문 지면에 한국어로 실리면서 한국 독자들에게 머나먼 만주 시골에서 겪은 한 여성의 고통을 전해준다. 한국인이 견뎌야 했던 빈곤의 이야기가 일제 식민지로 억압받고 있던 한국인들에게 전달됐다. 강경애 작가는 지금 여성들이 그렇듯 그 당시 여성들이 직면했던 현실을 조명했다. 우리가 보기 힘든, 아마도 볼 수 없는 세상을 글로 생생히 담아냈다.
'한국 현대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완서 장편소설 『도시의 흉년』 (0) | 2024.05.22 |
---|---|
현진건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 (0) | 2024.05.21 |
김광식 단편소설 『213호 주택』 (0) | 2024.05.15 |
김내성 장편소설 『실낙원의 별』 (0) | 2024.05.13 |
김정한 중편소설 『수라도(修羅道)』 (0) | 2024.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