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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엘리슨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인간(Invisible Man)』

by 언덕에서 2024. 5. 14.

 

엘리슨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인간(Invisible Man)』

 

 

미국 작가 엘리슨(Ralph Ellison.1914∼1994)의 장편소설로 1952년 발표되었다. 『보이지 않는 인간』(1952, National Book Award 및 Russwurm Award 수상)은, 인간성을 박탈당한, 이를테면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미국 흑인의 복잡한 괴로움을, 소외상황에 놓여 있는 현대인 일반에게도 공통되는 고뇌로서 상징적으로 묘사한 수작이다.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를 본보기로 해 소외당한 인간을 묘사하고 있다. <지하 생활자의 수기>는 전 2부로 된 장편소설이다. 제1부에서는 ‘지하실에 사는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중년남자가 추악한 존재 상황을 상징하는 지하실에 살면서 꾸미는 사변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제2부에서는 주인공의 회상인 ‘살아있는 생활’ 편인데, 그는 여기서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인간』은 엘리슨이 뉴욕 할렘에서 생활하며 집필한 작품으로, 주인공인 흑인 소년이 미국 남부에서 북부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통해 자신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깨닫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라이트의 권고를 받아 1945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7년 만에 완성한 엘리슨 생전의 유일한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인간』은 그동안 무시되어 온 흑인 문학을 가시적인 미국 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미국 흑인 역사의 배경하에 작가 자신의 자전적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 이름도 없는 주인공이 자기를 응시하는 눈으로 인간 존재의 깊은 곳을 보려고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내가 그렇게 된 것은 사람들이 나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흑인인 나는 아무도 자기를 인식하지 않자 할렘 가 근처에 있는 백인 전용 건물 지하실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보이지 않는 인간이 된 과정을 더듬어간다.

 처음에 나는 마을 집회에서의 연설, 눈을 가리고 흑인 소년들과 난투 복싱을 했던 고교시절을 떠올린다. 대학 3학년 때는 대학 이사 겸 은행가인 노튼 씨를 안내하여 흑인 타운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어느 흑인 소작인과 그의 딸과의 근친상간을 목격하게 되었다. 뉴욕에 나와서는 브라더 잭이라는 남자와 친해져 그가 소속한 ‘형제애단’에 가입하며 할렘 가(街)의 책임자가 되기도 했다.

 그때 나는 할렘 가 사람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가두연설을 계획하면서 남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반대파들도 있어 ‘형제애단’에서 쫓겨났다.

 가까이 지내던 클리프턴이 경관에 의해 사살되자 나는 추모연설회를 열었는데, 조직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행동했다는 이유로 할렘 가(街) 사람들은 나를 적대시하였다. 나는 나를 증오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변장해야 했으며, 인정이 메마른 ‘형제애단’을 분쇄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할렘 가의 폭동에 말려든 나는 쫓아오는 백인들을 피해 어두운 터널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하실이다.

 

 

  중편소설 『보이지 않는 인간』은 엘리슨이 뉴욕 할렘에서 생활하며 집필한 작품으로, 주인공인 흑인 소년이 미국 남부에서 북부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통해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현실을 깨닫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1930년대 학비를 벌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간 엘리슨은 그곳에서 흑인 문학계의 거장 랭스턴 휴즈를 만나고, 당시 [뉴 챌린지]의 편집장이던 리처드 라이트를 소개받는다. 당시는 대공황으로 미국의 경제와 산업이 황폐해지고 이에 따라 할렘 르네상스(흑인 문화 운동)도 재정 지원의 고갈로 그 힘을 잃어버린 시기였다. 다행히도 그는 뉴욕 연방 작가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흑인 사회의 풍속을 수집하고 기록하며 계속해서 창작 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는 리처드 라이트를 비롯한 당시 작가들과 친분을 맺으며 문학적 상상력을 키우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라이트의 권고를 받아 1945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7년 만에 완성한 엘리슨 생전의 유일한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인간』은 그동안 무시되어 온 흑인 문학을 가시적인 미국 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1940년대까지의 많은 흑인 소설들은 흑인들이 받는 불평등한 대우에 대한 항의와 고발을 주제로 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친 부조리와 고난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흑인 문학은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 채 고발, 항의, 증언의 경향을 두드러지게 보여 왔다. 그러나 엘리슨은 “소설은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극적인 탐구”이며, 단순한 인종적 항변을 서술해서는 예술의 보편적인 가치를 획득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 책에서 그는 항의와 고발보다는, 미국 흑인 주인공의 고난으로 점철된 인생이 어떻게 문학적 질서와 의미를 부여받아 예술로 전환되고 승화되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엘리슨은 이름 없는 주인공을 통해 미국 내 흑인의 상황을 보여 주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나아가 산업화되고 기계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소외되고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흑인들은 피부색으로 인해 개성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렸지만, 세계대전 후 산업화되고 기계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역시 개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이처럼 엘리슨이 추구한 예술적 목표는 자신이 흑인이기 때문에 경험해야 했던 사적인 진실에 기초하여 보다 보편적이고 공적인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엘리슨은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주인공은 “이십여 년이나 살고 난 후에야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비로소 살아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한 주인공은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과 보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려 한다.

 이 작품에는 ‘나’라는 1인칭으로만 표현되는 어느 흑인 대학생이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과정을 우회적으로 그리면서 미국 사회가 흑인을 존엄성을 가진 개인으로 대하지 않고 그저 ‘흑인’으로 뭉뚱그려 보는 현실에 대한 강한 저항 의식이 담겨 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그러나 에드가 앨런 포를 따라다니는 도깨비도 아니고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심령체 따위도 아니다. 나는 살과 뼈와 섬유질과 체액을 갖추고 있는 실체의 인간으로 정신까지 지니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다만 사람들이 나를 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의 주인공 ‘나’는 평범한 흑인 청년이다. 그러나 점차 사회에서 소외되어 간다. 사회는 그를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단지 흑인으로만 보고 있다. ‘나’는 미국 흑인들의 고통과 고뇌를 그리고 있으며, 더 나아가 현대사회의 인간 소외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