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타인벡 단편소설 『진주(The Pearl)』
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1902~1968)의 단편소설로 1947년 발표되었다. 자본과 노동의 갈등을 주요한 주제로 다루며 출발했던 그의 작품세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본질적인 문제인 인간과 자연, 서구와 비서구에 관한 질문으로 옮겨 갔다. 이 소설은 스타인벡의 이러한 주제 의식이 가장 간결하면서도 극명하게 표현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인간의 숨겨진 본능이라 할 탐욕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문제를 추적하여 강렬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스타인벡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과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지금 바로 우리 곁에서 일상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가장 급박한 상황에서 발견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값비싼 진주. 그것을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구분되지 않는 탐욕을 통해,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본성과 부끄러운 인간의 자화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소설은 1947년 시나리오로 각색해서 영화화되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각색하고 할리우드의 메이저급 영화사가 아닌 멕시코의 '에밀리오 페르난데즈' 감독에게 건네주었다. 1947년 [Venice Film Festival 촬영상], 1948년 [Ariel Awards], Mexico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남우주연상 수상, 1949년 [Golden Globes], USA 촬영상 수상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멕시코의 어느 바닷가에 가난한 어부 키노와 그의 부인 쥬아나가 한 오막살이에서 외아들 코요티토와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벽에 매달아 놓은 요람에서 평화롭게 잠자던 아들이 전갈에 찔리어 위급하게 되면서 치료비를 위해 카누를 타고 진주잡이를 나간 키노는 크고 훌륭한 진주를 발견한다.
이 소식이 온 마을에 퍼지자 진주를 탐내는 도둑들이 들면서 재앙이 시작된다. 아내 쥬아나는 진주를 버리자고 하나 키노는 이에 반대하고 다시 도둑이 들자 이번에는 도둑을 죽인다. 두 부부는 어린애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하나 이미 배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도둑들은 키노의 집에 불을 지르고 두 부부는 먼 길을 떠나지만 추적자들이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온다.
지친 부부가 동굴 속에 숨지만 어린아이가 우는 소리에 추적자들이 총을 쏘아 사랑하는 아들은 죽고 만다. 유령같이 따라오던 추적자들과 결투를 벌인 끝에, 키노는 그들을 죽일 수는 있었지만 진주 때문에 아들을 잃고 비통 속에 휩싸인다. 다시 자신들의 그림자를 밟으며 마을로 돌아온 키노는 재앙을 몰고 온 그 큰 진주를 바다 가운데로 힘껏 던져 버린다.
진주는 크게 원을 그리며 석양 속에서 반짝 빛을 내다가 푸른 바다에 떨어지는 대목에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1940년 <분노의 포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후 부와 명성을 얻은 스타인벡은, 작가로 데뷔하기 이전부터 관심을 두었던 문제에 눈을 돌렸다. 그러면서 급격히 산업화하여 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실상에서 부와 인간, 부와 사회, 인간과 사회, 서구와 비서구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멕시코 민화를 바탕으로 쓰인 『진주』는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극한의 상황에 부닥친 키노에게 진주는 더없이 큰 행운으로 다가왔지만, 동화 속 이야기처럼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스타인벡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과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지극히 사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로써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냉엄한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야기 구조나 등장인물에 집중하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헤아려 본다면 『진주』가 스타인벡의 어느 작품들보다 깊은 함의를 띤 수작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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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까운 남쪽 살리나스에서 태어나 멀지 않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하였고 소설 대부분을 고향을 배경으로 썼는데 이 작품은 태평양을 한참 남쪽으로 내려와 로스앤젤레스 아래 멕시코 지역의 코르테스 만에 연한 ‘라파즈’가 배경이다.
단편소설 『진주』는 인간의 숨겨진 본능이라 할 수 있는 탐욕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스타인벡은 진주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고통, 희망과 절망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스타인벡은 짧은 서문을 통해, 이 작품이 많은 사람에 의해 자주 이야기되고 있으며 그들의 가슴 깊이 새겨져 있는 우화라고 소개한다. 이 이야기가 인간의 보편적이고도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환기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값비싼 진주, 그것을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구분되지 않는 탐욕을 통해,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본성과 부끄러운 자화상을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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