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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최서해 단편소설 『고국(故國)』

by 언덕에서 2024. 4. 11.

 

 

최서해 단편소설 『고국(故國)』

 

 

최서해(崔曙海. 최학송. 1901∼1932)의 단편소설로 1924년 [조선문단] 창간호에 발표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짙게 반영된 이 소설에는 <탈출기>, <홍염>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간도(間島)를 유랑하면서 겪은 조선 유민(流民)의 극단적인 빈궁이 잘 반영되어 있다.

 1925년 계급문학운동의 조직체인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카프)에 가입한 후 <해돋이>, <전아사>, <홍염> 등의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이 가운데 <홍염>은 그의 문학세계를 종합한 대표작으로 서간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침울하고 장중한 묘사력을 보이고 있다. 1926년 글벗사에서 창작집 <혈흔>을 발간하였고, 1931년에는 삼천리사에서 <홍염>을 발간했다. [현대평론], [중외일보] 기자를 거쳐 [매일신보] 학예부장을 역임했다.

 최서해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주인공들의 살인, 방화, 파괴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현실, 처참한 빈궁과 가족들의 고통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최후의 자기 방어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최서해의 작품은 신경향파소설이 갖고 있는 관념적인 창작경향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신경향파소설이 계급갈등과 도식적인 해결방식을 보여주고 있음에 비해, 최서해의 작품은 극단적인 빈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해 가는 하층민의 계급의식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다.

 

최서해(崔曙海.최학송.1901&sim;193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큰 뜻을 품고 고국을 떠났던 '나운심'은 떠날 때의 마음과 달리 "나는 패자다."라는 부끄러움을 안고 5년 만에 고국으로 되돌아온다.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회령(會寧) 땅을 밟은 그에게 고국은 낯선 세상으로 보인다.

 여관비와 저녁 밥값마저 떨어진 '운심'은 점점 어두워 가는 거리를 홀로 걷는다. 그러다가 안경을 쓴 어떤 젊은이와 얼떨결에 회령 여관에 들어 밥상을 받는다. 그러나 밥을 먹으면서도 밥값을 치를 걱정에 가슴을 태운다.

 '운심'이 고국을 떠난 것은 3ㆍ1 운동이 일어나던 해 봄이었다. 처음에 그는 서간도(西間島)의 청시허라는 마을로 갔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을 견디다 못해서 이주해 온 사람이거나, 죄를 짓고 도피해 온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도덕도 교육도 없었다. '운심'은 이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또 아이들을 가르쳤으나 그 애들도 '운심'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슬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운심'은 다시 방랑의 길에 올랐다. 그러나 유랑의 길은 괴로움의 연속일 뿐이었다. 이때 만주에는 독립단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어느 날, 그는 독립군에게 정탐꾼으로 몰려 체포된다. 감옥에 사흘을 갇혀 있다가 혐의가 풀려 석방되자 독립군에 들어간다. '운심'도 한동안은 기뻤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군인 생활도 염증이 났고 독립군마저 해산되어 배낭과 총을 버리고 방향 없는 표랑 끝에 지금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운심'이 회령 여관에 든 사흘째 되는 날, 그 여관엔 '도배장이 나운심'이라는 문패가 걸린다.

 

일제시대 만주의 한인들

 

 최서해의 문장은 직설적이고 간결하며 박진력을 가지고 있다. 8년이라는 짧은 창작기간을 통해 발표한 30여 편의 작품들은 대부분 그가 몸소 체험한 것으로 일관되어 있으며, <고국>과 <탈출기> 등의 작품은 자전적 요소를 강하게 지닌 작품으로 꼽힌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거의가 ‘갖지 않은 자’들이며, ‘가진 자’들에게 도전하는 반항이 주제를 이루고 있다.

 최서해 문학의 특징은 빈궁 체험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7세에 간도로 건너가 유랑 생활을 하며 갖가지 밑바닥 삶을 몸소 체험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빈궁 체험은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고국(故國)」에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고국(故國)」은 주인공 '나운심'이 3․1 운동 이후 막연히 큰 뜻을 품고 간도(間島)로 갔다가 정처 없는 유랑 생활 끝에 뚜렷한 전망도 없이 5년 만에 귀국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주인공은 간도에서 야학을 하기도 하고 독립군에도 가담하였으나, 아무 일도 성취하지 못한 패배자가 되어 귀국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이러한 좌절을 통하여 나라 잃은 젊은이의 패배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는 우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운심이도 울었다. 애끓게 울었다. 어찌하여 울게 되었는지 운심이 자신도 의식지 못하였다. 한참 울다가 주먹으로 눈물을 씻고 돌아서 보니 그 아이는 그저 운다."

 이런 울음은 암울한 주제와 어울려 그의 소설의 한 특징이 되고 있다. 또, 이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극적 결말 제시 수법이다. 간도(間島)에서의 표랑(漂浪)이 그러했듯이 귀국의 길도 뚜렷한 방향과 전망은 없다. 그러나 회령 여관에 든 며칠 뒤 도배장이로 둔갑했음을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결말 제시 수법은 후일 그의 작품에 확산되어 발광, 살인, 방화 등 격렬성을 보이는 하나의 유형적 특징으로 발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