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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황순원 장편소설 『인간접목(人間接木)』

by 언덕에서 2024. 4. 15.

 

황순원 장편소설 『인간접목(人間接木)』

 

 

황순원(黃順元, 1915∼2000)의 장편소설로 1955년 1월∼1956년 12월까지 [새가정]에 연재되었다. 첫 발표 때의 제목은 <천사(天使)>였다. 1957년 [중앙문화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사회적 저항정신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부상으로 한 팔을 잃은 최종호가 김 목사에게 건네주는 갱생아의 자술서를 읽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에는 갱생원의 비리와 왕초의 독버섯과 같은 폭력과 사창가의 비정한 물욕이 잘 반영되어 있으며 정 교수를 지주로 하는 휴머니티의 발현과 새로운 질서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피 어린 삶의 자세가 잘 부각되어 있다.

 다른 작품 <카인의 후예>가 정치적 저항정신을 그린 것이라면, 이 작품은 ‘갱생 소년원’이라는 자선 사업 속에 벌어지는 온갖 사회악을 파헤친 일종의 사회적 저항정신을 나타냈다. 인간 본성의 선악관을 예리하게 추출하는 데에 작품의 주제가 있으며, 6ㆍ25 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겪은 이 땅의 어린 청소년, 즉 전쟁고아들에게 초점을 두어 당시의 암담하고 절망적이고 피폐했던 사회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현실의 책임이 청소년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적, 사회적 일체의 상황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해 주는 작품이다.

 

소설가 황순원 ( 黃順元 , 1915- 2000)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6ㆍ25 전쟁 때 포탄으로 팔에 부상을 입고 제대한 의무 장교 최종호는 은사의 소개로 고아원인 갱생소년원에 근무하게 되었다. 원장 한 씨를 비롯한 홍집사(경리), 목사 등은 오히려 고아들을 학대하고 치부만 일삼는다. 대부분이 전쟁고아인 아이들을 바깥거리의 왕초는 원아 중의 짱구대가리를 시켜서 부하로 삼으려고 한다.

 짱구대가리의 폭력과 바깥 세계의 유혹에 들떠 있는 고아들을 최종호는 인간적인 애정으로 선도하려고 온갖 정성을 다한다. 그러나 왕초는 어른들을 매수하여 친족으로 가장시켜 고아들을 하나둘씩 빼내고, 원장 한 씨는 미군 사령부 시찰을 계기로 원조를 더 받기 위해 경찰과 밀약하여 거리의 아이들을 강제로 붙잡아 수용시킨다. 이런 일에 최종호는 더욱 울분을 느끼고 고아들의 마음도 동요한다.

 고아 중의 김백석이라는 아이는 종로 3가 매음굴에 있는 누이를 알게 되고 최종호는 그들을 만나게 해 주며, 앓고 있는 누이를 입원시키나 곧 자살하고 만다. 그런 뒤범벅 속에 마침 최종호가 출타한 사이에 왕초의 유인에 걸려든 아이들이 탈출하려고 하다가 최종호의 설유로 중지된다.

 그러나 최종호가 잠든 사이에 탈출한 짱구대가리는 왕초에게 다른 고아를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고 하여 칼질을 당한다. 다친 짱구대가리를 최종호가 업고 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고아원의 아이들은 다만 ‘눈 같이 하얀 날개(천사의 날개)’보다 더 흰 것을 꿈꾼다.

 

 

 2층에서 일하다가 떨어진 아버지를 여의고 고아가 된 차돌이, 동생을 불장난하다가 죽이고 전쟁의 폭격으로 부모를 잃은 남준학, 평양에서 피난 오다가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김백석, 어려서부터 거지와 소매치기 노릇을 한 짱구대가리 등 모두가 6·25 전쟁이 낳은 비극적인 환경을 헤매던 고아들이다.

 이 작품은 부상으로 한 팔을 잃은 최종호가 김 목사에게 건네주는 갱생아의 자술서를 읽는 데서 시작된다. 이 고아들을 갱생원이라는 이름으로 수용하여, 미군부대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잇속을 챙기면서 허울 좋게 구제사업을 내세우고 있었다. 김 목사는 직조업을 하다가 6.25 때에 다 날아가 버린 것을 다시 일으켜 사회사업의 하나인 갱생원을 홍 집사와 같이하게 된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유 선생이 있는 반면에, 종호는 병원을 하면서 대학에 나가는 정 교수의 소개로 이 갱생원에 부임하여 무엇인가 원생을 새로운 천지로 이끌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 최선이 그대로 실천되는 것이 아니고 비리와 폭력과 부딪쳐 충돌하고 좌절하며 격분하면서 인간애의 정신으로 그것을 극복하여 다시 출발할 수 있는 낙원의 길목을 연다. 여기에는 갱생원의 비리와 왕초의 독버섯과 같은 폭력과 사창가의 비정한 물욕이 잘 반영되어 있으며 정 교수를 지주로 하는 휴머니티의 발현과 새로운 질서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피 어린 삶의 자세가 잘 부각되어 있다.

 

 

 김상일은 <황순원과 까뮈>에서 서로 영향관계를 실증할 수는 없지만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와 까뮈의 <이방인> 그리고 황순원의 「인간접목」과 까뮈의 <페스트>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보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등장인물과 대여성관계를 통해서 두 작품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후자의 작품에서는 기술태도와 작품에 나타나는 병원균의 동질성을 문제 삼아 그 유사성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근원적으로는 서구문학의 근저에는 그리스도교적인 원죄의식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데, 황순원의 작품에는 그러한 원죄의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게 두 작가를 비교 검토한 이유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문학적 연구 방법론의 치밀성이나 구체성에 한계를 내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