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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오 헨리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

by 언덕에서 2023. 12. 23.

 

 

오 헨리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

 

 

미국 소설가 오 헨리(O Henry. 1862∼1910)의 단편소설로 1906년 발표되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원제는 ‘The Gift of the Magi’, 즉 ‘동방박사의 선물’이다.

 오 헨리는 예수의 탄생을 예견하고 선물을 가져온 동방의 현자는 이름 그대로 현명했을 것이므로, 어떠한 문제가 있어도 교환할 수 있는 선물을 가져왔을 것이나, 짐과 델라와 같이 그렇지 못한 선물을 주고받더라도 현자의 선물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 헨리는 평생 오직 단편만 280여 편을 썼는데, 빈틈없는 구성과 독특한 문체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단단한 플롯을 바탕으로 넘치는 기지와 유머, 페이소스로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가다가, 인생의 진실함을 결말 부분에서 갑자기 보여 준다. 이런 변화가 주는 재미 때문에 대중의 인기가 높으며, 영화화된 작품도 많다.

  현재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경제적인 여건보다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교훈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불가리아 영화  [The Gift of the Magi], 2013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짐과 델리라고 하는 미국의 젊은 부부이다. 이 부부는 서로를 마음속 깊이 아끼며 사랑했다. 그러나 형편은 몹시도 가난했다. 가난하고 불편한 생활이지만 두 사람은 각자 귀중한 보물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아내 델리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금발을 가지고 있었고, 남편 짐에게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금시계가 있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무렵, 델리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 주고 싶어 주머니를 털었다. 그러나 1달러 87센트 동전이 전부였다. 델리는 생각다 못해 아끼는 자신의 금발을 잘라 팔아서 남편 짐의 금시계에 걸맞은 시곗줄 하나를 샀다. 왜냐하면 남편이 가지고 있는 금시계에는 시곗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녁이 되어 짐이 돌아왔다.

 그 아름답게 출렁이던 아내 델리의 머리카락이 잘린 것을 보고 짐이 깜짝 놀라자, 델리가 말했다.

 “당신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가 시곗줄을 사 왔어요.”

 그 말에 짐도 안주머니에서 부스럭거리더니 포장지에 싼 물건을 하나 꺼내 놓았다. 아주 값비싼 머리빗 한 세트였다. 아내의 출렁이는, 아름다운 금발을 빗으라고 남편 짐이 자기가 물려받은 유일한 금시계를 팔아 사 온 것이었다.

 

영화 [O Henry's Full House] 중 <크리스마스 선물>, 1952년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주님의 은혜가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묘사한, 매우 감동적인 작품이다. 작품의 서두는 다소 경쾌한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에게 뭔가 선물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다. 그러나 집안에서 부부가 만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된다. 머리칼을 자른 부인에게는 머리빗이 소용없고, 시계를 팔아 버린 남편에게는 시곗줄이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부인은 곧 머리칼이 자랄 것이라고 남편을 위로하고, 남편 또한 조촐하나마 크리스마스 잔치나 벌이자고 말한다.

 19세기말 미국의 한 도시에 사는 한 가난한 젊은 부부가 있다. 유난히도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고민에 빠진다.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로에게 무엇을 선물할지를 두고 서로 갈등한다.  선물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핍한 경제 사정 때문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팔아 서로에게 줄 선물을 사고 만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 부인에게 고급 머리빗을 선물한다. 한편 부인은 자신의 탐스러운 머리칼을 팔아 남편에게 시곗줄을 선물한다. 이는 빗나간 결정이 되었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신의 은혜가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묘사한, 매우 감상적인 작품이다. 오 헨리는 280여 편의 단편을 쓴, 단편소설의 개척자이다. 특히 결말 부분에 이르러 급작스러운 반전을 통해 삶의 행복과 인간의 가치를 부각하는 기법이 특징적이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은 깔끔한 구성을 보여 주긴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의외로 허술한 부분이 많다. 예컨대 시계값과 머리빗 한 개의 값이 같은가 하는 의문점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시계를 팔아서까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제기해 볼 수 있다. 그토록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굳이 무리하게 물건을 사서 그 사랑을 표현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이처럼 일상생활에서와는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섬세하고 비판적인 독자라면 왜 작가가 일상생활에서의 평범한 진실을 굳이 왜곡하고 있는가, 검토해 봐야 한다. 다소 억지의 결말이라도 독자들에게 산뜻한 결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면, 작자는 약간의 사실의 왜곡을 감행할 것이며, 이야말로 소설의 '허구'로서의 특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