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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구로야나기 데츠코 연작소설 『창가의 토토(窓ぎわのトットちゃん)』

by 언덕에서 2024. 1. 16.

 

구로야나기 데츠코 연작소설 『창가의 토토(窓ぎわのトットちゃん)』

 

 

일본 여배우 구로야나기 데츠코(ろやなぎてつこ, 黑柳 徹子, 1933~)의 자전적 소설로 우리나라에서는 [프로메테우스출판사]와 [효리원]에서 번역ㆍ출판하였다. 본인의 어릴 적 이야기를 적은 이 작품으로 데츠코는 ‘토토짱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1982년 출간 첫해 500만 부 판매기록을 수립했고 3년간 800만 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해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기도 한 단행본이다. 출간 당시 세계적으로 자유주의교육, 이른바 대안 교육의 열풍이 불게 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과 참된 교육을 일깨우는 맑고 따뜻한 이야기로 출판 당시 마침 일본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학교 폭력 문제와 관련, 한층 더 조명받기도 했다. 무용가, 방송작가, 성우, 연극인, TV 진행자로서 방송계의 괴짜로 불리는 구로야니기 테츠코가 나이 40세가 돼 돌이켜 본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갓 입학한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혀 퇴학당한 토토가 새로 옮긴 도모에 학원에서 인생을 다시 배워 나가는 이야기이다. 문제아나 장애인으로 분류돼 제도교육에서 이탈된 아이들에게 자신의 개성과 창의력을 찾아 주자는 60개의 단편은 바로 '대안 교육'의 현장이다. 토토라는 애칭의 본명은 테스코가 태어나기 전 부모와 친척 모두가 분명 사내아이라며 남자 이름에 쓰는 '도루'라고 미리 지어 버렸으나, 막상 여자가 태어나자 여자아이를 뜻하는 접미사 '코'를 붙여 '테스코'라 불렸다. 보통 일본 사람들의 심성과 생활 문화가 생생하다. 특히 '다 똑같은 친군데'는 일본에서 설움 받는 조선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본 여배우 구로야나기 데츠코 ( ろやなぎ てつこ ,  黑柳 徹子 , 1933~)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토토짱이 획일성을 강요하는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자, 엄마는 딸이 개성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도모에 학원에 입학시킨다. 소사쿠 고바야시(小林宗作) 교장 선생님은 어린이 토토짱이 늘어놓는 이야기들을 모두 들어주는 분이어서, 토토와 토토 엄마 모두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수업 첫날 토토는 학교 수업이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반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표대로 수업해야 했지만, 도모에 학원은 자신이 수업표를 짜서 공부하는 곳이었다. 덕분에 도모에 학원을 다니면서 토토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고, 체육수업을 할 때는 장애가 있는 친구도 같이 수업을 받았다.

 학교에서 보내는 주말 캠프, 금붕어가 헤엄치는 연못, 엄마가 싸 준 맛있고 예쁜 도시락 자랑, 교재로 폐전차가 들어온 날 등 도모에 학원은 어린 토토짱에게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전쟁 때문에 슬픈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학교 일을 돕던 선생님의 징집, 양심에 따라 군인들을 위로하는 음악을 할 수 없다고 선언한 아빠의 음악가로서의 고민이 그것이었다.

 도모에 학원 입학 첫날 전차정거장까지 마중 나온 친구이자 셰퍼드인 로키가 죽는 일도 있었지만, 가장 슬픈 일은 도모에 학원이 폭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은 것이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학교가 불타 고바야시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까지도 자유주의교육이 장점인 도모에 학교는 재건되지 못했다.

 

 

 

 일본 작가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는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로 토토가 다녔던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인 셈이다. 보통 학교에선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던 아이들이 대상이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아이들 누구도 자신이 이전의 학교에서 퇴학당해 왔다곤 생각지 않는다. 아이들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한 수업방식, 자연과 친구 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학년 토토가 전학 온 초등학교(도오메 학원)는 교실이 전철로 돼 있다. 달리지 않는 진짜 전철 여섯 량을 교실로 쓰고 있다. 처음 교실 문을 연 순간 토토는 ‘우와! 이 정도면 공부하면서도 항상 여행하는 기분이겠는 걸’하고 신이 난다. 그런데 특이한 게 한둘이 아니다. 이 학교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어디든지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면 그만이다. 수업시간, 선생님은 그날 하루 동안 공부할 시간표를 칠판에 써놓고 “자, 어떤 것이든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라고 말한다

 글짓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글짓기를 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는 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여 실험한다. 수업방식이 이러니 학생 한 명 한 명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를 금방 알 수 있다. 아이들도 즐겁다.

 토토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점심시간이다. 이 학교에선 ‘반찬을 가리지 않도록 부탁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을 보내주십시오’라고 학부모에게 부탁한다. 점심시간이면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의 도시락을 보며 어떤 것이 산과 들이고, 어떤 것이 바다에서 나는 것인지 확인을 해 준다.

 아이들은 누구의 반찬은 좋고 누구의 반찬은 형편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지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이 다 갖춰졌다는 사실이 기뻐서 서로 웃기도 하고 재잘거리기도 한다. 오후엔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자연이나 역사 생물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름엔 학교 수영장에서 그냥 벌거벗은 채 수영을 한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서로 신체의 다른 점을 이상한 눈으로 훔쳐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 어떤 몸이든 저마다 아름답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이다.

 

 

  이 작품은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전적 이야기로서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도모에 학원에 들어갈 때부터 전쟁 중인 1945년 불타 없어질 때까지의 이야기가 각 에피소드 별로 2~3쪽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서술되어 있다. 아이들의 생기발랄함만큼이나 문장도 짧고 경쾌하다. 덕분에 이야기 속에 담긴 무거운 문제의식이 오히려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도모에 학원이라는 초등학교에서 이 책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저자가 겪은 아름다운 한 시절을 그리고 있다. 지금의 대안학교 격인 이 초등학교에서는 자연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스승과 아이들 하나하나를 살리는 탁월한 수업방식이 있었다. 물질은 넘쳐나지만 모진 학업과 과외에 시달려 머리와 가슴이 비쩍비쩍 말라 가는 우리 아이들을 포근하게 보듬는, 풍요롭지는 않지만 여유롭게 시간이 흐르던 때의 이야기다. 「마도기와노 토토짱」역대 일본 출판계 사상 최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일본의 전 언론이 20세기 대중문화 부문에서 최고의 흥행 영화로는 <원령공주>를, 최고의 도서로는 「마도기와노 토토짱」을 선정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젊은 부모들과 교사들에겐 일찍부터 대안 교육과 자유 학교 운동의 불씨를 지핀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미 대중문학상인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비롯해 [페스탈로치 교육상]과 제4회 [코르체크 문학상]을 받았다. 또한, 재미있고 편안한 문장으로 인해 국내에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추천도서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의 신화와도 같은 작품이다.

 특히 미국의 유명 시인인 도로시 브리튼이 번역한 영문판이 출간되었을 때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는데유수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지가 이 책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그때까지 전례 없는 긴 서평을 실었는가 하면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도 1페이지를 할애해 저자의 인터뷰 기사를 전격적으로 게재했다덕분에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자니 카슨 쇼'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 대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초빙받은 아시아 인물이 되기도 했다그리고 영문판은 일본 내에서 다시금 10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 '다른 언어로 쓰인 한 책이 동시에 밀리언셀러'가 되는 기현상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