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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알퐁스 도데 단편소설 『산문으로 쓴 환상시(Poésie fantastique écrite en prose)』

by 언덕에서 2023. 12. 19.

 

알퐁스 도데 단편소설 『산문으로 쓴 환상시(Poésie fantastique écrite en prose)』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1840∼1897)의 단편소설로 1866년 경에 발표되었다. 알퐁스 도데는 프랑스 문학사에서 자연주의를 예고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사는 행복을 묘사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부분 부분을 묘사하면서 독자에게 전체적인 흐름을 감지하게 하는 기법으로 쓰고 있다.

 그는 냉철한 현실을 묘사하면서도 그 이면의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도 과도한 감정의 흐름에 빠지지 않은 점에서 독자에게 인상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왕자의 죽음'과 '들판의 군수님'이라는 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 (Alphonse Daudet.1840-1897)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 작품은 '왕자의 죽음'과 '들판의 군수님'이라는 두 개의 에피소드(episode)로 구성되어 있다.

 '들판의 군수님'에는 군민(郡民)들 앞에서 멋진 연설을 하려고 원고를 쓰기 위해 숲 속에 들어갔던 군수님이 등장한다. 군수님은 숲 속의 동물들이 내는 소리에 신경질을 낸다. 원고 쓰는 일에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수님은 곧 새들의 노랫소리, 짐승들의 행복한 세계에 빠져 원고 쓰는 일을 포기하고 노래하며 시를 쓰는 일에 몰두한다. 원고 따위의 일은 까맣게 잊고 만다.

 ▶왕자의 죽음

 어린 왕자가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다. 왕자의 명복을 빌며 온 나라와 궁전은 슬픔에 잠기고, 궁전 안에서는 모두가 혼란 속에 침통해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왕은 어린 왕자의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크게 슬퍼한다.

 창백한 표정의 왕자는 여왕의 슬퍼하는 표정을 보며, 그녀를 위로하다가 문득 죽음의 두려움을 느낀다. 왕자는 자신의 죽음을 막아줄 것을 기대하며 40명의 근위병을 배치하고, 대포를 세워 죽음을 막아달라고 한다. 또한 근위병을 불러 그에게 죽음이 자신을 잡으려 한다면, 커다란 장검으로 ‘죽음’을 죽여달라고 한다.

 그러나 궁정 목사는 왕자에게 오랫동안 이야기한다. 진실을 깨달은 왕자는 목사에게 자신의 친구에게 큰돈을 주고, 대신 죽어달라고 할 수 없냐고 물어본다. 그러나 결국 왕자는 죽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천국에서도 자신은 왕자일 터이니 안심이 된다고 하묘, 품위를 위해 자신의 가장 고운 옷을 입혀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목사는 모두 헛일이라고 대답하였고, 왕자는 왕자란 아무것도 아니라며 슬퍼하고는 벽을 보고 흐느껴 운다.

 ▶들판의 군수님

 나이팅게일의 말에 한시름 놓은 새들은 다시 노래를 계속하고, 샘물도 다시 흐르기 시작했으며, 오랑캐꽃은 다시 향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마치 군수님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엔 아랑곳하지 않는 듯이……

 군수님은 이러한 경쾌한 소란 속에서 태연하게 공진회 시신의 가호를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연필을 들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연설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내빈 및 친애하는 군민 여러분”

 서두를 꺼내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커다란 딱따구리 한 마리뿐이었다. 딱따구리는 그가 벗어놓은 모자 위에 앉아서 그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군수는 어깨를 으쓱 추켜올리고 나서 연설을 계속하려고 했다.

 그러나 딱따구리는 잽싸게 말을 가로채며 멀리서 이렇게 소리쳤다.

 “소용없어요!”

 “뭐라고? 소용없다고?”

 군수님은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팔을 휘둘러 저 방자한 새를 쫓아버리고 나서 더욱 목소리를 가다듬어 연설을 시작했다.

 “내빈 및 친애하는 군민 여러분”

 그러자 귀여운 오랑캐꽃들이 줄기 끝에서 군수님에게 고개를 내밀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군수님, 우리들에게서 좋은 향기가 나죠?”

 이어서 이끼 밑으로 샘물이 졸졸 흐르고, 머리 위 나뭇가지 위에서는 휘파람새들이 우르르 몰려와 명랑한 소리로 울어댄다. 작은 숲 전체가 약속이나 한 듯이 군수님의 연설문 작성을 한사코 방해하는 것이었다.

 작은 숲 전체의 결사적인 방해에 군수님은 오랑캐꽃 향기에 취하고, 노랫소리에 넋을 잃어 온몸을 파고드는 숲의 매력에 끌려들어 가지 않으려고 저항했지만, 허사였다. 그는 팔꿈치를 괴고, 풀 위에 누워 고운 옷의 단추를 풀며 두어 번 중얼거려 보았다.

 “내빈 및 친애하는 군민 여러분”

 “내빈 및 친애하는 군민 여러분”

 

 

 

 이 작품은 서정적인 필체로 전원적인 삶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면서도,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종교적·철학적 탐구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교회에서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인생의 교훈을 직접 들을 수도 있지만, 이처럼 서정적인 단편 문학을 접하면서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들판의 군수님'에서는 군민(君民)들 앞에서 멋진 연설을 하려고 원고를 쓰기 위해 숲 속에 들어갔던 군수님이 등장한다. 군수님은 숲 속의 동물들이 내는 소리에 신경질을 낸다. 원고 쓰는 일에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수님은 곧 새들의 노랫소리, 짐승들의 행복한 세계에 빠져 원고 쓰는 일을 포기하고 노래하며 시를 쓰는 일에 몰두한다. 원고 따위의 일은 까맣게 잊고 만 것이다.

 

 

 이 작품은 한 주제를 양면에서 파악하고 있다. 왕자와 군수라는 직책은 권력과 재물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을 통해 권력과 재물이 소용없거나 필요 없는 어떤 각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공통된다. 반면 두 작품의 차이는 이 두 사람이 처한 현실이 다르다는 데 있다. 왕자는 죽음에 처해 있으며 죽음 앞의 무력감을 점차 느끼게 되는 반면, 군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의 유지와 자연 속에서 시를 쓰며 살고 싶다는 미적 본능 사이에서 자연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 둘 다 우화의 수법을 쓰고 있지만, '왕자의 죽음'은 단계적 설정 혹은 논리적 진전을 통해 이를 드러내고, '들판의 군수님'은 자연 사물의 의인화와 낭만적 서술을 통해 이를 보여 준다.

 삶과 죽음을 함께 제시하고 죽음 앞의 무력함과 자연 속에서의 예술 본능의 강렬함을 차례로 보여 주면서, '산문의 환상시' 전체는 독자에게 인생의 목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그리고 '산문으로 쓴 환상시'의 두 작품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를 묻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