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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브래지어(brassiere)’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12. 15.

 

‘브래지어(brassiere)’의 어원

 

 

 가슴을 감싸는 여성용 속옷. 유방을 받쳐 주고 보호하며 가슴의 모양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무명이나 나일론 따위로 신축성 있게 만든다.

 이희승 편 <국어대사전>에 ‘브래지어’라는 외래어가 항목에 나와 있는데, 그 뜻을 풀어 ‘여자들이 젖을 가리거나 앞가슴을 예쁘게 하기 위하여 옷 속으로 젖을 싸 누르게 된 내의’라고 하였다. 한 마디로 ‘젖싸개’ㆍ‘젖가리개’쯤이면 괜찮다 싶어지는데, 우리는 ‘브래지어’로 쓰고 말하고 있는 현실 속에 있다.

 쓰고 말한다고는 했지만, 이걸 쓰는 여자들이나 파는 장사치들이 '브래지어'라고 불러주는 건 아니다. 그들은 그냥 '부라자'라고 한다. 그리고 그 '부라자'라는 말은 일본 쪽에서 쓰는 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치마끈으로 질끈 동여매어 부풀어 오른 젖무덤에도 불구하고 반반함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여성의 미덕이었던 우리네의 지난날 사회 노인장들이 본다면 펄펄 뛸 ‘고연 짓’이 이 ‘브래지어’ 쓰는 법이라 할 것인데, 만들어낸 곳이, 피에르 카르뎅이네, 크리스티앙 디오르 같은 사람들의 고국인 프랑스여서, 굳이 프랑스 말로 표기하기로 든다면, ‘brassiere'는 '브라셰르'라 써야 하게 되어 있다. 그래 그런지 더러 일본의 잡지에는 이 ‘브라셰르’ 쪽의 표기를 고집하여 쓰는 것도 눈에 띈다.

 하여간 우리 사전이 ‘브래지어’로 표기함은 ‘brassiere'를 영어식으로 읽을 때의 브래시(지)어'쪽을 택한 태도라 하겠고, 그래서 신문이나 잡지가 젖가리개 같은 말을 젖혀 놓고 '브래지어'라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놈의 '노 브래 운동'이라던가 하는 것 때문에 '브래지어'라는 표기가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노 브라’ 면 ‘노 브라’지, '노 브래'라고 쓸 건 또 뭐야? 어느 얼빠진 친구가 '노 브래'라 말하는 것 봤나? 옳지 일본의 주간지에서 따온 '노 브라'니까 '노 브래'면 생소한 기분이 들렸다. ‘노 브래지어’가 줄어져 ‘노 브래’ 아닌가. ‘브래지어’는 ‘브래지어’지 거기에 ‘노’가 붙게 되면 갑자기 '브라'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 있던가? 옳지 앞뒤 아귀가 맞는 통일성이 필요하다 이 말이렷다.

 그야 그렇더라도 젖무덤이 슬슬 부풀어 오를 무렵 해서부터, 그거 안 차는 여성은 그래도 문명을 나는 나라치고는 세계적으로 없게 되었고, 그거 가슴팍에 비끄러매자니 갑갑하고 답답한지라, 이른바 ‘우먼 리브’ 물결 따라 한바탕 절규해 보게 된 ‘노 브래(노 팬티) 운동’이기도 했던 것이리라.

 그런데 본디 프랑스 말에서의 'brassiere'는 물론 젖싸개라는 뜻도 있지만, 그 뜻 이외에도 ‘어린애의 소매 달린 겉옷’이라는 뜻도 있어서 brassiere de sauvetage 하면 ‘구명(救命) 자케트’라는 뜻을 갖기도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표현으로는 프랑스어로 'mettre(두다) qu(사람을) en(에) brassiere(브라셰르)'라고 하면 '여성을 브래지어 하나만 찬 상태로 발가벗기다'라는 뜻이 아니라, '사람을 어린애 취급한다'는 뜻으로 된다던가?

 젖무덤 크면, 아이 큐(IQ)가 낮다는 말이 일자 그거 큰 것으로 장사를 해왔던 코 큰 나라 쪽 여배우 모모가 발끈해졌더라는 일이 있고, 또 그쪽의 모모 여배우님은 그 이름난 젖무덤에다 1백만 달러의 보험을 들어놓기까지 했다는 것인데, 아이 큐 낮다건, 보기 흉하다 건 간에 대부분의 남성은 풍만한 그 동네에 얼굴을 파묻고 싶어 하는 욕망을 지닌다.

 그래서 그거 빈약한 여성도 이 ‘브래지어’라는 것 덕분에 왕릉만 한 가짜 달고서 으스대게 된 세상이다. 비록 그 속엔 스펀지가 잔뜩 들어있을망정 말이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을유문화사. 1974)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브래지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명사」 가슴을 감싸는 여성용 속옷. 유방을 받쳐 주고 보호하며 가슴의 모양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신축성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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