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Sandwich)'의 어원
샌드위치(sandwich)는 두 조각의 빵 사이에 샐러드 따위가 끼어 있어서, 맛도 맛이려니와 먹기도 간편하게 되어 있다. 우리 사람들은 어느 때부터인지 이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기름하고 있기도 하다.
18세기 영국 켄트주의 4대째 되는 존 몬테규(John Montague) 백작은 도박을 즐겨했다. 포커 같은 것이었을까. 아무튼 카드를 손에 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위인이었다. 아무리 놀음을 좋아한다고 해도 안 먹고는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먹긴 먹어야겠는데, 밥 먹는 시간이 아깝다 싶은 놀음매너였기 때문에 지금의 샌드위치와 같은 것을 만들게 해 가지고 그걸 먹으면서 놀음을 했다는 것이다.
이 몬테규 백작은 달리 ‘샌드위치 백작’이라 불렸던 것인데, 이 샌드위치 백작으로 해서 그 사람이 먹던 요즘 같은 샌드위치로 불리게 된 연유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켄트주에는 ‘샌드위치’라는 이름의 오랜 항구도시가 있는 것이니, 그를 ‘샌드위치 백작’이라 했던 것도 그런 지명과 관계를 맺고서의 부름이었던지 어떤지는 모를 일이다.
그런데 샌드위치는 반드시 먹는 방의 이름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 문제 때문에 내가 죽겠어. 하여간 내 신세가 샌드위치라니까.”
이런 말이 쓰인다. 어떤 문제의 새 중간에 끼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에 쓰이는 말이다. 결국 샌드위치는 햄ㆍ샐러드 따위를 끼워서 먹는다는 그것 때문에 생긴 말이리라. 샌드위치 신세 같이 처지가 난처한 일도 드문 것이다.
아주 이편이거나 아주 저편이거나 하면, 훨씬 처신하기가 좋다. 그런데 이판저판을 다 두둔하고 나서려 할 때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누님과 다툰 자형(姊兄)과 어찌어찌하여 기분이 맞아 술잔을 함께 하다 보니, 그럴 수 없어서 대취하다 보니 ㅡ 자형의 처지가 그런 것도 아니어서 자형을 두둔하기 시작했던 취중의 처남씨. 샌드위치 신세 되기 알맞은 케이스다.
그건 그렇고, 샌드위치는 ‘샌드위치맨(sandwichman)이라는 말로까지 발전되었다. 샌드위치맨은, 요즘에는 거리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네모난 통으로 된 영화 간판을 짊어지고, 마치 고행길의 수도사 같은 걸음으로 시내를 걸어다니는 사람이 곧 샌드위치맨인데, 이 경우 사람은 햄ㆍ샐러드 같은 존재이고, 그 사람을 두르고 있는 간판들은 빵조각 같은 느낌이어서 붙은 샌드위치맨이더란 말인가.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마는 또 샌드위치맨으로 말하면, 그거라도 밥 먹는 방법이다 싶기도 하지만, 감상적 인도주의가 원, 보기 딱하게 해 주더군 그래.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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