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사바'의 어원
해방이 되고 나서 얼마 있다가 ‘사바사바’란 말이 생겨났다. 어감부터가 우리말 같지 않게 간지럽다 싶은 이 말은, ‘떳떳하지 못한 수단으로 일을 조작하는 짓’의 뜻으로 쓰였다. 그때 적산가옥 하나 차지하지 못한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번졌던 것인데, ‘사바사바’를 잘해야만 그것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심하게 유행하는 말은, 시일이 가면서 쓰이는 빈도가 줄어지는 것이 보통이건만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에 대고 사바사바라도 해 왔던 것인지 어쩐지 지금도 오히려 즐겨 쓰이고 있는 ‘사바사바’라는 말이다. 사바사바만 잘하면 안 될 일이 없었다는 세태가 결코 정상적인 것이었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그러한 세태 따라 생겨난 ‘사바사바’라는 말 그것이었다고는 할 수 있다.
“그 일, 장 안 되겠어. × 과장이 어찌나 위인이 빡빡한지.”
“이 사람아, 남 빡빡하단 말만 하지 말고 자기에게 사바사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부터 반성해야지!”
'사바사바'란 말이 너무 일반화하다 보니, 이젠 그 말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이 좀 면구스럽다 싶었던 것일까. 한두 해 지나면서부터는 ‘고등어 두 마리’라는 결말로 변했었다.
“방법이 있지 않아? 고등어 두 마리로 구워삶으라니까!”
‘사바’는 일본말로 고등어. 그러니 사바사바면 고등어 두 마리였다. 도대체 그 ‘사바사바’란 말은 어디서 온 것이기에, 아라비아 쪽 말 같은 괴상한 어감까지 풍기는 것이냐는 말은 그 후에 있었다. 그러나 만들어낸 장본인이 누구인지 모를 이 말의 그 생겨남을 꼬집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첫째 생각해 볼 것은 ‘사바(裟婆)’라는 말. 사바는 속세라는 말로써 본디는 산스크리트의 Sabha에서 온 것인데, 불교에서 이 세상을 이르는 말이었다. 말하자면, 진세(塵世)와 같은 것이었다. 이 속세의 일이니,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 옳지 못한 수단ㆍ방법이 난무하는 속세라는 뜻에서, 역시 사바세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는 생각에서 생겨난 말, ‘사바’라는 것. 그렇다 하니 생각인데, 불경을 욀 때 ‘사바사바’ 어쩌고 하는 것을 듣게 된다. 결국 뒤탈이 없는 것을 빈다는 뜻까지를 곁들이고 있는 ‘사바사바’가 아니었겠느냐는 해석까지도 해 볼 수가 있게 된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참고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교와 자이나교의 관계 (3) | 2023.11.13 |
---|---|
‘가시버시’의 어원 (0) | 2023.11.10 |
‘아르바이트’의 어원 (0) | 2023.11.03 |
'샌드위치(Sandwich)'의 어원 (0) | 2023.11.02 |
보천보전투(普天堡戰鬪) (2) | 2023.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