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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신채호 전기소설 『을지문덕(乙支文德)』

by 언덕에서 2023. 7. 25.

 

신채호 전기소설 『을지문덕(乙支文德)』

 

 

독립운동가 신채호(申采浩, 1880∼1936)가 지은 전기소설로. 1908년 [광학서포(廣學書鋪)]에서 간행하였다. 원제목은 ‘대동사천재 제일대위인 을지문덕(大東四千載第一大偉人乙支文德)’이며 같은 해 5월에는 국한문본, 7월에는 국문본으로 발간하였다.

 전 15장과 서론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을지문덕의 전기를 골격으로 한다. 문체는 논문에 가까우나 당시의 비당위적 역사를 극복해 보려는 저항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안창호(安昌浩)ㆍ변영만(卞榮晩)ㆍ이기찬(李基燦) 등의 서문이 붙어 있는데, 당시의 영웅 출현을 염원하는 풍조와 함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서문에도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전기소설로서 문학적 또는 소설적 조작이나 허구가 배제되어 있다. 따라서 전기소설로 단정 짓기 어려운 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 투영된 작가의 의식은 당시의 비당위적 역사를 극복하여 보려는 저항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은 외세에 대한 무력항쟁의 준거를 역사적 위인인 을지문덕에서 찾은 문학이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난 극복을 위한 영웅의 탄생을 염원하는 작가의 의도가 뚜렷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612년(영양왕 23) 수(隋) 나라의 양제(煬帝)가 우문술(宇文述)ㆍ우중문(于仲文)을 좌ㆍ우익위대장군(左右翼衛大將軍)으로 삼고 9군(軍) 30만 5천 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고구려를 치고자 압록수(鴨綠水: 鴨綠江)에 이르렀다.

 이때 왕은 적정(敵情)을 살피려고 을지문덕에게 거짓 항복케 하고 허실을 탐지하고 돌아왔다. 적장들은 문덕을 보내고는 속음을 알고 뒤를 추격하여 왔다. 문덕은 여러 번 싸움에서 거짓 패하여 평양성에서 불과 30리까지 유인하기에 이르렀다. 적을 이렇게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문덕은 적장 우중문에게,

 “그대의 신묘(神妙)한 재주는 천문(天文)에 구하고, 묘산(妙算)은 지리(地理)에 통하였으며, 전승(戰勝)의 공은 이미 높았으니, 만족함을 알았으면, 그치기를 원한다(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란 희롱하는 시를 보냈다. 다시 우문술에게 거짓 항복을 청하여, “철군(撤軍)하면, 왕을 모시고 제(帝)에게 조견하겠다.“

하니, 꾐에 빠진 것을 깨달은 적군은 창황하게 후퇴하다가 고구려군의 요격을 받던 중 살수(薩水: 淸川江)를 건널 때 섬멸당하여 요하(遼河)를 건넌 자가 불과 2천7백 명에 불과하였다.

 

 

 이 작품은 개화기 문학사에 있어서 전통적인 한문학의 전(傳)을 근대적인 전기(傳記) 문학으로 바꾸어 놓는 방향을 적극 모색한 획기적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종의 전기이나 엄격한 의미에서는 문학작품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애매하다. 역사논문에 가까운 체제로 쓰였으며 논설적이고 논증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허구적인 윤색은 하지 않았으며 역사 사실을 웅변적인 문체를 사용하여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역사와 소설 형식이 서로 결합된 특징을 보이는 ‘비역사, 비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내용은 전 15장과 서론․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을지문덕의 전기를 골격으로 삼고 있으나 소설이라기보다는 논문에 가까운 문체로 되어 있으나 당시의 비당위적(非當爲的역사를 극복해 보려는 저항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이것은 외세에 대한 무력항쟁의 준거를 역사적 위인인 을지문덕에서 찾은 문학이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서론, 제1장 을지문덕 이전의 한한관계(韓漢關係), 제2장 을지문덕 시대의 여수형세(麗隋形勢), 제3장 을지문덕 시대의 열국상태(列國狀態), 제4장 을지문덕의 의백(毅魄), 제5장 을지문덕의 웅략(雄略)이다. 제6장은 을지문덕의 외교, 제7장 을지문덕의 무비(武備), 제8장 을지문덕의 수완하(手腕下)의 적국(敵國), 제9장 수구(隋寇)의 성세(聲勢)와 을지문덕, 제10장 용변호화(龍變虎化)의 을지문덕, 제11장 살수대풍운(薩水大風雲)의 을지문덕, 제12장 성공 후의 을지문덕, 제13장 구사가관공(舊史家管孔)의 을지문덕, 제14장 을지문덕의 인품, 제15장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을지문덕, 결론 등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단재가 29세의 나이로 국내 최대의 일간지이며 항일언론의 선봉에 섰던 [대한매일신보]의 논설기자로 주옥같은 논설과 사론(史論)을 발표하여 민족혼을 일깨우던 시기였다. 또한 여성 계몽을 위해 발행되던 [가뎡잡지]의 편집인으로 직접 잡지를 만들기도 하며 양기탁·안창호 등과 함께 비밀결사인 신민회에 참여하여 기울어 가는 조국을 구하기 위해 애국적인 민족운동을 하던 시기였다.

 


 국한문판은 1908년 5월 30일에 [광학서포]에서 발간한 것으로 변영만·이기찬·안창호가 서문을 썼으며 이들 서문은 '을지문덕'이 어떤 목적으로 쓰인 것인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목차에서는 ‘우리나라 4천 년 역사상 으뜸가는 큰 위인’이란 수식어를 을지문덕이란 말 앞에다 얹어 긴 이름의 제목을 붙였다.
 한글 번역판은 그해 7월 5일 발행되었는데 번역은 김연창이 하고 변영헌이 교열을 보았으며 출판은 국한문판을 발행한 [광학서포]가 맡았다. 한글판 '을지문덕젼'에는 국한문판에 나오는 변영만 등의 서문과 범례 그리고 목차가 실려 있지는 않고 한글로 옮기면서 띄어쓰기를 하였으며 약간의 의역과 첨삭을 하였으나 원저의 내용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서론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각성과 영웅 대망론의 취지가 잘 묘사되어 있다. ‘이제 과거의 영웅을 그려내어 미래의 영웅을 불러 보겠다’고 하여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각성과 구국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는 취지가 잘 드러나 있다.
 본론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를 삼한시대부터 시작하여 고구려와 수나라와의 형세를 서술하고 그 당시 중국 및 만주 열국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을지문덕이 뛰어난 영웅적 자질로 외교 군사면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였으며 수나라의 침략군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과정을 소상하게 밝혀 그 의의를 그 시대의 관점에서 되새겼다.
 결론에서도 ‘20세기 새 대한의 을지문덕이여, 어찌하여 내려옴이 그리 더딘가’라고 하여 식민지적 상황의 극복을 위한 구국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면서 ‘그 나라 국민의 용감과 비겁, 뛰어남과 못남은 전적으로 그 나라 한 두 선각적인 영웅의 고무 격려가 어떠한가에 따라 나타나거나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끝을 맺으며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영웅을 말하며 의기 소침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