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연 역사전기소설 『애국부인전(愛國夫人傳)』
조선말 언론인 장지연(張志淵, 1864. 고종 1∼1921)이 역술(譯述)한 역사전기소설로 1907년 [광학서포(廣學書孃)]에서 발간하였다. 표지에 ‘신소설’이라고 규정한 이 작품은 전 10회로 되어 있으며, 잔다르크의 구국전사(救國戰史)를 중심으로 하여 그 생애를 전기화하고 있다. 원작명은 미상인 이 작품의 번안은 중국문헌을 매개로 하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데, 그런 보기를 인명표기에서 볼 수 있다. 곧, ‘카알 7세’를 ‘사이 뎨 칠’로 번역한 것 같은 예가 바로 그것이다.
작품의 내용은 프랑스의 애국소녀 잔다르크가 백년전쟁 때에 16세의 나이로 영국군의 포위를 뚫고 앞장서서 오를레앙성(城)을 탈환하고, 뒤에 영국군에 잡히어 화형 당한 역사를 전기소설로 엮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서구의 위인이며, 특히 구국의 영웅이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이는 역술가의 민족주의적 자보사상(自保思想)과 관련되는 것으로, 역사에 우의(寓意)하여 저항정신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된다. 「애국부인전」의 잔다르크는 시공의 머나먼 거리를 뛰어 넘어 장지연의 관점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잔 다르크이다.
장지연의 유일한 역술소설인 이 작품의 표지에 붙은 ‘신소설’이라는 용어는 독자를 혼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1907년 <이태리건국삼걸전(伊太利建國三傑傳)>을 번역, 간행한 [광학서포]에서 같은 해에 <혈의 누>와 이 소설을 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보수주의와 구국의 영웅숭배사상이 개화주의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라 판단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프랑스는 영국과의 백년전쟁에서 거듭 패배하여 국토를 상실하고 이로 인해 백성들은 깊은 도탄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 오를레앙에서 태어난 잔다르크는 비참한 조국의 현실을 목도하고 상제(上帝, 하느님)에게 기도하여 힘을 구한다.
잔다르크는 출정을 말리는 부모님에게 “제 몸은 비록 여자이오나 어찌 법국의 백성이 아니리까. 국민 된 책임을 다하여야 비로소 국민이라 이를지니”라고 말하고, 프랑스 장군 포다리고와의 대화에서 “우리 국민 된 의무를 극진히 하여 법국 인민됨이 부끄럽지 않게 할 따름이요”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국민의 의리”, “국민된 자의 염치”, “법국의 동포 국민된 유지하신 제군들”, “국민 된 한 분자의 의무”, “국민의 책임”, “국민을 위함” 등의 말로 상제와 백성들에게 구국의 일념을 강조한다. 상제의 계시를 받은 잔다르크는 부모와 이별하고 프랑스의 국왕을 만나 신임을 얻어 백성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여 자기 뒤를 따르게 한다.
잔다르크는 프랑스의 마지막 보루로, 위기에 처한 오를레앙 성과 리목 성을 탈환하고 왕의 대관식을 행하게 한다. 다시 파리를 탈환하려고 출장했으나, 안타깝게도 영국군에게 사로잡혀 화형 당한다.
장지연의 민족주의적 문제의식은 작품 매회 마지막에 작가가 덧붙인 논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회에서는 우리 민족을 외세의 침략에서 구원한 양만춘, 을지문덕, 강감찬의 행적을 언급하며, “법국은 이때에 양만춘 을지문덕 강감찬 같은 충의 영웅이 뉘 있는고.”라는 논평을 마지막에 제시한다. 이것은 ‘애국부인전’의 잔다르크가 앞에서 언급한 영웅들과 같은 민족영웅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잔다르크에 투영된 장지연의 강렬한 민족의식은 한일합방 직후 일제가 ‘애국부인전’을 불허가출판물로 지정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개화기 역사전기소설에 호출된 영웅들은 대부분 남성들이었다. 장지연의 ‘애국부인전’은 프랑스혁명 당시 활약한 롤랑부인(Madame Roland, 1754-1793)의 일대기를 그린 ‘라란부인전’(1907)과 더불어 드물게 여성인물을 다룬 역사전기소설이다. ‘애국부인전’은 여성을 비하하고 국가사업에서 소외시키는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의식으로 가득하다. “어찌 남자만 나라를 위하여 사업하고 여자는 능히 나라를 위하여 사업하지 못할까. 하늘이 남녀를 내시매 이목구비와 사지백태는 다 일반이니 남녀가 평등이어늘 어찌 이같이 등분이 다를진대 여자는 무엇하려 내시리오.”라는 잔 다르크의 비판이나, “슬프다. 우리나라도 약안 같은 영웅호걸과 애국충의의 여자가 혹 있는가.”라는 작가의 논평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장지연은 이 작품을 읽은 여성들이 적극적인 애국활동에 나서기를 진심으로 원했음이 틀림없다. ‘애국부인전’이 여타의 역사전기소설과는 달리 순한글체로 발표된 것도 당시 교육에서 소외된 여성을 주독자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배려일 듯하다.
♣
저자가 ‘슝양산인’이라는 필명으로 1907년에 번역하여 발표한 「애국부인전」은 엄밀히 따지면 외국인이 쓴 소설을 우리나라 인물로 바꿔서 이야기를 전개시킨 번안소설 또는 역사 전기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한창 신소설이 출간되던 1907년 [광학서포]에서 초판이 간행되었고 내용은 총 10회로 구성되어 있다.
줄거리는 프랑스와 영국 간의 백년전쟁에서 신의 계시를 받은 16세 프랑스 소녀 잔 다르크가 오를레앙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전공을 세우지만 후일 영국군에게 붙잡혀 이단으로 화형 당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프랑스를 <법란서국(法蘭西國)>, 여주인공 잔 다르크를 <약안아이격(若安亞爾格)> 등 중국식 한자로 음역한 것으로 보아 이 소설은 아마도 “1차 한문으로 번역된 것을 매개로 저자가 2차로 번안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이 작품 역시 국권 피탈 직전에 다량으로 출간돼 나온 애국계몽소설 중 하나이며, 잔 다르크의 애국 사상과 희생정신을 강조하고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국권 수호 의지를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집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군담소설 · 영웅소설 등의 전기소설과 유사하지만 개화기의 애국 계몽 신소설과 달리 순국문 표기를 채택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결국 이 소설은 1910년 한일 합병으로 국권이 상실된다는 위기의식의 확대와 함께 광범위한 독자층, 특히 여성 독자들을 겨냥하여 국권 회복 의지를 고취시키려 한 작자의 숨은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에서 신의 계시를 받은 16세 소녀 잔 다르크가 오를레앙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등 전공을 세우지만 영국군에게 잡혀 이단으로 화형 당하는 내용의 이 신소설은 1910년 국권피탈 직전에 다량으로 쏟아져 나온 애국계몽소설의 하나이다. 즉, 잔 다르크의 애국사상과 희생정신을 강조하여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수호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쓰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형식면에서 조선시대의 군담소설·영웅소설 등의 전기소설과 유사한데, 이러한 개화기의 소설을 일반적인 신소설과 구별하여 역사 전기소설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편, [광학서포] 간행본의 표지에는 신소설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문어체 문장과 일대기적 구성 등 고전소설의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대부분의 애국계몽소설과는 달리 국문 표기를 채택하고, 서구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 특이하다.
☞롤랑 부인(Manon Philipon Roland de la Platière, 1754~1793) :
결혼 전 성은 필리퐁(Phlipon)이며, 별칭은 마농 필리퐁(Manon Phlipon)이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이다. 지롱드파의 흑막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지롱드파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남편은 내무장관이었던 장마리 롤랑 드 라 플라티에르다. 뛰어난 미모와 지성 그리고 교양을 가지고 있었지만, 평민 출신이었기 때문에 귀족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공화주의자가 되었다. 1793년 11월 8일 공포정치를 통해 39세의 젊은 나이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파리의 부유한 상인의 딸로 재색(才色)을 겸비하였으며, 1780년 리옹의 산업검찰관 장 마리(Jean Marie Roland de la Platière)와 결혼하였다. 남편의 일에 협력하였고, 남편을 귀족으로 승격시키는 데에도 힘썼다. 프랑스 혁명 후 정치운동에 참가하여 1791년 이래 푀양파(派)의 살롱에 대항하여 지롱드파의 명사들에게 자기집을 개방하였다. 1792년 3월 남편은 내무장관이 되었으나, 1793년 1월 루이 16세의 처형과 동시에 부부가 다 같이 반산악파(反山岳派) 입장을 표명하였다. 부인은 6월에 체포되어 11월에 처형되었다. 그녀가 마지막 남긴 말 “오, 자유여, 너의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범죄가 저질러졌는가”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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