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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성한 단편소설 『오분간(五分間)』

by 언덕에서 2023. 8. 17.

 

 

김성한 단편소설 『오분간(五分間)』

 

김성한(金聲翰. 1919∼2010)의 단편소설로 1955년 6월 [사상계]에 발표되었다. 1958년 제5회 [아세아자유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김성한 소설의 전체적인 특징은, 첫째, 소재의 확장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바비도>가 영국 역사에서, 「오분간」은 희랍 신화와 세계 각 지역의 정치, 사회적 현실에서 취하고 있음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둘째, 문장의 간명ㆍ경쾌한 흐름을 들 수 있다. 그것은 소재의 복합적 구성인 「오분간」에서도 난삽한 흠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신의 섭리와 부조리에 대한 인간 정신의 항의를 그린 작품이다. 사슬을 끊은 프로메테우스의 분노한 눈길 아래 불과 5분간에도 지상의 곳곳이 부조리로 들끓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정민이란 주인공이 배회하는 한국의 뒷골목이 신랄히 고발된다. 특히 1950년대에는 6ㆍ25 동란의 시기였다. 인간적 생존의 극한 상황이 절감되는 현실로서, 민족상잔의 역사적 가책을 넘어서 인간의식의 극한적 고통이 있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프로메테우스가 코카서스바윗등에서 쇠사슬을 끊은 것은 천사가 도착하기 일 분 전. 천사는 신께서 프로메테우스를 부른다고 아리었다. 신 때문에 2천 년을 쇠사슬에 묶여 산 프로메테우스가 쉽게 응할 리 없다

 생각 끝에 중립지대에서 만나자고 천사를 돌려보냈다, 프로메테우스의 왕국이 된 지상세계를 다스리기 위해 프로메테우스의 힘이 필요한 신은 중립지대의 구름에서 프로메테우스와 협상을 벌었다.

 지상은 신과 프로메테우스의 괴뢰들이 제각기 자기가 옳고 잘났음을 따지느라고 요지경 속이었다. 신은 세상 꼴을 수습하자고 제의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들은 척도 않는다. 그게 역사라고 응수한다.

 신은 크게 한숨을 쉬고 프로메테우스는 세상이 되어 가는 꼴에 연방 무릎을 친다. 회담은 5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신은 혼자 중얼거렸다.

 “아! 이 혼돈의 하무 속에서 제3의 존재의 출현을 기다리는 수박에 없다. 그 시비를 내 어찌 책임을 질소냐.”

 

 단편소설 「오분간」은 신의 질서에 저항한 인간의 승리를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는 종교, 신화, 정치, 과학 등 여러 분야가 소재로 동원되고 이야기 줄거리가 복합적으로 전개된다. 소설의 이와 같은 시도는 한국 현대소설 문체로서 이채롭다. 이러한 수법은 다분히 주지적이며, 정서적 충동을 주기보다는 인식을 촉진하는 풍자적 수법이었다. 풍자는 평온한 시대에 있어서는 정통적 수법이 아닐 수 있지만, 사회의 모순과 갈등이 격심해져 있는 시대에 있어서는 매우 유용한 수법이 되기도 한다.

 단편소설 「오분간은 한국이 국토의 분단과 민족상잔의 전쟁으로 극한적인 고통의 땅이 되어 있으며, 두루 세계를 살펴보더라도 인류의 심각한 위기가 목도되는 상황을 한 편의 단편소설 속에 응축해 놓았다. 신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했다는 의식이 있으며, 근대인의 표상으로서의 프로메테우스는 발에 묶인 쇠사슬을 끊고 하늘과 땅의 중간에 있는 구름 위에서 신과 마주 앉아 대결한다.

 

 

 구름 위에서 이들은 지구 위 곳곳의 불의를 내려다본다. 이 지구 위의 혼돈 속에는 한국의 종로 사창굴에서 자기모멸을 짓씹고 있는 이정민이라는 인텔리 주인공도 있다. 결론은 찾아지지 않았지만, 부조리의 실상에 대한 첨예한 인식을 촉진한 성과가 있다.

 그러나 김성한은 이 작품에서 작가 개인의 고민을 승화시키지 않는다. 그가 세태의 묘사에 있어서 초연한 입장에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작가가 자기 소설의 주인공으로 융합되지 못하는 부분은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의도와 배반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지적 태도와 설화성의 결부에서 나타난 작가의 풍자적 방법은 관념의 유희가 될 경우가 많다. 또한 기법이라는 측면에서 소설이 고유하게 갖는 설화성이 이탈된다. 단편소설 「오분간은 그 대표적인 본보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