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흘 장편소설 『초당(草堂, The grass roof)』
재미작가 강용흘(姜鏞訖, 1898∼1972)의 장편소설로 1931년 미국에서 ‘The Grass Roof’라는 제목으로 영문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1947년 김성칠에 의하여 제1권이 국역 출판되었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일제의 한국 강점과 3ㆍ1운동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인 소설이다.
1931년 미국에서 발표된 직후 유럽의 10여개 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문학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오늘날까지 서얼문학으로 취급되어온 작품이다. 작자 강용흘 자신이 함경도에서 성장한 후 멀리 미국으로 떠나게 될 때까지의 성장과정과 주변 환경이 자세히 서술된 이른바 자전적 소설이다.
소년 한청파(주인공, 작가 자신)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것은 서양에서 새 학문을 배워와 조국의 개화에 공헌하겠다는 야심 때문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동양의 정신문화를 서양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다. 옛 선비정신을 비롯한 한국인의 얼, 한국의 역사, 한일합방의 경위, 개화기 지식인의 고뇌, 3.1운동의 경위 등 격변기 사회의 단면을 상세히 그리고 있다. 미국의 여류작가 펄 벅이 ‘가장 빛나는 동양의 지혜’ 라고 평했을 만큼 은 미국 등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유연한 동양의 정신적 산물로서 크게 관심을 끈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한청파가 태어난 마을 송둔지는 완전히 한씨 일족의 마을로 무수한 세대를 거쳐 아버지로부터 자식한테 물려 내려온 민족적 이상으로 다스려져 온 곳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직업적인 풍수쟁이요 흙점설로 명당 자리를 찾아내는 과학자로, 두 명의 삼촌 중 한 사람은 가문의 학자로 미치광이 시인으로 불린다. 미치광이 시인은 중국에서 공부했으며 높은 벼슬을 지낸적도 있는 사람이다. 그는 비가 올 때마다 이태백과 같은 시를 썼고, 공자처럼 너무도 열중해서 먹는 것도 잊는 사람이었고, 나이를 먹는 것도 모른 채 환희에 도취되어 있었다. 다른 삼촌은 탕아로, 아주 뛰어난 시를 쓸 수 있고 공자의 가르침을 좋아했지만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빚이 많고 집안에 문제를 일으킨다.
한청파는 막내 손자이고 장손 중 장손으로 할머니와 집안 모두의 기대와 보살핌 속에 스스로 버릇없었다고 평가한다. 한청파의 어머니는 그가 태어난지 몇 달 후에 돌아가셨다. 그의 아버지는 이론적으로는 이 집의 주인이지만 사실은 모두의 종으로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어 그것들을 해안 마을에서 물물교환하여 온 가족의 생계를 떠맡는다. 한청파는 이들 외에 미치광이 시인의 딸 옥동야와 그녀의 오빠 을춘과 함께 자란다(소설에는 송둔지의 자연, 한청파가 자라면서 겪는 여러가지 일들, 놀이와 풍습, 탕아 삼촌의 결혼, 할아버지의 장례 등이 옛 시가와 함게 유창하게 담겨있다. 이어 박사 당숙의 은퇴와 귀향이후 일본의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이에 대한 염려가 상당량을 차지한다).
1910년 일본이 조선을 합방한 후 태극기를 게양한 아버지가 일본 경찰에 구타당하고 이를 말리던 할머니마저 발길에 채이며 발목이 부러지게 된다. 일제의 압제속에 고통받는 우리 민족의 모습들과 함께 이를 이겨내려는 노력들이 장구하게 펼쳐진다. 미치광이 삼촌은 데라우치 총독 암살 음모로 7년형을 받기도 한다.
서당과 미치광이 삼촌, 박사 당숙에게서 한문과 시를 배운 한청파는 이후 신학문을 배우기위한 장정에 나선다. 16일간에 걸친 서울길, 일본 밀항과 유학, 귀국 후 삼일운동의 참여 등이 감탄속에 펼쳐진다. 진정한 새지식의 세계를 찾아 미국에 가서 공부하겠다는 그의 꿈은 줄기찬 노력끝에 기적처럼 이루어져서 한청파는 마침내 미국행 배에 오르게 된다(책의 후반부에 한용운의 시가 중점적으로 소개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1931년 [동아일보]에 이광수(李光洙)의 <강용흘씨의 초당>이라는 서평이 실렸으며, 1936년 8월 [삼천리]의 <조선문학의 정의>에 관한 앙케이트에서 관심이 집중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이 쓴 작품이긴 하지만 영어로 씌어졌기 때문에 속문주의(屬文主義)에 의해 영문학에 귀속된다는 점, 한국인이 모국어 아닌 다른 언어로 작품을 써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주목되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유성원(柳誠源, ?∼1456)의 시조, ‘초당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렸더니 / 문전에 수성어적(數聲魚笛)이 잠든 나를 깨와라.’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작가가 미국에 건너가기까지 17년 동안의 유년시절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초당」은 한청파라는 청년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던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가 매우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풍속을 통하여 제시되고 있다.
이 작품은 1931년에 미국에서 영문소설로 발표되어 [구겐하임(Guggenheim) 상]과 [북 오브 더 센추리(Book of the Century) 상]을 수상했다. 발표된 직후 유럽의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나 한국에는 뒤늦게 소개되었다. 작가 강용흘 자신이 함경도에서 성장한 후 멀리 미국으로 떠나게 될 때까지의 성장과정과 주변 환경이 자세히 서술된 이른바 자전적 소설로 소년 한청파(주인공, 작가 자신)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것은 서양에서 새 학문을 배워와 조국의 개화에 공헌하겠다는 야심 때문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동양의 정신문화를 서양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초당(The Grass Roof)」은 옛 선비정신을 비롯한 한국인의 얼, 한국의 역사, 한일합방의 경위, 개화기 지식인의 고뇌, 3.1운동의 경위 등 격변기 한국사회의 단면을 상세히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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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작가사전]에 수록되어 세계에 소개된 한국인 작가 강용흘의 영문소설 「초당」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절박한 문명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서양인에게 유연한 동양의 깊이를 보여준 민족 서사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미국으로 유학에 나서는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놓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이야기 내용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3‧1운동이 일어난 당시의 정황이나 자신이 투옥되는 순간과 독립선언서와 역사적 자료의 제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매우 섬세하고 사실적인 기록이 주목을 끈다. 또한 역사적 사건과 정세의 변화 등에 대응하는 주인공의 내면의 변화가 매우 독특하게 제시되어 있다.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고시(古詩)와 황진이‧황희‧한용운의 시 등은 작품 속에서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적절히 활용됨으로써 우리 전통 시문학의 오래된 전통과 깊이를 아울러 드러내주고 있다. 「초당」은 한국인에 의해 영문으로 작성되어 미국 문단에 발표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한국문학의 범주를 규정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1930년대 우리 문단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여류 작가 펄 벅(Pearl Buck)은 “가장 빛나는 동양의 지혜” 라고 평했으며, 토머스 울프(Thomas Wolfe)는 “자유롭고 생기있는 타고난 시인”으로 작가 강용흘을 평하였다. 장편소설 「초당」은 자전적인 소설로 그치지 않고 동양의 정신문화, 일제하 한국인의 아픔과 역사, 특히 우리의 시조와 한용운의 시 세계를 서양에 처음으로 알렸다는 번역문학사상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용흘(1898∼1972) :
재미교포 소설가. 함경남도 홍원(洪原) 출생. 함흥 영생중학 졸업, 3ㆍ1운동 2년 후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에서 의학(醫學), 하버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미국에 귀화하여 [브리태니카사]의 <대영백과사전> 편집위원으로 있으면서 동양문학의 번역과 영문소설 창작에 전념했다.
1931년 한일합방과 3ㆍ1 운동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인 첫 영문 장편소설 <Grass Roof(草堂)>을 발표하였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유년기를 소재로 한 자전적 장편으로, 한국적 정서를 그려낸 뛰어난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47년 김성칠에 의하여 제1권이 국역되었고, 제2권은 번역되지 못했는데 이에 앞서, 독일어ㆍ프랑스어ㆍ유고슬라비아ㆍ체코슬로바키아 등의 10여 개국에서 번역ㆍ간행되었으며, 이 작품으로 [구게하임상]과 [북 오브 더 센추리상]을 수상했다.
그는 그 뒤 로마대학ㆍ뮌헨대학ㆍ파리대학 등에서 연구했으며, 뉴욕대학 등에서 동양 문화와 비교문학을 강의하면서, 소설로 <행복한 숲>(1933) <동양인이 본 서양>(1965), 희곡으로 <왕실에서의 살인>(1935) 등을 발표하였다. 이 밖에 역서로 <동양의 시>(1929), 아내 프란시스 킬리와 공역으로 자신보다 19살 연상인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1971)을 냈다.
50년간 수집한 장서 5천 권을 1968년 고려대학교에 기증, 1970년에는 국제펜클럽 서울대회에 참석차 잠시 귀국했다. [20세기 작가 사전]에 수록되어 세계적으로 소개된 최초의 한국인 작가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소설 <초당(The Grass Roof)>(1931) <행복한 숲>(1933) <동양(東洋) 양반 서양(西洋)에 가다>(1937) <동양인이 본 서양>(1965) 등이 있고, 희곡 <왕실에서의 살인>(1935), 번역출판물로 <동양의 시>(1929) <님의 침묵>(한용운.1971)이 있다.
☞유성원(柳誠源.?∼1456.세조 2)
조선 단종(端宗) 때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 자는 태초(太初), 본관은 문화(文化), 시호는 충경(忠景). 사인(舍人) 유사근(柳士根)의 아들. 1444년(세종 26) 문과에 급제, 1447년(세종 29) 중시(重試)에 합격되어 호당(湖堂)에 들고, 다시 집현전(集賢殿)에 뽑혀 이름을 떨쳤다.
문종(文宗)이 재위 2년만에 죽고, 단동(端宗)이 즉위하자, 1455년(세조 1) 세조가 김종서(金宗瑞) 등을 살해하고 스스로 영의정⋅이조판서⋅호조판서⋅내외병마도통사를 겸한 뒤 교서(敎書)를 만들어 그 공훈을 기록하려 할 때 집현전 학사들이 모두 도망갔으나, 유서우언만 혼자 잡혀서 합벽 끝에 교서를 쓰고 집에 돌아와 통곡했다.
성삼문⋅박팽년 등과 함께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1456년(세조 2) 일이 탄로되자, 집에 돌아와 아내와 술잔을 나누고, 조상의 사당 앞에서 칼로 자살했다. 숙종 때 시호를 절의(節義)라 내렸고, 영조 때 이조판서를 추증, 시호를 충경(忠景)으로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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