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단편소설 『아우를 위하여』
황석영(黃晳暎, 1943~ )의 단편소설로 [신동아](제89호. 1972.1)에 발표되었다. 서간체 단편소설로 군대 간 아우에게 보내는 형의 편지 형식으로 쓰여 있다. 『아우를 위하여』는 두려움에 망설이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아우’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동생에게 보내는 형의 편지 형식으로 된 액자 구성의 단편소설이다. 6⋅25 직후의 초등학교 상급반 교실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부조리와 불의한 세력의 횡포를 우의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상국의 소설 <우상의 눈물(1980)>과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이 작품이 1972년에 발표되었으므로 전 씨와 이 씨가 황 씨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이 틀림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형은 아우를 위해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하며, 그의 어린 날 초등학교 교실에서 있었던 작은 일을 회상한다. 군대에 간 동생에게 형은 편지를 통해 19년 전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 전쟁 중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주인공은 교실 안에서 혼란한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경험한다. 부업 하느라 학교 수업은 내팽개친 담임과 나이와 힘을 내세워 반 전체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새로운 급장 영래,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일당은 주인공의 학교생활을 망쳐 놓은 주범이다. 이들의 사이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주인공은 소녀같이 맑은 교생 선생님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교생 선생님의 등장으로 교실 분위기는 급변하고, 특히 주인공에게는 전에 없던 용기가 생기게 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서울이 수복된 상태에서 나는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 온다. 서울의 초등학교 상급반 교실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있다.
부업에 정신이 팔려 학급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중에 영래라는 아이가 아이들의 환심을 사면서 반장이 된다. 영래네는 아이들을 집단행동으로 몰아가고, 이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담임선생님은 영래네의 행동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교실은 이들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그러던 어느 날, 교생 선생님이 실습을 나왔는데 그는 영래의 불합리하고 불의한 행동을 타이르며 비판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려 한다. 이러한 교생 선생님의 노력에 영향을 받아 급우들은 윤리적인 무관심으로 정의가 짓밟히는 현상에 대해 항거할 용기를 얻게 된다.
교생 선생님에게 불만을 품게 된 영래 일파는 교생 선생님을 비방하는 내용의 종잇조각을 돌리고, 나는 화가 나서 종잇조각을 돌린 종하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이것을 계기로 영래네의 위협에 아이들은 일제히 일어나 저항하게 되고, 결국 영래 일파는 아이들 앞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친다.
학급 구성원 중 나이 많고 힘 좋은 학생들이 급장 영래를 중심으로 학급을 장악한 채 갖가지 난폭한 행동을 한다. 대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은 그들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담임교사는 교실 안의 일보다는 자신이 벌여 놓은 사업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 틈나는 대로 교실을 비운다. 그럴 때마다 교실은 이들의 횡포에 전면적으로 노출된다. 여기에 교생 실습을 나온 여선생님이 등장한다.
그녀는 열성적이고 부드러워서, 조심스럽게 급장 영래의 횡포를 제어하고, 학급을 인간애 넘치는 분위기로 유도한다. 영래 일당은 이 새로운 방해자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수업 시간에 영래가 여선생님을 모욕하는 쪽지를 돌린 사건을 계기로, 여선생님을 존경하던 다수의 아이가 영래의 폭력적인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 결과, 선량한 다수의 결집한 힘 앞에서 이들의 권위는 순식간에 몰락해 버린다.
힘이 센 자는 폭력으로 다수의 약자를 짓밟고, 다수의 약자는 폭력 앞에 비굴해진다. 하지만 불의를 보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폭력에 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주인공은 깨닫는다.
♣
이러한 내용이 형을 일인칭 화자로 하여 서술된다. 여기에는 소수의 폭력적인 강자와 다수의 선량한 약자라는 이분법이 선명하게 전제되어 있다. 강자들은 소수이지만 강하고 조직적이며, 약자들은 다수이지만 무력하고 비겁하다.
그러나 다수의 약자가 강자의 폭력을 이기는 길은 간단하다. 불의와 폭력에 대한 저항의 용기를 발휘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다수의 결집한 힘으로 분출시켜 내는 일이다. 곧 오직 다수의 비겁과 무관심이 있는 곳에서만 폭력과 불의는 강자가 될 수 있으며, 그들이 저항의 용기를 발휘하는 순간 이내 약자는 진정한 강자의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에 놓여 있는 작가의 메시지이다. 소설의 전체는 이러한 주제 의식에 대해 하나의 비유적이고 교훈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불의에 굴종에 익숙하던 아이들이 교생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인해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로운 삶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이를 통해 작가는 독재정권이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짓밟고 있던 사회 현실을 빗대어 풍자하고,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결국, 이 소설은 주인공 ‘나’가 교생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의식이 성장하고, 행동화함으로써 삶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는 성장소설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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