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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송기숙 단편소설 『당제(堂祭)』

by 언덕에서 2021. 4. 6.

 

 

송기숙 단편소설 『당제(堂祭)』

 

송기숙(宋基淑, 1935~)의 단편소설로 1983년 발표되었다. 단편소설 「당제」는 제의를 통해 생태지역을 둘러싼 공동체의 갈등과 화합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개인의 소외는 이러한 집단의 제의를 통해 극복될 수 없다. 그러므로 개인은 자신만의 제의를 창안할 수밖에 없는데, 이 소설에서는 생태적 존재와의 연대를 통해 생태적인 장소를 발명함으로써 그러한 제의를 이어나간다.  이 소설에서 생태적인 장소란 인간과 자연의 경계선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생태적인 접근방식의 유효함을 (인간과 자연의) 경계에서 찾는다. 경계에 머무는 것은 환경에 대한 무감각이나 환경에 대한 집착을 넘어서서 환경을 온전히 이해하게끔 한다. 이는 생태주의 문학 안에서 환경과 장소에 대한 감수성을 환기하는 일이 가장 근본적인 일임을 시사한다.

 송기숙은 1964년 대학재학 중 대학신문에서 활동하면서 평론 <창작과정을 통해 본 손창섭>으로 조연현의 추천을 받았으며, 1965년 [현대문학]에 평론 <손창섭론>과 <이상 서설(李箱序說)>이 추천되었다. 이후 소설가로 전환하였다. 1994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냈으며, 1996년 전남대학교에 [5ㆍ18 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을 맡았다. <백의민족>으로 제18회 현대문학상(1972), <녹두장군>으로 제9회 [만해문학상](1994), 제12회 [금호예술상](1995), 제13회 [요산문학상](1996) 등을 수상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함몰영감이 곧 수몰 지역으로 흔적조차 없어질 감내 골에서 마지막 당제를 맞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제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지켜 주는 동신(洞神)에게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를 의미한다. 함몰영감이 제주(祭主)를 자처한 것은 아들 때문이다. 한국전쟁 때 의용군으로 끌려간 아들이 지리산 어딘가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함몰영감 부부는 아들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함몰영감이 일제 말 징용에 끌려가 모두 죽었다고 했을 때 미륵보살이 지켜 주어 살아 돌아온 것처럼 아들도 미륵보살의 자비로 북녘땅 어딘가에 살아있어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을 지켜 주던 당할아버지, 당할머니 나무의 판매 문제로 자리실 영감과 동네 청년 삼식이가 크게 싸운다. 결국, 당할아버지의 노여움 때문인지 삼식이는 물론 마을 사람들까지 벌에 쏘이는 지벌을 받지만, 당제를 지내면서 화해하게 된다. 감내골이 수몰되면 혹시나 이북에서 살아있을 아들이 물에 잠긴 동네 때문에 자신을 찾아오지 못할 것이 걱정된 함몰영감은 지난날 자신을 놀리던 도깨비들에게 앞으로 자신이 밥을 챙겨줄 테니 아들이 잘 찾아오게 이끌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마을이 수몰된 후 감내골로 가는 장구목재 잿길 옆 오무살이 곁에서, 낚시꾼들은 서툰 글씨지만 정성 들여 또박또박 쓰여있는 안내판을 발견한다.

 “이 재너매 잇뜬 감내골 동내는 저수지 땜네 마거서 한 집도 업씨 모두 다 업써저불고, 거그 살든 부님이 어매 한물댁하고 아배 한물 영감은 아 집에 산다. 부님이 아배 이름은 김진구다.”

 

 이 작품은 1983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제목인 ‘당제’란 마을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공 ‘한몰 영감’ 내외는 삼십 년 전 6・25 때 의용군으로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부부는 아들이 북쪽에 살아 있다고 믿는데, 이는 ‘한몰댁’이 꾼 꿈 때문이다. 미륵보살 곁에 서 있는 ‘한몰 영감’의 꿈을 꾼 다음날, ‘한몰댁’은 징용에 끌려갔던 남편의 사망 통지서를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미륵보살이 남편을 지켜줄 것이라 믿으며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한몰 영감’은 살아서 돌아온다. 그런데 아들이 지리산에서 죽었다는 소문이 난 상황에서 ‘한몰댁’이 미륵보살 옆에 서 있는 아들의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한편 댐 건설로 인해 마을은 수몰될 처지에 놓이고, ‘한몰 영감’은 마을에서 지내는 마지막 당제의 제주(祭主)가 되기를 자청한다. 당제가 끝난 뒤 ‘한몰 영감’은 홀로 남아 도깨비들에게 아들의 안전을 부탁하는 말을 전한다. 그 후 ‘한몰 영감’ 내외는 마을이 수몰된 이후에도 댐 근처에 집을 짓고 그 집이 누구의 집인지를 알리는 안내판을 세운 뒤 그곳에서 살아간다. 이 작품은 당제, 도깨비 등의 민속 신앙을 통해 일제 강점기에서 6・25 전쟁, 근대의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겪어온 아픔을 극복해 나가려는 감내골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1980년대의 감내골을 배경으로 한 전지적 작가 시점의 작품이다. 이 단편의 내용은 감내골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양봉이 날아와서 마을에서 키우던 토종벌을 죽이는 사건이 생기는데 이 사건이 상징하는 것은 서양문화가 우리 문화를 밀어낸다는 의미로 보인다. 주인공인 한몰 영감의 아들이 북한 인민군으로 있는데 한몰영감은 자기 아들이 간첩으로 내려와 자신을 보러 올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감내골에 댐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그는 아들을 위해 표지판을 만들어 놓는다. 이 장면에서 한몰영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으로 전달하려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개발로 인한 전통사회의 해체와 남북 분단의 고통을 안고 사는 민족이다.

 이 작품은 근대화의 이름으로 마을이 수몰되자 마을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당제를 지낸다는 내용이다. 마을 사람들은 ‘징용 귀신, 공출 귀신 다 잡아가라!’라고 소리치며 일제의 수탈에 분노하고 서로서로 아픔을 위로했다. 그것은 굿을 통한 대동굿이었다. 민족 수난의 역사와 산업화를 겪은 농촌을 배경으로 한몰 영감 부부와 마을 사람들이 경험한 아픔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두 가지 축은 ‘역사’와 ‘신앙’으로 초월적 세계에 관한 믿음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미륵 바위’는 개개인이 초월적 세계를 향해 직접적으로 기원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리고 마을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당제'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의식이다. ‘도깨비’는 두 세계의 매개자로서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현실의 삶이 초월적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지탱되고 이어져 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