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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최고운전(崔孤雲傳)』

by 언덕에서 2020. 2. 27.

 

 


고대소설 최고운전(崔孤雲傳)

 

 

 

 

 

조선시대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 도술소설1책으로 구성되며 한문본과 한글본, 필사본과 활자본이 있다. 신라 말기의 학자 고운(孤雲) 최치원의 파란 많은 생애를 설화적인 허구적 구성으로 영웅화한 전기적 소설이다. 한문본인 <최고운전> <최문헌전(崔文憲傳)>과 국문본인 <최고운전> <최충전(崔只傳)> 등이 함께 전하나 한문본이 선행본이다. 이들 한문본과 국문본의 줄거리는 비슷하나, 그 표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글본 <최충전>은 한문본 <최고운전>(대제각 영인본)계의 번역 개작이고, 한글본 <최고운전>은 신소설조로 된 개작이다.

  조선시대의 많은 군담소설이 전쟁을 소재로 하여 민족의 영웅을 창조하고 있음에 반해,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의 뛰어난 문재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역력한 점이 큰 특색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최고운이 태어나자 그의 부모는 금돼지의 새끼로 잘못 알고 내다 버리지만, 선녀와 연꽃 및 백조들이 아기를 돌보는 기적이 나타나자 다시 데려다가 키워 학문과 문장으로 크게 떨치게 된다.

  하루는 중국 황제가 들으니 시 읊는 소리가 하도 낭랑하여 알아보게 한 즉, 그것은 신라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즉시 신하를 신라로 보내어 알아보았더니, 신라에는 재사가 수백 명이나 된다는 보고에 황제는 신라 석함에 달걀을 넣고 초로 밀봉한 다음 다시 신하를 시켜 석함 속의 물건을 시로 지어 보내지 않으면 대국을 가볍게 본 죄로 다스리겠다고 위협하였다.

  이에 최고운이 '團團石物中 半白半黃金 夜夜知時鳴 含情未吐音'이라 하여, 이미 그 내용물인 달걀이 병아리가 되었음을 작시해 보내니 탄복한 황제는 최고운을 중국에 초빙한다. 중국에서 장원급제한 그는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적장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마침내 난을 다스리니 황제는 더욱 감탄한다. 그러나 이를 시기한 중국인 신하들의 모함으로 외딴 섬에 유배되어 몇 차례의 위기를 도술로 모면한 뒤 무사히 신라로 돌아온다.

  왕은 그에게 벼슬을 주었으나 최고운은 끝내 사양하고 가야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

 

 

 

  

  이 작품에는 금돼지의 최치원 어머니 납치, 늙은 할미와 용의 아들인 이목과 만남, 그들의 최치원에 대한 뒷바라지, 최치원과 선녀와의 만남 등 민담적 요소와 전설적 요소, 그리고 신화적인 요소가 꽤 많이 수용되어 있다. 이 소설은 당나라에 대한 최치원의 저항ㆍ공격ㆍ승리를 통하여 우리 민족의 우월성을 드러내고, 북방민족에게 당하는 시달림을 정신적으로 극복, 보상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외관상 혹은 형식상의 관계에서와는 달리, 실질적인 면에서는 임금보다는 신하가, 관리보다는 백성이, 그리고 주인보다는 종이 더 우월한 존재로, 또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혹은 아버지보다는 그 아들이나 딸이,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우월한 존재로, 그리고 중국의 선비보다는 신라의 선비가 더 우월한 존재로 그려져 있어서 흥미롭다.

  『최고운전은 강대한 것과 약소한 것과의 형식적 관계와 내용적 관계가 반대로 되어 있는 것이 당시의 실상임을 보여줌으로써 존재와 당위가 무엇인가를 시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 한결같이 명분ㆍ체면ㆍ나이ㆍ권위ㆍ신분ㆍ형식 등을 내세워 서사적 자아를 억압하는 세계의 부당한 횡포를 비판하고 고발함으로써 당대 중세적 질서의 위기를 문제 삼고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