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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옥단춘전(玉丹春傳)』

by 언덕에서 2020. 2. 20.

 

 

 

고대소설 『옥단춘전(玉丹春傳)』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대소설로 11책이며 전선의 영ㆍ정조 때 된 듯하나, 확실치 않다. 이본이 많으나, 모두 내용이 대동소이하며, <춘향전>과 유사한 애정 소설이다.

  국문 필사본ㆍ활자본. <곽씨 경전>, <이어사전>이라고도 한다. 현재 10여 종 이상의 필사본이 전하고 있다. 활자본으로는 1916년에 박문서관과 청송당서점, 1926년 대성서림에서 발생한 것을 비롯하여 1961년에 세창서관에서 발행한 것까지 15종이 있다필사본은 필사본만으로 유통된 것과 활자본을 필사한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활자본은 42(청송당서점간), 38(박문서관 간), 36(대성서림 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내용은 같다.

  『옥단춘전』은 주인공 옥단춘의 이름이 김재철이 채록한 산대도감극 대사나 예천ㆍ군위지방의 민요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민간에 널리 유포되어 읽힌 작품으로 추정된다. 또한, 현존하는 민요 <옥단춘요>는 소설 옥단춘전』과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가 옥단춘전』이 유포되면서, 활자본 또는 활자본 계열의 필사본에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장서각도서와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본(김동욱 소장본)에 소장되어 있으며, 그 외 조동일이 소장하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남자주인공 이혈룡의 고생담과 친구인 김진희에게 학대받던 일을 쓰고, 후반부에서는 평양 기생 옥단춘의 도움으로 출세하여 옛날 자기를 괄시하던 친구 김진희의 죄를 벌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조선 숙종 때 두 재상 김정과 이정은 각각 같은 나이의 진희와 혈룡이라는 아들을 두었다. 진희와 혈룡은 동문수학하며 우의가 두꺼워져 장차 서로 돕고 살기로 언약한다. 그 뒤 김진희는 과거에 급제하여 결국 평안감사가 되었으나, 이혈룡은 과거를 보지 못하고 노모와 처자를 데리고 가난하고 쓸쓸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이혈룡은 평안감사가 된 친구를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하고 걸식을 하다가, 하루는 연광정에서 평안감사가 잔치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찾아간다. 그러나 김진희는 이혈룡을 박대하면서, 사공을 불러 그를 죽이라고까지 한다.

  이때, 옥단춘이라는 기생이 이혈룡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사공을 매수하여 혈룡을 구하여 집으로 데려와 가연을 맺는다. 옥단춘은 혈룡의 식솔들도 보살핀다. 혈룡은 옥단춘의 도움으로 과거에 급제하여 평안도 암행어사가 되어 걸인 행색으로 평양에 간다. 연광정에서 잔치하던 김진희가 이혈룡이 다시 온 것을 알고는 재차 잡아 죽이라고 하자, 어사 출두를 하여 김진희의 죄를 엄하게 다스린다. 그 뒤 혈룡은 우의정에 올라 옥단춘과 행복한 삶을 산다.

 

  

 이 소설은 평양 기생 옥단춘의 순정과 절의그리고 이혈룡과 김진희라는 친구 사이의 그릇된 우정 문제를 다루면서고난에 찬 주인공의 처지가 마지막에는 행복한 것으로 전환되는 조선 시대 소설의 일반적인 유형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춘향전>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가령 주인공들의 이름이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성춘향에 대하여 이 작품에서는 이혈룡옥단춘으로 되어 있는 것이나, <춘향전>의 신분 관계와 <옥단춘전>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신분 관계가 같은 점이 그러하다. 또한, 어사 출두나 봉고파직 등 결말 부분의 줄거리도 같으며, 두 작품 모두가 율문체인 점 등 옥단춘전』<춘향전>과 유사한 점이 많으므로 <춘향전>을 모방한 작품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한편숙종 때 김우항이라는 사람이 등과하기 전에 불우하게 살다 강계부사로 있던 이종에게 도움을 청하였다고 한다그런데 이종이 오히려 그를 감금하려고 하자 김우항이 도망쳐 나와 기생 홍도의 도움으로 과거에 급제하고 평안감사가 되어 이종의 죄를 벌한 일이 있었다 한다이 이야기는 『옥단춘전』의 구성과 아주 유사하다그래서 혹자는 <옥단춘전>이 김우항 설화를 소설화한 것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옥단춘전』이 김우항 설화를 소설화하였다거나 <춘향전>을 모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다만 조선 후기에 몰락한 사대부에 대한 기생의 동정적인 사랑, 또는 몰락한 양반들의 암행어사 등 입신을 통한 불우한 처지의 보상 욕구 등의 동기는 조선 후기의 시대 상황으로 보아 상당히 보편적인 것이었으리라 추정되고, 이러한 모티프들이 결합되어 <춘향전>이나 옥단춘전』 등의 소설이 이루어진 것이라 보는 견해가 다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