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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소포클레스 비극 『엘렉트라(Electra)』

by 언덕에서 2022. 9. 6.

소포클레스 비극 『엘렉트라(Electra)』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 BC 496∼BC 406)의 비극 작품으로 <안티고네> 뒤에 상연된 극으로 추정된다.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의 살모(殺母)를 함께 다루면서, 누이와 동생이 상봉하는 장면을 교묘하게 구성했다.  복선으로서의 전반의 줄거리는 아이스킬로스의 <코에포로이>보다도 훨씬 복잡하며, <엘렉트라>를 복수의 편집광으로 그려 놓았다. 주인공이 둘로 갈라져 있어서 실패작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소포클레스가 쓴 비극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7편뿐이다(그 밖에 절반만 남아 있는 가벼운 사티로스 극, 단편 일부, 그리고 90개의 제목이 남아 있음). 이 작품들은 소포클레스의 내적 경험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그의 태도와 성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각 작품이 언제 쓰였는가를 알 수 있다면 작품의 발달 과정을 순서대로 개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2~3편의 작품에 대해서만 상당히 확실한 제작 연도가 알려져 있고, 이들 작품은 변화나 발전보다는 변함없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에서 불행과 고통 및 죽음은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며 '슬프지도' 않고 무의미하지도 않다. 불행과 고통 및 죽음은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거짓된 삶에서 진정한 삶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낳거나 변화의 조짐이 된다. 죽음 같은 고통(정신이나 육체의 고통, 또는 정신과 육체의 고통)은 더 커진 이해력과 더불어 '재생'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디오니소스 신의 모습으로 나타난 황홀경과 번식 및 성장의 변형력(디오니소스 연극 대축제 자체가 이 힘을 찬양하는 축제였음)과 비슷하다.

 

전장에서 돌아온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아내와 그녀의 정부에 의해 살해된다.이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는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를 그린 작품.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엘렉트라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딸로서, 대대로 저주받은 아트레우스 가(家)의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중심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트로이전쟁의 총지휘관 아가멤논은 10년 만에 고향으로 개선하는데, 아내인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Klytaimnestra)와 간부(姦夫) 아이기스토스(Aigistos)에게 살해된다.

 엘렉트라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불타는 증오심과 망명 중인 남동생 오레스테스에 대한 마지막 희망 등으로 심경이 복잡한, 불굴의 여인이다. 극의 도입부에는 아가멤논의 아들이자 엘렉트라의 동생인 오레스테스가 아폴론의 신탁을 받고 계략을 써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친구인 필라데스(Pylades)와 어릴 때부터 자신을 받들어온 노복(老僕)과 함께 등장한다.

 이들은 노복을 시켜 오레스테스가 델포이의 마차경주에서 사고로 죽었다고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에게 거짓으로 알려 안심시킨 후, 그들을 살해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엘렉트라는 노복이 거짓으로 전한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절망하여 비탄에 빠지고,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그 소식에 안도하며 복수심에 불타던 딸 엘렉트라를 조롱한다.

 엘렉트라는 여동생 크리소테미스(Chrysothemis)에게 이제 오레스테스마저 죽었으니 둘이서 힘을 합해 아이기스토스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자고 설득한다. 이에 크리소테미스가 약자로서는 억울해도 참는 수밖에 없다고 하여 둘은 격렬하게 말다툼하고 원수처럼 헤어진다. 마침내 엘렉트라는 혼자서라도 복수하려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사태가 급전하여 죽었다던 동생과 감격적으로 재회하고, 동생을 격려하여 아버지의 복수를 하게 한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의 후기 작품이다. 공연 연대는 대략 BC 410년대로 추정된다. 엄격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극의 중심부는 엘렉트라의 도덕적 승리와 친모살해라는 실질적 패배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포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엘렉트라를 소재로 친모살해라는 모티프를 극의 중심주제로 다루지 않고, 엘렉트라라는 한 여성이 자신의 가혹한 운명과 맞서 싸우며 어떠한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관철하는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는 어머니를 유인하여 직접 살해하는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엘렉트라>와 역시 같은 모티프를 다루고 있으나 동생인 오레스테스(Orestes)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의 <공양하는 여자들>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점이 있다.

 

 

 이 작품은 철저히 파괴된 인륜 속에서 정의의 길을 가야 하는 인간의 내면적 고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소포클레스는 엘렉트라라는 인물을 통해 아무리 정의로운 사람이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불의와 불행을 당하고, 사악한 무리 속에 홀로 남겨지면 결국 스스로 사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고통스러운 자기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소포클레스의 어떤 등장인물들은 당연히 끔찍한 시련을 피하려고 애쓰며, 어떤 등장인물들은 거기에 압도당한다. 또 어떤 등장인물들은 적어도 어느 정도 그 시련에 맞서서 대항한다(오이디푸스, 안티고네, 필록테테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시련에 대항해도, 주인공(그리고 일부 조역들)은 결국에는 모두 죽는다. 데이아네이라, 이오카스테, 에우리디케, 하이몬, 그리고 콜로노스의 신성한 무덤 속에 누워 있는 오이디푸스처럼 주인공 대다수는 육체적으로 죽는다. 또한, 다른 주인공들은 상징적으로 죽는다. 예를 들어 동생 오레스테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진 엘렉트라, 자기 섬에 남겨질 것을 죽기보다 더 두려워하는 필록테테스, 아들과 아내를 잃은 크레온, 자신이 지은 죄를 깨닫고 스스로 눈을 찔러 시각장애인이 되는 오이디푸스가 극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