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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

by 언덕에서 2020. 1. 23.

 

 

고대소설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

 

 

  

조선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1책으로 구성되며 국문 필사본ㆍ활자본. ‘추풍감별곡이라는 표제도 있는데, 이는 작품 안에 삽입된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필사본으로는 규장각본이 있고, 활자본은 1913년 박문서관본, 1952년 세창서관본이 있다.

  이 소설은 12회 회장체소설로 중국소설집 <금고기관(今古奇觀)> 중의 <왕교란백년장한(王嬌鸞百年長恨)>과 유사한 점이 있어 번안이라는 논란이 있다. 서두의 남녀 상봉 과정과 화답한 시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영향을 받은 듯하나, 줄거리와 짜임새는 서로 다르므로 창작소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순조철종 연간의 작품으로 짐작되며, 사실적인 묘사로 조선 후기 부패한 관리들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하고, 진취적인 한 여성이 부모의 명령을 거역하면서까지 사랑을 성취한다는 내용을 그려 조선 시대 소설에서는 드물게 보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내용 중에 채봉이 지어 부르는 가사체<추풍감별곡>이 있으며, 동명의 서도창(西道唱)이 따로 있다. 1962[현대문학] 11월호에 김기동)이 이 소설을 교주(校註) 발표한 바 있다.

  조선 후기 부패한 관리들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하고, 진취적인 한 여성이 부모의 명령을 거역하면서까지 사랑을 성취한다는 내용으로, 평양성 밖에 사는 김 진사의 딸 채봉과 선천부사의 아들 강필성이 연애하여 결혼하기까지의 파란 많은 역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평양성 밖에 사는 김 진사의 딸 채봉(彩鳳)과 선천부사의 아들 강필성은 약혼한 사이였는데, 벼슬에 눈이 어두운 김 진사가 딸 채봉을 허 판서의 첩으로 주기로 약속한다.

  허 판서를 만나러 상경 도중 도적을 만나 그 틈에 딸이 도망가자, 김 진사는 허 판서에 의해 투옥된다. 돈만 있으면 아버지를 풀어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채봉은 기생 노릇을 하는데, 이때 애인 강필성과 다시 만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강필성이 평안감사의 비서가 되어 스스로 감영의 이방이 되기를 청했고, 채봉은 밤마다 감별곡(感別曲)을 지어 불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감사는 두 사람의 사랑을 가상히 여겨 가연을 맺어 준다.

 

 

 

 

 

  이 작품은 '채봉'이라는 한 여성이 출세욕에 눈이 먼 부모 때문에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내 사랑을 성취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속물적인 부모의 명령을 거역하면서까지 그 사랑을 성취한다는 내용을 비교적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다른 고전 소설과는 달리 주인공 채봉이 주체적 의지에 따라 행동했다는 점에서 근대적 여성관에 근접하고 있다. 또한, 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풍조를 통해서 조선 후기 타락한 사회상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사건의 상당 부분을 우연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고전 소설과 관성에서 탈피했고현실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사건의 전개와 함께 사실에 가까운 표현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근대 소설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채봉감별곡1913년에 활자본으로 처음 출간된 뒤, 1950년대까지 다수의 이본으로 출간을 거듭하며 당대 출판·문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진실한 사랑을 좇아 살고자 했던 한 여성의 모습을 당대의 사회상과 함께 진솔하고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데, 무엇보다 조선 후기의 부패한 사회 현실에 대한 묘사가 아주 사실적이다.

  매관매직으로 대표되는 조선 후기의 정치적 타락상과 삼정의 문란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의 부패는 각종 민란과 봉기를 불러왔다. 봉건 사회 속에서 싹트기 시작한 자본주의 상품 화폐 경제의 모습과 신분 제도의 균열상 등,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상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겪게 되는 현실의 문제와 적절히 연결해, 현실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랑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 내려는 여성 주인공의 삶을 더욱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관직을 사고파는 일이 성행하던 조선 말엽의 세태를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딸을 팔아서까지 벼슬하려고 하는 김 진사, 부모의 명을 거역하고 도망하였다가 기생이 되는 채봉, 애인을 만나기 위하여 천한 이방이 되는 필성 등은 기존질서에 크게 파격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들이다.

 신분질서의 와해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육욕과 출세욕은 개화기의 고전 소설들과도 상통하는 점이다현실적ㆍ합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사건의 전개와 사실에 가까운 표현법 등은 이 작품이 근대 소설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는 작품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