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임진록(壬辰錄)』

by 언덕에서 2020. 1. 9.

 

고대소설 『임진록(壬辰錄)』

 

 

조선 시대 작자ㆍ연대 미상의 역사소설로 경판ㆍ완판의 방각본 및 사본이 전한다. 책의 표제대로 선조 때 임진왜란의 전기로서, 인조 말기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국문본과 한문본 두 가지의 이본이 있다. 정사적인 입장에서 쓴 유성룡<징비록>, 신정<임진록>, 안방준<임진록>, 고려대학본 <임진록(표지 제목은 임진록겸면사)> 등의 한문본과 1948년에 나온 이명선의 역주본<흑룡록(주석본 이름은 임진록)>, 국립중앙도서관본 <임진록>, 백순재본 <흑룡일기> 등 여러 종류의 국문본이 모두 이 계열에 드는 작품들이다.

  역사적인 사실에 약간의 영웅적 과장을 가미하여 이루어진 작품들로서, 당시에 들어온 <삼국지연의>의 영향을 받았다. , 현실로는 아군이 패전한 것이 사실이나, 작품 속에서는 곳곳에서 승전하는 아군이 묘사되었고, 특히 이충무공ㆍ조헌의 전략 및 서산대사ㆍ사명대사의 도술 등은 과장 및 환상적으로 표현하여 끝을 승리로 결구하여 놓았다. 이 중에서 한글본과 한문본의 차이점이 발견되는 것은 흥미롭다. , 한글본은 왜적에 대한 적개심과 복수심이 투영된 데 비하여, 한문본은 이여송을 주인공으로 하여 외세에 의존하려는 사대주의 사상이 농후하다. 일제강점기에서는 이 책들이 모두 금서가 되기도 하였다.

  한문본은 한글본과 그 내용이 판이하여 같은 작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이 다양한 판본들이 모두 임진왜란을 소재로 해서 민족적 자존심을 드높이기 위해 제작된 것이며, 또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변형과 첨삭을 거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모두 <임진록>이라는 한 가지 작품으로 통칭한다.

  이 소설은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창작 연대 미상의 군담소설로서 한글본과 한문본이 있으며, <임진록>, <님진록>, <흑룡록>, <흑룡일기> 등의 표제로 된 국문본이 필사본 또는 판본으로 전하고 있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이 소설들은 당시 유전되어오던 반왜적인 전쟁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한글본과 한문본의 내용이 다른 것으로 보아 문자로 정착되면서부터 이본을 낳게 된 것으로 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평안도 삭주에 사는 최위공 부인이 관운장을 만나는 태몽을 꾼 뒤 낳은 최일경이 장성하여 우의정을 지낼 때 선조 대왕의 꿈을 해몽하게 된다. 한 계집이 기장 자루를 이고 대궐 뜨락에 내려놓자 화광이 충천하는 꿈 이야기를 듣고, 최일경은 글자로 풀어 왜란이 일어날 징조라 하므로 노여움을 사 귀양을 간다.

  그 삼 년 후, 도원수 조섭, 부원수 청정이 군사를 이끌고 조선을 침략하고, 이순신이 거북선을 띄워 항전하나 적장 마홍의 살에 맞고, 강홍립이 출전하는 마홍을 베고, 정충남은 청동의 목을 베지만 청정에게 피살되고 만다. 선조는 도성을 떠나 김도경이 호송하여 의주까지 피란하고, 최일경은 김응서를 천거하고, 김덕령이 나타나 신술로 전세를 승리로 이끈다. 한편 유성룡은 명나라에 청병하러 가서 관운장이 꿈에 나타나 도우니 이여송을 얻어 귀국하지만, 이여송은 갖가지 트집으로 머뭇거리다가 선조의 통곡으로 원병에 나선다. 김응서는 기생 월선을 통해 왜장 조섭을 살해하는 데 성공하고, 이여송이 청정의 목을 베며, 김덕령은 억울한 죽임을 당한다.

  전쟁이 끝나자 이여송이 조선의 지맥을 끊으려 하지만, 초립동으로 변장한 태백산 신령이 그를 명나라로 쫓아낸다. 그 후 강홍립과 김응서가 군사를 거느리고 임란을 보복하기 위해 왜국의 정벌에 나서지만, 결국 실패하여 김응서가 강홍립의 목을 베고 나서 자신도 자결한다. 그 후 사명당이 일본에 가서 시련을 물리치고 왜왕을 굴복시키고 조공 약속을 받은 뒤 돌아온다는 것으로 끝난다.

 

 

 

 

 전통적으로 임진록은 현실적으로 패배한 패전의 역사를 허구적인 승전사로 꾸며놓음으로써 정신적인 보상을 얻으려는 작품 의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는 소설로 취급됐다그러나 이러한 견해가 반드시 옳은 것일 수는 없다.

 실제로 임진왜란은 패배한 전쟁이 아니라, 7년간의 끈질긴 민족적 항쟁을 통해 왜적의 야욕을 수포로 돌리고 그들을 철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점에서는 오히려 승리한 전쟁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또 이 소설의 곳곳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써 놓고 있으나, 소설이 꼭 사실의 기록일 수 없다는 점으로 보면, 이것도 부정적으로만 평가될 요소는 아닐 것이다. 그것들은 오히려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의 표현으로서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높여 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임진록은 임진왜란의 역사적 현실을 폭넓게 문학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왜적을 물리치기까지의 전쟁의 승리 과정을 잘 보여주고, 당대 우리 민중의 애국심과 민족적 긍지를 높인 소설이라 하겠다. 또 이 작품은 다른 고전소설과 확연히 구별되는 독특한 내용과 구성을 이루어, 동시대의 애국심을 고양하는 역사 군담소설에 큰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17세기 우리나라 국문 장편소설의 첫 작품이라는 문학사적 위치를 지니게 되었다. <박씨부인전>이나 <임경업전>은 이 소설의 창작 경험을 이어받은 것이다.

  임진왜란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시련을 안겨 준 전란이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므로 임진록은 우리 민족이 왜적에게 비참하게 패배한 나머지 그들에 대한 울분과 복수심을 표현해 보고자 지은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처절하게 당한 패전을 현실과 달리 승전사로 허구화한 것에서 우리는 저상된 민족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패전으로 인한 수모를 정신적으로 보상해 보고자 하던 민족적 설욕의 정신 자세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