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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국선생전(麴先生傳)』

by 언덕에서 2019. 12. 3.

 

 

 

고대소설 국선생전(麴先生傳)

 

 

 

 

 

고려 고종 때 지헌 이규보(11681241)가 지은 가전체소설로 작자의 문집 <동국이상국집> 전집 20<동문선>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과 지명 등은 모두 술과 연관된 한자를 골랐으며, 누룩() 등을 의인화하여 당시의 문란한 정치ㆍ사회상을 비판하였다. <동문선(東文選)> 100권에 실려 있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이 작품에서 작자는 주인공인 국성을 신하의 입장으로 설정하여, 유생의 삶이란 신하로서 군왕을 모시고 치국의 이상을 바르게 실현하는 데 있다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국성은 일시적인 시련을 견딜 줄 아는 덕과 충성심이 지극한 긍정적인 인물로 서술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술을 소재로 하면서도 아첨을 일삼는 정계나 방탕한 군주를 풍자한 <국순전>과는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지헌   이규보 (1 168 ∼ 1241) 초상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국성(麴聖: 맑은 술)은 주천(酒泉) 고을 사람으로 아버지는 차()이고 어머니는 곡씨(穀氏)의 딸이다. 서막(徐邈)은 어린 국성을 사랑하여 국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국성은 어려서부터 이미 남의 잘못을 이해하고 감싸 주며 일을 능히 처리하는 깊은 힘이 있었다.

  손님이 국성의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국성을 눈여겨보고 이 아이의 심기가 만경의 물과 같아서 맑게 해도 더 맑지 않고, 뒤흔들어도 흐려지지 않는다고 칭찬하였다. 국성은 자라서는 유영도잠과 더불어 친구가 되었다. 임금도 국성의 향기로운 이름을 듣고 그를 총애하였다. 그리하여 국성은 임금과 날로 친근하여 거슬림이 없었고, 잔치에도 함부로 노닐었다.

  국성의 아들 삼 형제 혹(: 텁텁한 술맛의 형용)ㆍ포(: 一宿酒鷄鳴酒)ㆍ역(: 쓰고 진한 술)은 아버지의 총애를 믿고 방자하게 굴다가 모영(毛穎: 붓을 의인화함)의 탄핵을 받았다. 이로 말미암아 아들들은 자살했고, 국성은 삭탈관직 되어 서인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국성은 뒤에 다시 기용되어 난리를 평정함에 공을 세웠다. 그 뒤 스스로 분수를 알아 물러나, 임금의 허락을 받아 고향에 돌아가 갑자기 생긴 병으로 죽었다.

  사신(史臣)이 말하기를,

  “국 씨는 대대로 농가 출신이다. 국성이 순후한 덕과 맑은 재주로 임금의 심복이 되어 나라 정사를 짐작하고, 임금의 마음을 윤택하게 함에 있어 거의 태평한 경지의 공을 이루었으니 장하도다!”라고 하였다.

 

 

  이 작품은 임춘의 <국순전>과 함께 술(누룩)을 의인화하여 교화를 목적으로 한 가전 문학이다. 이 작품이 비록 <국순전>의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지만, 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면이나, '위국 충절'을 주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다르게 평가된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드러나는 인물의 행동 양식은 <국순전>의 국순과는 다른 행동을 보여 준다. '국 선생'은 비록 비천한 몸이었지만 성실히 행동하였기 때문에 관직에 등용되었고, 또 총애가 지나쳐 잘못을 저지르지만, 물러난 후 후회할 줄 알며, 국난을 당해서는 백의종군하였다는 행동이 그러하다. 이를 통해 볼 때, 이 작품은 주제 의식뿐만 아니라 사회적 교훈을 강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안으로 무신의 난과 밖으로 몽골군의 침입에 희생된 고려 의종고종 연간의 난국에 처하여 분수를 망각한 인간성의 결함과 비정을 풍자하며 세상 사람들을 경계하고 징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술을 의인화하여 썼으며 위ㆍ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처세의 생활 철학을 제시한 일종의 자서전적 작품이다.

  신하는 군왕으로부터 총애를 받게 되면 자칫 방자하여 신하의 도리를 잃게 된다. 그러면 신하는 한때 꼭 필요한 존재에서 국가나 민생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마침내는 자신의 몰락까지 자초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선생전』은 신하는 신하의 도리를 굳게 지켜나감으로써 어진 신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때를 보아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