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수필 『계축일기(癸丑日記)』
조선 선조 계비 인목대비(仁穆大妃.1584.선조 17∼1632.인조 10) 의 나인(內人)이 쓴 수필로 선조 35년∼광해군 15년 인조반정 때까지의 광해군과 영창대군 사이의 당쟁 소용돌이를 소재로 한 내용이다. 일명 <서궁록>으로도 불린다.
인목대비의 나인 작품이라는 통설에 대해 문체, 역사적 사실들을 들어 인목대비 자신의 작이라는 설도 있다. 선조 35년∼광해군 15년 인조반정 때까지의 광해군과 영창대군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쟁의 소용돌이를 사실적 서술과 중후한 궁중어로 서술하였다. 묘사보다는 서술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계축일기』는 공빈김씨(恭嬪金氏)의 소생인 광해군과 인목대비의 소생인 영창대군을 둘러싼 당쟁을 중후한 궁중어로써 사실적으로 서술한 글이다. 묘사보다는 서술에 중점을 두고 있어 당시의 치열한 당쟁의 뒤쪽을 이해하는 데 보조 자료가 된다.
인목대비의 아버지인 김제남이 영창대군을 추대하여 모반하려 한다는 무고로 김제남 부자와 영창대군은 참혹한 죽임을 당하고, 인목대비는 서궁인 덕수궁으로 쫓겨나 폐비가 되며, 그 뒤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11년 만에 인조반정으로 복위되었다는 이른바 궁중 비사이다. <한중록> <인현왕후전>과 함께 3대 궁중문학으로서 소설 문학 발달에 크게 이바지한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조선 중기의 궁중에서 전개되는 풍속ㆍ인정 및 생활상을 잘 보여준 점, 한문 고사를 피하고 순우리말을 구사한 점, 중후하고 전아한 궁중어와 문체를 남긴 점 등은 다른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자료다. 구 왕궁 낙선재본에 전해오던 것을 1947년 가을 서울대학교 문리대 국문과 주최의 도서전시회에 특별 전시되면서 비로소 학계에 알려지게 되고, 1958년 강한영의 교주본(校註本)을 [청구출판사]에서 간행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인목대비는 김제남의 딸로 19세 때 51세인 선조의 계비가 되어, 선조 36년 정명 공주를 낳고, 39년 영창대군을 낳았다. 첫째 부인 박 씨에게는 혈육이 없었다. 선조는 후궁들의 몸에서 자녀를 두었는데, 공빈 김씨의 소생인 둘째 아들 광해군이 일찍 세자가 되어 세력을 잡았다. 그러나 광해군은 항상 영창대군을 의식하였고, 선조가 57세로 죽자 광해군은 즉위하여 친형 임해군을 죽였다.
그 뒤 무옥사건은 계속 일어났고, 광해군의 의심하는 병은 더욱 심해 갔다. 계축년에 서양갑 등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사건은 당시 명문의 서자들이 천대받음에 반항을 하고 무리를 모아 폭력단을 이루어 재물을 빼앗다가 포도청에 잡혔다. 이때, 이이첨이 그 무리 중의 한 사람인 박응서를 꾀어서 김제남이 영창대군을 추대하여 배반을 꾀한다고 거짓으로 꾸미어 고소하였다.
그런 조작극으로 김제남 부자와 영창대군은 참혹한 죽임을 당하고, 인목대비는 서궁인 덕수궁 안에 있는 경운궁으로 쫓겨나가 폐비가 되는 사건으로 비화하였다. 그 뒤 인목대비는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청춘을 다 보낸 뒤 11년 만에 인조반정으로 복위되었다.
『계축일기』는 왕위를 지키고자 친형을 죽이고 여덟 살 난 어린 이복동생까지 죽인 광해군과 그 치하에서 살았던 선조의 계비 인목대비와 내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속에서 엿볼 수 있는 궁중 안팎의 정치적 암투, 왕위와 관련한 크고 작은 옥사들, 승자와 패자,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조정 관료들과 궁인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역사이자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온 정치와 역사의 한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보여지는 당시 궁중의 풍속과 생활 모습, 궁중의 언어 또한 이 책의 역사적 · 문학적으로 얼마나 큰 가치를 갖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궁중 생활을 속속들이 파고들어서 현대 작가의 수법을 방불케 하는 필치로 조선 중기의 궁정에서 전개되는 인정ㆍ풍속과 착잡한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서술하였다.
고대소설의 결함인 한문 고사 나열이 없고, 단아한 궁중어를 사용하여 각 인물과 사건을 그려,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기에서 다루어진 모럴의 상극, 당쟁의 배경, 정치의 부패, 권모술수 등은 결코 17세기의 사건만이 아니라, 어느 사회에나 있을 수 있는 인생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
‘계축’이라는 제목은 인목 대비가 자리에서 쫓겨난 해인 1613년을 가리키는데, ‘계축년 전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일기’라는 뜻이다. 또 다른 제목은 <서궁일기>로, 인목 대비가 자리에서 쫓겨나 가게 된 곳이 서궁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또 『계축일기』는 작자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인목 대비가 지었다는 설도 있고, 인목 대비의 딸인 정명 공주가 지었다는 설도 있고, 인목 대비와 함께 지냈던 궁녀 중에서 누군가가 지었다는 설도 있다. 1623년 인조 반정으로 광해군이 왕위에서 물러날 때까지 십 년간 인목 대비와 궁녀들의 고난한 삶을 보여 주는 『계축일기』는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 자료이기도 하다.
내용을 볼 때, 전반부가 사실을 왜곡되게 서술한 외에는 역사적 사실들과 비교적 부합되는 사실적 서술인 데 비해, 후반부는 다분히 현실성을 뛰어넘은 가상적 사건들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작자의 자세가 바뀌게 된 까닭은, 서궁 생활을 서술하는 후반부 대목에서는 이미 이 사건의 결말을 본 반정 후 소회이기 때문에 창작적 수법을 발휘하여 억울했던 자신들의 생활을 한층 비참하게 서술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중에도 천우신조를 입어 광명의 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사건을 합리화시키려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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