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소설 『김인향전(金仁香傳)』
작자ㆍ연대 미상의 고대소설로 한 권으로 구성되며 한글 필사본ㆍ활자본이 존재한다. <한글필사본고소설자료총서>에는 ‘인향전 권지단’이란 표제를 가진 이본(異本) 3종이 있다. 활자본은 [세창서관] 발행으로 통용되는 박승엽저 <인향전>을 <김인향 전>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이 소설은 1915년 [한성 서관]과 [유일 서관], 1923년과 1925년 [한문 서관], 그리고 1932년 [신구 서림]에 의해서 광고된 바 있다. 1938년의 '중흥서 관본'이 <활자본 고전소설 전집>에 수록되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장서각 도서에 있다.
계모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두 자매의 원혼이 한을 푼다는 내용의 계모박해형 소설이다. 방각본1은 없고 필사본과 1938년 [중흥 서관]에서 출판된 구활자본이 전한다. 이 소설은 사건 묘사에 성공한 작품으로, 구성이 복잡하고 묘사가 세밀하다. <장화홍련전>을 모방한 가정소설로, 후반에 가서 인향의 약혼자 때문에 인향 형제가 희생되는 점과 계모를 미인으로 등장시킨 점 등이 특색이다.
이 작품은 계모에 의해 죽임을 당한 원혼이 부사의 도움으로 한을 푸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 〈장화홍련전〉의 모작으로 볼 수 있다. 약혼자가 찾아와 영약을 뿌려 다시 살려낸다는 점과 끝부분을 '행복한 결말'로 바꾸었다는 점이 다르다. 계모를 미인으로 설정함으로써 가장이 자식보다는 후처에 혹하게 되는 과정이 설득력이 있는데 이 점은 다른 계모박해형 소설에서는 드문 특징이다. 이 작품은 계모가 전처소생을 학대하는 계모형 가정소설로 <장화홍련전>의 모방작으로 인정되고 있다. 흥미 위주의 무비판적 답습이라는 의미에서 통속적 계승작으로 보기도 한다. <장화홍련전>에 비해 봉건적 가치관이 크게 약화하여 있고 문체도 신소설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후대의 저작으로 추정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조선 태종 때 평안도 안주성에 살던 좌수 김석곡의 후처 정 씨는 전실소생의 아들 인형과 딸 인향, 인함을 몹시 구박한다. 자신의 소생을 갖게 되어 인향 남매를 아주 완벽히 없애버릴 흉계를 품은 정 씨는 간악한 노파의 꾀를 빌려 인향이 처녀의 몸으로 외간남자와 정을 통해 임신한 것으로 꾸민다.
이에 아버지는 분노하여 인형을 시켜 인향을 죽이게 한다. 인향은 못에 빠져 죽고 동생 인함도 뒤따라 목매어 죽는다. 두 딸을 잃은 아버지는 상심하여 죽고, 고아가 된 인형은 외가에 의탁한다.
한편 안주 부사의 공청에 인향 자매의 원혼이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나, 부사들은 계속 놀라 죽고, 마을에는 흉년이 들어 안주읍이 거의 폐읍이 될 지경이 된다. 이에 조정에서는 김두룡을 부사로 보낸다.
그는 인향 자매의 원귀를 만나서 사실을 알아내어 정 씨와 노파를 처형한 다음, 인향 자매의 위령제를 지내준다. 한편,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된 인향의 약혼자 유성윤이 인향의 꿈속암시로 그녀의 무덤을 파고, 아직 썩지 않은 인향 자매의 시체에 영약을 뿌려 회생시킨다. 인형과 인향 자매가 다시 상봉하고 인향은 드디어 유한림과 혼인한다.
『김인향전』의 창작시기는 ‘극히 최근의 작품’ 혹은 ‘초기 계모형 고소설의 유형’으로 논의되었다. 이 문제는 『김인향전』이 <장화홍련전>의 모방작 혹은 아류작이라는 문제와도 맥이 닿아있다. 왜냐하면 <장화홍련전>의 모방작이라는 평가는 자연 『김인향전』이 후대 작품이라는 점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김인향전』이 초기의 계모형 고소설과 달리 원론적인 선악의 개념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을 통속화의 추세로 파악하였다. 그는 이러한 통속화가 너무 과도한 나머지 현실 문제를 둔화시키며, 작품 내적인 파탄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나아가 통속화 과정을 통해서 관념적인 문제의식이 약화되고, 처-첩 혹은 계모와 전실 자식간의 갈등이 한층 치열해지는 등의 조선후기 사회의 일면이 드러난다고 하였다.
반면, 또 다른 연구자는 계모형 고소설의 초기 유형의 특징은 여성이 주인공이며, 단일한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임을 감안, 『김인향전』의 제명에서도 드러나듯이 여성이 주인공이며, 다른 갈등 구조는 드러나지 않고 오로지 인향과 계모 정씨와의 갈등으로만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장화홍련전>과 마찬가지로 초기 유형의 계모형 고소설이라고 정의하였다. 더불어 꿈을 통한 신이성2이 빈번하게 등장하며, 등장인물들이 모두 단선적이라는 특징을 제시하였다.
♣
<장화홍련전>의 경우 계모의 학대는 경제적 욕망과 남편과 전실 자식에 대한 소외감에서 비롯된다. 반면 『김인향전』에서는 전적으로 계모의 성격적 결함에서 학대가 시작된다. 이런 면에서 <장화홍련전>에서 보이던 문제의식과 현실감각이 둔화하고, 계모는 악하고 전실 자식은 선하다는 통념에 지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인향전』은 계모의 학대로 죽은 주인공이 재생하는 전기소설적 구조를 지닌 점이나, 인향의 죽음과 재생을 이끄는 결연 관계가 나타나는 점 그리고 인향의 죽음이 누명을 벗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점 등에서 <장화홍련전>과 다르다. 사건 전개가 잘 되어 있고, 게다가, 다른 계모형 소설에서는 계모의 얼굴을 거의 박색으로 그리지만 여기서는 계모를 미인으로 표현한 점에서 현실적이다. 또 『김인향전』에서 비극성이 한층 고조된다는 주장도 있다. 인향의 아버지가 인향과 인함의 죽음을 보고 실성하여 통곡하다가 병들어 죽는 장면이나 인향이 친오라비 인형의 인도로 연못에 빠져 죽는 대목에서 감상적인 분위기가 한층 두드러진다는 견해도 있다.
'古典을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대소설 『국선생전(麴先生傳)』 (0) | 2019.12.03 |
---|---|
고대소설 『이대봉전(李大鳳傳)』 (0) | 2019.11.28 |
고대수필 『계축일기(癸丑日記)』)』 (0) | 2019.11.14 |
고대소설 『김씨열행록(金氏烈行錄)』 (0) | 2019.11.07 |
고대소설 『오유란전(烏有蘭傳)』 (0) | 2019.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