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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을 읽다

고대소설 『서동지전(鼠同知傳)』

by 언덕에서 2019. 12. 26.

 

 

 

 

고대소설 서동지전(鼠同知傳)

 

 

 

 

 

조선 시대의 작자ㆍ연대 미상의 한글 고대소설로 11책이며 국문 활자본이다. 1913년 덕흥서림 간행되었다. 쥐를 주인공으로 다룬 또 다른 우화소설인 <쥐전> <서용전(鼠勇傳)> <서옹전(鼠翁傳)> <서옥설(鼠獄說)> <다람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대주전>에서 파생된 것이 분명한 작품이나 몰락 사족과 평민 부호의 경제적 갈등이라는 소재를 부호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 그 주제적 차이는 크게 벌어져 있다.

  쥐들의 소송사건을 소재로 한 의인 소설로 풍자소설의 유형을 띤 작품인데 소재가 유사한 <서옥기(鼠獄記)> <서대주전(鼠大州傳)> 등의 한문본과는 전혀 별개의 작품이다. 부자 쥐인 서대와 게으른 가난뱅이 다람쥐를 비교하여 놀고먹는 다람쥐가 구걸을 거절하는 서대쥐를 고자질하여 골려주려다가 도리어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로, 동물의 세계를 의인화한 풍자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중국 땅 구궁산 토굴에 서대주라는 짐승이 살았다. 당 태종이 금용성을 치려 할 때 서대주는 쥐 무리를 거느리고 금용성 곡식 창고를 바닥내는 큰 공을 세운다. 이에 황제로부터 구궁산 팔봉동 사방 40리 안에 있는 잣과 밤나무 46,000그루를 하사받고 벼슬까지 얻게 되자 서대주는 큰 잔치를 베푼다.

  한편 하도산에 다람쥐라는 짐승이 살고 있었는데 성품이 간악하고 됨됨이가 불인하며 가난하고 게을렀다. 다람쥐는 잔치에 찾아가 어려운 처지를 호소해 밤과 잣을 얻어온다. 다람쥐 내외는 이것으로 봄을 지냈으나 겨울이 오자 다시 굶주리게 된다. 다람쥐는 다시 서대주에게 양식을 얻으러 갔으나 서대주는 종족의 형편을 이야기하면서 거절한다.

  다람쥐는 이에 앙심을 품고 곤륜산 백호산군(白虎山君)에 고발한다. 다람쥐의 아내는 고발을 힘껏 만류하며 충고하지만, 남편이 전혀 듣지 않자 도망치고 만다. 백호산군은 서대주를 잡아들였으나 다람쥐가 거짓으로 고발했음을 알고 서대주를 놓아주는 대신 다람쥐를 귀양보낸다.

  서대주가 다람쥐를 불쌍히 여겨 용서를 청하니 백호산군은 서대주의 마음씨에 감동해 다람쥐를 풀어준다. 다람쥐는 비로소 자기의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빌고 서대주는 다람쥐의 신세를 불쌍히 여겨 황금 수십 냥을 주어 보낸다.

 

 

  이 작품은 쥐를 의인화한 우화소설이다. 동지에게 은혜를 입은 다람쥐는 다시 서대주에게 도와줄 것을 청했을 때 서대주가 거절하자 이전까지 자신에게 베풀었던 은혜를 잊어버린다. 그리고 배은망덕하게 서대주를 모함하여 산군백호(山君白虎)에게 허위 소송을 만들지만, 현명한 판관이 시비곡직을 가려 간악한 다람쥐를 벌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내용이다. 쥐와 다람쥐는 모두 같은 종류로서, 이들의 송사 사건을 통해 다람쥐와 같은 부류의 인간들을 경계하고 징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반 들쥐나 집쥐 등을 대단히 부정적인 대상으로 인식하는 반면, 다람쥐는 귀여운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다람쥐가 간악한 악인형 인물로 형상화되고 있어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한편, 다람쥐의 무고한 송사를 나무라며 만류하다가 오히려 남편인 다람쥐에게 모욕을 당하는 계집 다람쥐는 너무도 통분한 나머지 집을 나가 버리기까지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조선 후기에 변화된 여성들의 자기주장과 권리 의식 등을 더불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 선악형 인물이 대립한 권선징악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이 소설에서 조선 후기 사회의 변모상을 느낄 수 있다.

 

 

 『서동지전』은 다람쥐가 서대주에게 은혜를 입고도 배은망덕하게 서대주를 백호산군에게 허위로 소송하였으나, 현명한 판관이 시비곡직을 가려 간악한 다람쥐에게 벌을 준다는 줄거리다. 이를 통해, 인간사회에도 간악한 다람쥐와 같은 배은망덕한 인간이 있음을 경계하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작품 내면에는 봉건적인 정치 · 윤리 · 경제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인간상을 추구하려는 근대지향적 주제도 내포되어 있다. 특히 오소리와 너구리 등에 의해 표현되는 현실비판은 당대의 정치적 현실이 지닌 모순에 대한 풍자이다.

 또한, 다람쥐와 아내의 다툼은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비판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남존여비 사상이 투철했던 당시 윤리관으로 볼 때, 올바른 충고를 들어주지 않고 욕설을 퍼붓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항거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아내다람쥐가 남편을 버리고 집을 뛰쳐나오는 내용도 당시의 윤리관이나 인습으로 보아서는 과감한 저항이다이는 봉건적인 사고방식과 도덕관에 대한 비판으로 전통적인 윤리관을 타파하고자 하는 작자의 의도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