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타인벡 장편소설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미국 소설가 J.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1902∼1968)의 장편소설로 1952년 출간되었다. 작자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 계곡을 무대로, 아이슬란드에서 이민 온 해밀턴 일가와 트라스크 일가의 몇 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해밀턴 가는 작가에게는 조부의 생가인데 이 작품은 드물게 자서전적인 요소가 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의 중심인물은 트라스크 가의 애덤이다. 동생 찰스와의 불화, 캐시라는 악녀와 결혼하여 얻은 쌍둥이 형제 칼과 아론 사이의 숙명적인 싸움을 대비시켜, 매력적인 산문과 교묘한 이야기의 전개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죄를 짓고 신을 떠나 에덴의 동쪽에서 살아야 했던 카인의 후예에게는 구원이 남겨진 것인가, 아니면 자유의지의 여지는 영원히 없어진 것인가 하는 주제와 교착하여, 작가의 일족인 해밀턴 가의 역사도 서술하면서 인간의 구원과 가치를 찾으려 하였다.
스타인벡의 명성은 주로 프롤레타리아트를 다룬 1930년대의 자연주의 소설로부터 얻은 것이다. 풍부한 상징구조를 만들어내고 등장인물을 통해 신화적·원형적 요소를 전달하려 한 그의 노력이 가장 효과를 거둔 것은 바로 이 작품들에서였다. 1968년 심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문학은 단편집, 평론집, 여행기 등 가지각색이지만, 그의 작품 영역은 고향인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자연애와 인간애로 가득 찬 글에 있다. 196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1955년 엘리아 카잔 감독, 제임스 딘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세기, 새뮤얼 해밀턴은 아내와 함께 아일랜드에서 미국 서부 살리나스 계곡으로 이주한다. 이들은 빈손으로 시작하여 척박한 땅을 일구고 이웃을 도우면서, 아홉 남매를 낳아 훌륭하게 키우며 살아간다. 새뮤얼은 비참한 상황에서도 좌절하는 법 없이, 언제나 긍정적인 사람이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하나둘 외지로 나갈 무렵, 동부에서 애덤 트래스크가 임신한 아내 캐시와 이주해 온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읜 애덤은 모든 면에서 자신과 대조적인 이복동생 동생 찰스와 성장하다가 아버지의 강요로 입대했고, 제대 후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저곳을 방랑한다. 그 후 애덤은 고향에 돌아가서 아버지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지만 캐시와 결혼하여 서부로 간다. 그는 살리나스 계곡 부근에서 가장 좋은 땅을 사들이고, 새뮤얼의 도움을 받아 아내를 위해 그곳을 마치 에덴동산처럼 꾸미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냉담한 반응으로 보이던 아내 캐시는 쌍둥이를 출산한 지 두 주가 지나자 만류하는 애덤의 어깨를 총으로 쏘고 떠나 버린다.
애덤은 실의에 빠져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쌍둥이는 중국인 요리사인 리의 손에 맡겨진다. 한편 캐시는 도시 살리나스로 나가 유곽에서 매춘업을 운영하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주인을 독살한 후 그곳을 차지한다.
쌍둥이 아론과 칼렙이 자라자 애덤은 살리나스로 이사하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인다. 유순하고 선한 아론에게 열등감을 느끼던 칼렙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가 살아 있을 뿐 아니라 유명한 유곽의 마담이라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그러다 직접 그녀를 찾아가서 자신이 아들임을 밝히지만 외면당한다. 놀랍게도 그 후에 칼렙은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끼며 아버지를 기쁘게 하고 그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1차 대전이 일어났다. 평화주의자인 아론은 미국의 참전을 슬퍼했다. 그러나 칼렙은 1차 대전 때 콩값이 오르는 것을 이용해 콩 장사로 돈을 벌고 이 돈을 아버지 애덤에게 주지만, 아버지 애덤은 전쟁의 혼란을 이용해 부당하게 돈을 벌었다고 생각해 칼렙이 주는 돈을 거절한다. 자신의 성의가 아버지에게 무시당하자 그간 느끼던 아론에 대한 질투심이 폭발해, 칼렙은 우연히 알게 된, 어머니가 자기들을 버리고 유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론에게 알린다.
순수하고 이상적인 성격의 아론은 큰 충격을 받아 그 길로 군에 입대하여 결국 전사하고 만다. 애덤은 아론이 전사했다는 소식에 쓰러져 버리고, 자기가 아론을 죽인 것과 다름없다고 고백하는 칼렙에게 '팀셸….' 이란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소설의 주제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팀셸(timshel)’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히브리어로 어떤 가능성을 나타내는(Thou mayest(You may)이 단어는 모든 것이 인간의 의지,혹은 선택에 달려 있다는 주제의식을 뒷받침하고 있다.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카인에게 얘기하는 원죄에 관한 내용은 성서마다“너는 죄를 다스릴 것이다”혹은“너는 죄를 다스려라”라고 달리 번역되어 있다.전자는 인간이 죄를 극복하게 해 준다는 약속을,후자는 극복하라는 명령을 의미한다.
그러나 원래 히브리어 ‘팀셸’은 “너는 죄를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이 소설을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원죄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의 인간 개인의 선택이자 의지에 달려 있다는 의미이다. 애덤은 용서를 구하는 칼렙에게 이 ‘팀셸’이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작품에는 또한 아담의 하인인 중국인 리(李)가 온화한 성경연구가로 등장한다. 제명은 카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하고 '에덴의 동쪽 노드의 땅'으로 도피하였다는 구약성서에서 유래했다. 작가는 인간 내부로 눈을 돌려, 원죄의 추구와 인간의 가능성 탐구를 시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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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의 배경이 된 살리나스 계곡은 작가 자신의 고향이며, 주인공 새뮤얼 해밀턴은 실제로 그의 외조부를 바탕으로 한 인물로, 존 스타인벡 자신이 어린아이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는 창세기에서 영감을 받아 『에덴의 동쪽』을 썼으며, 인간의 원죄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 나아가 구원에 이르려는 끈질긴 노력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그가 “내 평생의 모든 것이 이 책에 들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다른 책들은 이 책을 쓰기 위한 준비였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흔히 존 스타인벡 최고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두 가문의 세 세대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작품의 한 축을 이루는 해밀턴 가문은 존 스타인벡의 외가로, 주인공 새뮤얼 해밀턴은 그의 외조부를 바탕으로 한 인물이다.
존 스타인벡은 성서의 창세기를 소재로 이 작품을 썼다. “살리나스 계곡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로 인류 전체의 축도를 보여 줄 것”이라고 밝힌 바대로, 『에덴의 동쪽』에서 그는 카인과 아벨, 선과 악, 원죄와 구원이라는 구도를 이끌어 와서 모든 인간이 직면하는 근본 문제를 깊이 있게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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