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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알퐁스 도데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La dernière classe)』

by 언덕에서 2020. 6. 4.

 

 

알퐁스 도데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La dernière classe) 

 

프랑스 자연주의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1840∼1897)의 단편소설로 1873년 간행된 <월요 이야기> 에 수록되었다. <월요 이야기>는 도데의 2단편집 <풍차 방앗간 편지>과 쌍벽을 이루는 단편소설집이다.  마지막 수업은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이 읽혔는데,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이 소설 내용처럼 모국어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업이외에도 <>이라는 단편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알퐁스 도데는 남부 프랑스 태생이다. 그는 자연주의 일파에 속하면서도 민감한 감수성과 섬세한 시인 기질을 바탕으로, 시적 정서가 넘치는 유연한 단편들을 썼다. 그 내용들은 주로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고향 프로방스에 대한 애착심을 주제로 한 인상주의 소설 작품이다.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은 그의 단편집 <월요 이야기>, <>은 그의 또 다른 단편집 <풍차 방앗간 편지>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이 두 개의 단편집에 수록된 단편들을 뽑아 한 권으로 엮은 책이 많이 소개되었다.

마지막 수업』은 1871년 보불전쟁의 결과 프랑스가 패하자 프로이센군에 점령된 알사스 주의 초등학교의 한 어린이 마음에 비친, 프랑스어 마지막 수업의 인상을 그린 내용으로 패전의 비통한 결과를 전하는 명작이다. 감동적이며 풍자적인 정경을 간결하고 유연하며 시정이 넘치는 명문으로 묘사하여 세계적인 명작이 되었다.

 

알자스 주의 위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그날 아침에는 학교에 가는 게 퍽 늦었다. 전날 아멜 선생님께서 문법에 관한 것을 물어보시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맨 첫 자 하나도 외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야단맞을까 봐 여간 겁이 나지 않았다. 학교에 가지 않고 놀러 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꾹 참고 학교로 갔다.

 보통 때 같으면 학교 수업이 시작될 무렵은 매우 시끄러웠다. 나는 들키지 않고 자리로 가기 위해 시끄러운 틈만 노리고 있었는데, 이날 따라 교실은 아주 조용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아멜 선생님께서는 나를 꾸중하지도 않고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점잖은 정장 차림에 둥근 모자를 쓰고 계셨다. 게다가 교실은 어쩐지 엄숙하였다. 그리고 교실 뒤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윽고 아멜 선생님께서는 교단으로 올라가셔서 오늘 수업이 프랑스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직 쓸 줄도 모르는데, 다시는 프랑스어를 공부할 수 없다는 생각에 머리가 뒤집힐 듯하였다.

 내가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외어야 할 차례였지만, 나는 맨 처음부터 틀리고 말았다. 아멜 선생님께서는 공부하지 않은 것이 알자스의 큰 불행이었다는 점과 프랑스 말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한 민족이 설사 노예가 될지라도 자기 나라의 말만 잘 보존하고 있으면, 그것은 죄수가 감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마지막 수업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우리에게 전수해 주시려는 듯 열심히 수업을 진행하셨다.

 별안간 교회당의 시계가 정오 알겔루스의 기도 시간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훈련하고 돌아가는 프로이센 병정들의 나팔 소리가 바로 우리 창밖에서 울려왔다. 선생님께서는 마지막 말씀을 하시려다가 다 마치지도 못한 채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는 단어를 쓰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 끝났다……. 돌아들 가거라.”  

 

 

 

 도데는 유명한 작가인 동시에 전쟁에 직접 참여한 참전용사였다. 그가 쓴 단편들 중에서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프랑스가 전쟁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자 사회 전체에 국민의 단결과 애국심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끓어올랐고 이런 사회 분위기는 예술계와 문단에도 영향을 미쳐 전쟁을 다룬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경우 작가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들에는 본인의 감정이나 주관 또는 입장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도데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최대한 자기 목소리를 배제하려고 애쓰고 그런 의도는 독자에게 간파된다. 이는 이야기하려는 대상과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고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관을 철저히 배제한 전달 방식은 오히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더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 작품은 민족어의 중요성과 나라 잃은 설움이 잘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이 수업이 프랑스어 마지막 수업이라는 것을 듣고 프랑스어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장면은  ‘마지막 수업’이라는 상징적인 장치를 통해 민족어의 우수성과 민족애를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은 모국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평소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던 한 소년의 눈을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1871, 보불 전쟁을 종결짓는 평화 조약이 체결되면서 프랑스 땅인 알자스와 로렌 지방이 독일(프로이센)로 넘어간다. 따라서 이 지방은 그동안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국어 시간에 독일어를 가르치게 된다. 마을 학교에는 독일어를 쓰는 교사가 부임하게 되고, 40년간이나 프랑스어로 학생들을 가르쳐 왔던 노 교사는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도데는 <마담 보바리>의 작가 플로베르, <목로주점>의 작가 에밀 졸라와도 친분이 있었는데 그 동료 작가들이 인간의 삶을 냉정한 시각으로 그려낸 것과는 달리 도데의 작품 전반에는 인간을 향한 따뜻하고 깊은 애정과 연민이 녹아있다. 마지막 수업을 통해 그가 개인 삶의 비극을 넘어 민족 역사의 고통에도 고개 돌리지 않은 작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알퐁스 도데의 서정성이 빛나는 이유는 그가 음울하고 절망적인 인간사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연민을 마음 깊이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